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해 알기’란 모두에게 주어진 삶의 미션일까? 이 소설의 화자 ‘나’는 가족에 대한 기억을 찬찬히 되짚어나간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 나름대로 이해한 것과 끝내 이해하지 못한 것, 그들의 기원과 유전, 고향과 언어, 그것이 미친 영향들을 더듬어가다보면, 우리는 다시금 ‘나’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발레를 배우는 일이 집에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어 기뻤다고 말하는 소녀에게로. 시그리드 누네즈의 인물들은 모두 얼마간 “세상의 일부가 되는 동시에 세상에서 지워지는 일이 가능하”게 하는 예술의 가능성으로부터 희망을 얻고 자신을 갖게 되는 인물들이다. ‘나를 이룬 것’과 ‘내가 이룬 것’ 사이를 오가는 작가의 잰 손놀림을 바삐 훔쳐보며 나는 이런 것들을 다시 생각한다. 자신을 묶고 지탱해온 뿌리 같은 밧줄들 사이에서도, 그 밧줄이 팽팽해지거나 느슨해지는 사이사이마다 생겨나는 나 자신의 갈래, 나 자신의 목소리, 내 이야기 같은 것들을. “그건 원래부터 내 안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거기에 힘을 얹어주는 신의 숨결 같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