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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광풍이 거셀수록 옷깃을 여미고_이향아
원로시인 초대석 주원규 ─ 상황狀況·1 / 상황狀況·2 남금희 성전 재건·입동 무렵·이 때를 위함이라·당신의 초대장감촉에 대하여 박남희 잠시 동안·영원부터 영원까지·시작과 나중·누가 알까부림이라는 거울 손진은 성벽·바닥의 마음·적멸을 위하여·이슬 떨어지는 것이 어디 꽃잎뿐이랴 양왕용 에스라의 송가·느헤미야, 그대에게·에스더와 모르드개 슬픔의 강을 건넌 그대·아무리 의인과 능력자일지라도 이지엽 향기·에스라·느헤미아·회개 욥의 고난을 내가 다시 받는다 하더라도 이향아 망루望樓에 서서·저 들판의 염소 새끼·누구의 이름을 불렀는가 풀들도 이슬 같은 눈을 뜨고 있는데·노하기를 멈추지 마옵소서 정재영 이방인의 성전·성城을 쌓는 사람들·이 때를 위한 일 사람의 언어·뒤돌아보면 권택명 성벽·귀환·불면·소망·변명 김 석 고샅 - 길·성전 바깥기둥에 기대어 에돌 - 길·1·에돌 - 길·2·에스더와 인당수 김신영 어여쁜 어머니, 불 고양이를 키우고·젖먹이 전설 환등하는 저녁·비상하지 않는 비상은 없다·케루빔 김지원 스가냐의 독백·느헤미야의 편지·금의환향錦衣還鄕 이름 없는 이름·욥 평전評傳 나금숙 식영息影, 모래왕국·외로운 흙·해안보호 Swan Song·심경深耕과 관개管漑 시평 실낙원에서 복락원까지_ 김지원 12시인 주소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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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손진은 사월 아침, 산성탕 앞 골목이다 방금 목욕을 마친 일가족이 걸어 나온다 검붉은 얼굴의 아비와 까까머리 아들 뽀글파마 어미와 단발의 딸이 이야기를 뿌리며 간다 “그놈들이 가마이 있는데 뒤에서 쥐-박잖아” 항전했던 일들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까까머리 “그 문제 아는데 틀레뿠다 고거만 아이모 다 맞았는데” 어제의 패배가 아직도 안타까운 단발머리 씨익 웃던 사내, 앉아 몸을 반으로 접고 가슴까지 쌓인 층계 위에 기다렸다는 듯, 까까머리 올라탄다 이번엔 튼실한 뽀글파마 위에 단발의 딸도 오래된 일층 위에 두 팔 벌려 새 층을 끼얹은, 열린 창으론 가느다란 콧노래도 흘러나오는 저 성채 데워진 공기 속 섞이는 웃음과 말소리가 빈 골목을 생기로 덮는다 길섶 노오란 민들레 휴지들이 흘낏 쳐다본다 해는 둥둥 높고 세상 어떤 것도 막아 낼 것 같은 성채로 그들은 지금 철물점을 지나 지물포와 약업사 돌아 라일락꽃 만발한 비탈을 올라간다 무서리 눈보라가 쳐들어와도 끄떡없을 한 채 성벽이 지어졌다 느헤미야 6:15 성벽 역사가 오십이 일 만인 엘룰월 이십오일에 끝나매 사람의 언어 정재영 말씀으로 지은 우주에서 사람의 음파도 창조의 도구가 되었다 소리 없는 눈빛이 가장 큰 소리인 건 사랑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을 만들고 그리움은 심장을 뛰게 하는 심전지心電池 힘찬 날숨들숨을 만든다 독을 품은 사람의 혀는 양날에 묻힌 독의 칼 입을 닫는 순간 자기 심장을 찌른다 사랑의 원망도 사랑의 말이라고 속지 말라 독약은 약이 아니다 태초 말로 탄생한 세상은 음파 수신기 전파보다 멀리 가는 사랑의 음파만이 죽음의 수신기를 녹슬게 한다 욥기 1:22 ……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지 아니하니라 환등하는 저녁 김신영 당신이 항상 거기 있다는 것 하루도 빠짐없이 거기에 있다는 것 서로를 환등하는 시간 우리 연대는 생각보다 강하고 새들도 꽃을 즐거워한다는 일 꽃가지 사이로 날며 얼굴을 부비고 날개를 꽃잎으로 씻으면서 꽃이 비처럼 내리는 소리 숲속에 비가 내리는 소리 냇가에 내리는 꽃잎은 우주를 떠도는 유영 무릉을 불러들이면서 배추흰나비를 홀리고 냇물의 꽃장식은 여울지던 자리야 꽃잎은 떨어져 봄 길을 만들고 뻐꾸기는 소리로 봄을 만드는데 나는 무엇으로 봄을 만드나 꽃들의 결혼, 나비가 오지 않는 저녁에도 꽃은 이토록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욕망을 갖는데 나는 무슨 욕망으로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까? 욥기 42:12 여호와께서 욥의 말년에 욥에게 처음보다 더 복을 주시니……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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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섯째 권에서는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 욥기를 텍스트로 공부했습니다. 우스 땅에 살던 욥, 온전하고 정직하며 악에서 떠나 하나님을 경외하던 욥의 울부짖음이 공부하는 내내 우리들의 마음을 심히 요동치게 했습니다. “어찌하여 내가 모태에서 죽지 않았던가? 어찌하여 어머니 배에서 나오는 그 순간에 숨이 끊어지지 않았던가? 어찌하여 나를 무릎으로 받았으며 어찌하여 어머니가 나를 품에 안고 젖을 물렸던가?”
세상을 원망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목숨을 포기하고 싶던 욥의 순간들이, 우리들의 삶에도 자주 그리고 아프게 반복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못하실 일이 없으며 못 이루실 일이 없는 주님을 함부로 원망하고 무지한 생각으로 이치를 가렸음이 두렵습니다. 저희에게는 이후로도 지치지 않고 목적한 고지까지 가야 한다는 엄숙한 사명이 있습니다. 중도에 넘어져서 포기하거나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광풍이 거셀수록 옷깃을 여미고, 앉으나 서나 오로지 한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우리가 우리 마음을 지극하고 순전하게 다스리면 그분께서 응답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 「서문」 중에서 금번 12시인이 선택한 [에스더]서를 보면 1장부터 10장까지 “하나님”이란 단어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포로로 잡혀 온 히브리인들이 당한 환란과 그 환란에서 어떻게 구원받는가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즉 사건 중심이란 뜻이다. 그러나 평범할 수밖에 없는 이 이야기 가운데 독자들은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이며 그가 어떻게 역사하셨는가를 깨닫게 되는데 이것이 곧 기독교 문학의 전형으로 보는 것이다. 섭리를 말하지 않지만 섭리를 느끼게 되고, 사랑을 말하지 않았지만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시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시나, 소설이나 다른 여타 문학의 장르라도 동일하다고 본다. 1999년 7월쯤이었으니까 12시인이 모인 지도 꽤 오랜 시간들이 흘렀다. 2009년 잠시 산회되었다가 2016년 다시 모였고 그로부터 또 5년이 지났으니 강산이 두 번 변한 셈이다. 그 동안 회원들도 변동이 있었으니 다 세월 탓이다. 쓸 때마다 막막함과 희망이 교차한다. 끝은 있지만 끝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일이 분명한데 빌립보서 1장 6절에 기록한 대로 “우리 가운데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시리라 확신”한다. ― 「시평」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