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 힙하고 쿨하다. 젤다의 전설과 슈퍼 마리오, 탕후루와 EDM, 버거킹과 드래곤볼을 오가는 김남규의 시는 X세대와 MZ세대를 빠른 템포로 넘나든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시집의 곳곳에서 깊은 서정과 슬픔을 발견할 수 있다. 일견 트렌디하게 보이는 이 시집은 유행어와 밈과 픽셀 그래픽이 다 담아내지 못하는 이 시대의 고독, 유행이 다 끌어안지 못한 외로움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김남규 시인은 시대의 표면을 경유하여 ‘힙’과 ‘쿨’로는 다 정의되지 않는 뜨거움과 진득함을 통해 오래된 슬픔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마음의 온도를 펼쳐낸다.
“미로에서 무한까지, 마음에서 마지막까지(「ㅁ에게」)” 파고들며 슬픔을 다루는 방식은 섬세하고도 아름답다. 미로처럼 어지러운 현대의 한복판에서 마지막까지 마음이 도착할 자리를 마련해두는 것. 그것은 언어로서 마음을 섬세하게 발견하는 태도이며, 언어의 가장 작은 단위인 자음 하나까지 집중하는 시인의 자세다.
“우리가 애써 그은 밑줄마다 꽃은 피고 또 지고/종이의 흉터에 목적 없이 골몰하면서”(「공부가주」), 우리가 이 시집에 그은 밑줄은 책의 흉터가 되고, 흉터에는 견뎌온 자의 꽃이 필 것이다. 공부는 결국 알고 있던 사실들에 상처를 내는 일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그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시대를 읽으면서도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슬픔을 안으면서도 슬픔에 잠기지 않는 균형이 이 시집을 더욱 묵직하게 만든다. 시를 통해 삶의 비의를 찾는 일을 시인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힙과 쿨을 넘어 오래오래 손 안에 남는 온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