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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슬픔 없는 마음 없듯 마음 밭의 풍경 15 ‘나’가 ‘나’에게 18 창을 열라 20 마음의 문을 열고 26 미안한 시간 32 저녁 종소리 36 모래밭 능선 위의 한 그루 푸른 나무 40 물질을 티끌로 보아라 44 마침표와 첫 마음 52 별빛에 의지해 살아갈 수 있다면 단비 한 방울 59 눈 감고 보는 길 63 새 나이 한 살 68 바다를 생각하며 71 간절한 삶 74 마음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지요 77 생명 82 엽서 다섯 장 85 ‘순간’이라는 탄환 91 당신의 정거장 94 흰 구름 보듯 너를 보며 내가 사랑하는 것들 99 사라지지 않는 향기 102 할머니 105 돌 베고 잠드는 생 111 흙이 참 좋다 114 몸의 녹슬기 121 참 맑다 124 작은 것으로부터의 사랑 129 꽃보다 아름다운 향기 134 별 하나의 위안 139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가을비 145 물을 생각한다 149 꽃과 침묵 153 그리운 산풀 향기 156 낙엽을 보며 159 새벽 편지 162 채송화를 보며 164 풀꽃 167 열일곱 살 소녀가 막 세수하고 나온 얼굴 같은 땅 171 가을날의 수채화 176 눈 속의 눈을 열고 189 |
丁埰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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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는 것. 그 가운데 하나를 말해 보라면 나는 ‘마음’을 들겠다. 마음으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죄를 짓기도 하고 마음으로 울기도 하지 않는가. _15쪽 그러나 바다의 품을 벗어나면서 마음의 모래 능선 같은 단순성이 잡초의 늪 같은 복잡성으로 변했다. 호주머니 또한 조개껍데기 두어 낱만 들어 있어도 만족해하던 것이 지폐 한 다발이 들어가도 부족해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힘들게 쌓았던 모래성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릴 수 있었는데 도시에 나와서는 작은 무엇 하나도 버릴 수 없어 안달했다. 하나 바다는 오늘도 나를 질책하지 않는다. 연민의 표정으로 나를 그윽이 바라만 볼 뿐. 바다에 삼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_75쪽 저 바다 가운데 서 있는 바위섬에 파도 자국이 없을 수 없듯이 이 세상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중에 빗금 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바라기는 그저 우두커니 서 있는 저 바위처럼 아린 상처나 덧나지 않게 소금물에 씻으며 살 수밖에요. _81쪽 생각으로 죽음을 짓고 생각으로 지옥을 이루기도 합니다. 생각에 의해 이별을 하며 눈물짓고, 생각에 의해 오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합니다. 이런 번뇌가 잠을 쫓아 버린 새하얀 날밤의 고통은 육신의 아픔보다도 더하더군요. 그러기에 사람들은 생각의 집인 마음을 숨겼다고도 하고, 마음을 빼앗겼다고도 하며 마음을 잃었다는 표현도 하는 것이겠지요. _81쪽 내가 말하는 소음이란 시끄러운 소리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를 느끼지 못하는 분주함, 눈 뜨면 옭조이는 걱정거리들, 아니 눈 감아도 떠날 줄 모르는 저 매임이 아우성처럼 들끓고 있으니 소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_92쪽 비 온 뒤에 한 켜 더 쟁여진 방죽의 풀빛을 사랑합니다. 토란 속잎 안으로 숨는 이슬방울을 사랑합니다. 외딴 두메 옹달샘에 번지는 메아리 결을 사랑합니다. 어쩌다 방 윗목에 내려오는 새벽 달빛을 사랑합니다. 화초보다는 쑥갓꽃이며, 감꽃이며, 목화꽃이며, 깨꽃을 사랑합니다. 초가지붕 위에 내리는 새하얀 서리를 사랑합니다. 무 구덩이에서 파낸 무들의 노오란 순을 사랑합니다.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왔다는 담양의 그 죽순을 사랑합니다. 고향의, 해 질 무렵이면 정강이에 뻘을 묻히고 돌아오던 건강한 수부들을 사랑합니다. _99쪽 금년 여름에도 나는 한적한 물가로 가겠다. 흘러가는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물새 소리를 듣겠다. 저녁놀을 보겠으며 말하지 못하는 고기들의 언어를 묵상해 보겠다. 떠나가는 저들이 이 기슭을 출렁이게 하는 것을, 그리고 손바닥으로 떠 보는 물이 이제나저제나 같은 물이나 순간마다 새로운 것이라는 것을. 그 비밀의 괘를 가만히 비집고 들여다보고 싶다. _152쪽 해가 지고 있다. 지는 해의 마지막 빛 한 줄기가 어디에서 사위어 가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바람 새어 드는 양로원의 창가, 전방의 포신, 공단의 굴뚝, 고층 빌딩 위의 피뢰침, 지하도 입구에서 군밤을 뒤적이고 있는 여인의 손등. 포장마차의 휘장을 걷어 올리면 반쯤 남은 소주병 눈금에 머물고 있을지 모른다. _186쪽 저 하늘의 별들이 쏟아질 듯이 반짝이는 하늘 밑. 맨발로 걸어도 유리 조각에 다칠 염려가 없는 풀밭이며 모래밭, 여치 노랫소리도 은은히 들을 수 있고, 따개비 날갯짓 소리도 들리는 언덕 밑. 거기에는 개똥벌레가 우리들 어린 날의 꿈처럼 달려가고 있을 테지요. 전기가 없는 거기에서 촛불 하나 밝혀 놓고 바람이 들면 흔들리는 촛불과 우리의 그림자를 돌아보고……. 차 한 잔을 홀로 끓여 마시는 그 정적에서 우리의 도시 그을음이 비로소 털어지지 않을까요? _19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