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들은 적 없고 들을 수 없는 아그네스의 목소리를 상상해본다. 여리고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 주저하고 혼란스러워하지만 끝내 기뻐하는 목소리. 상상에 들뜨고 현실에 시무룩하지만 결국 미소를 머금은 목소리. 그런 목소리에 기대어 아그네스에게 중요한 것 역시 상상할 수 있다.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는 것, 남들이 들려주고 가르쳐주어 알게 되는 것 말고 실제로 맞닥뜨리고 통과하여 갖게 된 것, 경험과 믿음, 믿음이 깨어지며 남긴 삶의 우연성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질 수 있는 희망과 끝내 저버릴 수 없는 진실 같은 것. 집안의 어여쁘고 귀여운 막내딸로 남을 수 있지만, 그것도 좋지만,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을 진짜로 해내는 것.아그네스는 슬프고 고독할 때마다 시를 찾았고, 시에서 자신의 마음을 찾았으며, 스스로 쓰기도 한다. 소설에는 그가 “고통과 경험의 유물들”이라고 말하는 그의 시가 담겨 있다. 소설 속의 시와, 시가 담긴 소설에서 우리는 아그네스가 가장 눌러 썼을 문장을 추측해볼 수 있다. 정답일까 망설여진다면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이 문제는 아그네스가 낸 적이 없고, 그래서 틀려도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나는 이 문장을 골랐다. “이 마음은 나의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