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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메티의 엄격함 후손들에게 오직 점증하는 혼돈 때문에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순수예술에 대해 회화와 화가에 대해 〔시도 사람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예술가들도 투쟁할 수 있나요? 〔현실은 작가의 창고다〕 II. 시인이여 이성을 두려워 말라 시인이라고 해서 이성을 멀리할 필요는 없다 표현으로서의 시 시에서의 논리 베라의 시 <어느 부르주아 친구에게>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 시의 꽃잎을 뜯어내는 것에 대해 〔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어서만은 안 된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III. 변증법적·실천적 행위로서의 시 변증법 회의하는 자 〔시를 쓴다는 것은 사회적 실천이다〕 무엇이 아름다운가? 노 젓기, 대화 〔걸작은 살아 있다〕 IV. 시는 사용되어야 한다 인간에 의해 생산된 모든 것에 대해 400명의 젊은 시인들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나서 시와 건축의 결합에 대해 〔시집 출판에 대해〕 ≪가정 기도서≫에 대해 ≪가정 기도서≫의 사용 지침 〔루르 서사시〕 〔≪시 백선≫에 대해〕 〔스벤보르 시집의 모토〕 〔에피그램 형식에 대해〕 〔예전에는 생각했지〕 V. 진실은 여러 방식으로 침묵될 수도, 말해질 수도 있다 〔<넓고 다양한 사실주의 서술 방식>에 대한 머리말〕 넓고 다양한 사실주의 서술 방식 〔<넓고 다양한 사실주의 서술 방식>에 대한 추가 서술〕 〔셸리에 대한 짧은 노트〕 민중문학 〔옛 시 형식을 사용한 실험에 대해〕 〔오히려 형식적인 것이 덜 중요시되었다〕 형식과 소재 VI. 시어(詩語), 운율, 게스투스 소재와 형식에 대해 불규칙 리듬의 무운시(無韻詩) 〔앞글에 대한 보충〕 클롭슈토크의 시행을 낭송하는 방법에 대해 문학에서 사용되는 게스투스 언어에 대해 게스투스에 대해 시의 번역 가능성에 대해 한스 칼 뮐러의 시 낭송회 〔시 낭송에 대해〕 VII. 쓸모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은 시 시인의 노래 K씨와 시 〔고트프리트 벤에 대한 노트〕 〔슈테판 게오르게에 대해〕 〔보들레르에 관한 노트〕 쓸모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은 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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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인 킨예가 이러한 시기에 자연의 서정을 노래하는 시를 써도 되느냐고 나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써도 된다고 답해 주었습니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그에게 자연의 서정을 노래하는 시를 썼는지 물어보았지요. 그는 못 했다고 대답했고 나는 그 이유를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나는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독자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으로 만드는 것을 내 과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이따금 몇 줄을 끄적거리면서도 나는 이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를 모든 사람을 위해, 즉 비 오는 날 비를 피할 잠자리를 찾아다녀도 집도 절도 없어 빗방울이 그의 옷깃과 목 사이로 그대로 떨어지는 그런 사람들까지도 즐길 수 있는 체험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제 앞에서 나는 그만 움츠러들었어요.”
“예술이 오늘의 상황만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까? 언제나 빗방울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연의 서정을 노래하는 시가 더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짐짓 이렇게 떠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맞습니다, 만약 옷깃과 목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다면 그런 시가 쓰일 수 있겠지요.” --- pp.14~15 작품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지내는 시인이 여럿 있는데, 나는 이들 중 많은 사람이 다른 글을 쓸 때와는 달리 유독 시를 쓸 때면 이성적인 것을 멀리하는 것을 보고 놀랄 때가 자주 있다. 혹시 이들은 시를 단지 감정적인 것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아닐까? 또 오직 순수 감정적인 것이 존재한다고 이들이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게 믿고 있다면 이들은 적어도 감정 역시 사고(思考)처럼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점을 안다면 시인들은 보다 조심스럽게 시를 쓰게 될 것이다. 몇몇 특히 시를 갓 쓰기 시작한 시인들은 그들이 정서에 젖어 무엇인가를 느끼려 할 때 이성적으로 생겨난 것이 이 정서를 망쳐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이와 같은 태도에 대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걱정이야말로 정말 어리석은 걱정이라는 점이다. 위대한 시인들이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 내는가를 안다면 이러한 걱정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빼어난 시인들은 시를 쓸 때 사려 깊고, 명징한 사색을 멀리하지 않으며 또한 이로 인해 이들 시인의 창작이 방해받을 정도로 이들의 정서는 피상적이고, 불안정하며, 쉽게 사라지고 마는 정서가 결코 아니다. 어느 정도의 들뜬 상태나 격앙됨이 사고(思考)의 명징함과 직접적으로 배치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람들은 이성적인 판단 기준을 끌어들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오히려 이 정서를 아주 비생산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싫으면 시 쓰는 것을 단념해야 할 것이다. --- pp.27~28 시를 좋아하는 문학 동호인들은 시의 꽃잎을 뜯어낸다고 부를 수 있는 냉정한 논리의 도입, 즉 이 연약하고 활짝 핀 꽃과 같은 구성물로부터 단어들과 이미지를 분리해 내는 것에 격렬한 반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하나 말해 둘 것은 사람들이 바늘이나 칼로 꽃을 찌른다고 해서 꽃이 시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시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으며 비판적인 개입도 잘 견뎌 낼 능력이 있다. 어떤 시행 하나가 좋지 않다고 해서 시 전체가 망가지는 것도 아니며, 또 시행 하나가 잘되었다고 해서 시 전체가 구제받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시행을 찾아내는 것과 훌륭한 시행을 찾아내는 능력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며 이러한 능력 없이는 시를 참되게 즐길 수 없다. (...) 장미의 잎을 모두 뜯어내 보아라, 그래도 그 꽃잎 하나하나는 아름다울 것이다. --- pp.4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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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브레히트 시의 시대가 도래했다”
1978년 독일의 작가이자 연구자 발터 힝크(Walter Hinck)는 “마침내 브레히트 시의 시대가 도래했다” 선언한다. 극작가로 알려졌지만, 브레히트는 희곡 이외에도 2,300여 편의 시를 쓴 빼어난 시인이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희곡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벌써 어느 정도 총체적인 시각을 제공하였던 반면 시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시에 대한 얀 크노프 교수의 평가 한마디. 브레히트의 시는 ‘시’에 대한 개념을 본질적으로 그리고 지속해서 변화, 확장했다. 그가 시를 “개인적인 것의 표현”으로 간주하는 부르주아 시의 전통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브레히트는 ‘시’에 대해 그 자신뿐 아니라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새로운 영역을 열어 놓았다. 그리고 아직 아무도 그 영역의 끝까지 가 본 사람이 없으며, 때문에 그 끝이 어디인지는 더더욱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980년대 번역 시 선집이 출간된 이래 시집은 독자들이 접할 기회가 있었으나 시론은 여전히 미답의 영역이다. 방대한 미학 서를 남긴 브레히트의 이론서 중에는 《불규칙 리듬의 무운시(無韻詩)》 등 시(장르)에 대한 오랜 성찰이 담긴 이론서들이 있을 뿐 아니라,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오직 점증하는 혼돈 때문에〉 등 시(장르)에 대한 성찰을 시로 쓴 메타 시도 여러 편 있다. 이 책은 그의 저술 중 시에 관한 이론적인 글을 모았다. 편역자 이승진은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교에서 브레히트의 시집 《도시인을 위한 독본》에 대한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브레히트 연구 논문만 40여 편을 발표한 브레히트 전문가다. “독자들은 시를 무의미하게 처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가 시를 대하는 태도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여기서 ‘처먹는다’는 것은 시를 작가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 정서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그 수용을 위해 작가 개인의 주관적 정서와 동일하게 자신의 감정, 정서를 조율시키려는 독자의 수용 태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태도에는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것이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이러한 의미로 시는 무비판적으로 ‘처먹히는’ 것이다. 브레히트가 사는 시대는 그가 말하듯이 “굶주림이 휩쓸고 있던 혼돈의 시대”이며 또한 “반란의 시대”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운을 맞추고 규칙적인 리듬을 사용하면서 현실의 “조화롭지 못한 모습(…)을 마치 없는 일처럼 중화하는 것”이 자신의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다시 말해 “인간 사이의 일들을 모순에 가득 찬 것으로서 투쟁에 광분하고 있는 폭력적인 것으로서 보여 주려” 시도했으며 그 결과 그는 불규칙한 운율 형식을 사용하고 또 시행에 (각)운을 주지 않았다. 또 그는 시가 힘이 있으려면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이러한 생각에서 ‘시의 꽃잎을 뜯어낸다고 부를 수 있는 냉정한 논리의 도입’에 대해 반감이 있는 사람들에게 “비판적인 태도 없이 예술을 참되게 즐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를 접할 때 판단력을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장미의 잎을 모두 뜯어내 보아라, 그래도 그 꽃잎 하나하나는 아름다울 것이다”라고 충고한다. 또한 이성적인 것을 멀리하려는 시인들에게는 “시를 쓰려는 의도가 복된 것이라면 감정과 오성은 완전한 조화를 이룰 것이다. 이들은 즐겁게 서로를 부른다. 남은 것은 당신의 결정뿐이다”라고 말하면서 시인들에게 기존의 장르관에서 벗어나, 이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을 요구한다. * 이 책은 1964년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나온 《시에 관하여(Uber Lyrik)》와 2000년 완간된 《브레히트 신전집(Große Kommentierte Berliner und Frankfurter Ausgabe)》에서 시에 대해 쓴 글을 선별해 옮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