구약성경이 전하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부터 갈등이 있었다. 신약성경에서 사도들의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수신 공동체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1~2세기, 시리아 안디옥(안티오키아) 교회의 주교 이그나티우스(이그나티오스)는 로마로 압송되어 로마 황제와 시민들 앞에서 순교했다. 서력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합법화 -그리고 380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제국의 정통신앙으로 공인화- 했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이전과 다른 차원의 갈등과 마주해야 했다.
4세기, 수도사 출신으로서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주교가 된 요한 크리소스톰(요하네스 크리소스토모스)는 ‘새 로마’ 시민이라 자부하는 그리스도인들의 허례허식을 대면할 때마다 힘들어했다. 그들과 갈등으로 ‘새 로마’에서 쫓겨난 그는 유해가 되어 도시로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화해와 안식을 누릴 수 있었다. 동시대 ‘옛 로마’ 권역에서 살았던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영혼을 두고 하나님과 줄다리기하는 욕망의 대상을 평생 인지하며 살았다.
그것이 외부 세력이든지, 지역 사회 및 교회의 풍조이든지, 혹은 마음으로 끝없이 욕망하는 대상이든지 간에 시대와 지역에 따라 드러나는 갈등의 양상은 다양할지언정, 모든 갈등이 시작되는 공통 진원지로 교부들이 주목하는 -하지만 교부 아우구스티누스가 비로소 천착하며 탐구하기 시작한- 대상은 언제나 사람의 영혼이었다. 갈등이 있는 곳에서 드라마가 시작되며, 영혼은 갈등과 씨름하면서 극복해 나가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교부들의 사상에서 사람의 영혼은 본래 창조의 원리인 ‘로고스’로 말미암아 만물의 창조자로부터 세상의 만물과 연결되어 있다. 교부들의 세계관에서 영혼의 갈등(혹은, 병)은 ‘로고스’의 부재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관계의 이탈과 혼돈이며, 반면 영혼의 치료는 ‘로고스’의 충만으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관계의 정립과 질서이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오직 ‘로고스’로 말미암아 바르게 그리고 하나로 재정립된다. ‘로고스’의 도움으로 창조자와 이웃 그리고 자신과 바른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영혼들의 드라마는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창조자 하나님의 우주적 구원 드라마 안에서 비로소 온전한 귀결에 이른다.
〈동서방 기독교 문화연구회〉가 영혼의 갈등을 주제로 첫 공동 연구하여 결과물로 내놓은 이 책 『초대 교회의 갈등과 치료』는 몇 가지 의미에서 첫 번째 기념비로서 곁에 두고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영혼의 갈등을 주제로 교부들의 사상과 신학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첫 번째 책이다. “한국 사회”라고 쓰고 “갈등 사회”라고 읽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또한 갈등을 바라보는 교부들의 낯선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 고유의 갈등을 성찰할 기회를 열어주는 -개인적 의견으로는, 마침표보다는 물음표를 던지는- 첫 번째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교부 신학 프로젝트〉 시리즈를 여는 첫 번째 책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교부 사상 및 신학과 관련된 담론은 한국 가톨릭 전통의 전유 영역이었다. 〈교부 신학 프로젝트〉는 한국 개혁주의 전통과 교부 전통이 만나 본격적으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첫 번째 공간이 될 것이다. 이 책 『초대 교회의 갈등과 치료』는 그 기념비적 공간으로 들어서는 상징적인 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