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걸어온 문장만”을 “첨삭 없는/자서”(「민달팽이」)로 삼는 김주경의 시는 “오래 익혀 시울이 말랑해진 속말들”(「불멍」)로 존재와 영혼의 안팎을 숨죽인 채 결속하는 힘을 가졌다. 그의 영혼은 때로 “기척을 접어두고 무음 속에 들”(「매미, 무음無音에 들다」)고, 때로 “송골송골 뿔이 돋는”(「수구레국밥」) 감각으로 내질을 살핀다. 시인은 “거꾸로 서야 닿는/바닷속 푸른 텃밭” 속에서 “형체 없는 킬로틴”(「물숨」)을 발견하고, “행간 가득 꽃물”(「어싱earthing-할머니들」) 들이는 이들과, “단 몇 줄 얼룩으로 남은”(「로드킬」) 아린 비문까지 타자의 존재의 결을 보듬어 안는다. 어린 것을 위해 “한 량의 둥근 만찬을/성화처럼/들고”(「그게 뮈라고」) 오고 “무골의 세상에다 잔뼈를 키우”(「난각번호 1번-부화」)는, “단물이 흐르는 아침을 그득그득 물”(「우리의 아침은 달콤하다」)리는 생명의 젖줄을 내장한 시편들! 연꽃을 연煙꽃으로 잇고, 천사가 전사로 변신하며, 나비, 나비잠, 나비 다리로 건너뛰는 보법에 이르면 우리는 현대시조가 오래된 미래의 시 형식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는 순간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