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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단단한 생각의 말들이 이루는 공감과 울림
정은령
마음산책 202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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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머리에 머뭇거리며 말을 건네다 7
프롤로그 나는 왜 쓰는가 15

1. 안부를 묻다

걷는 사람, 내 동생 23
캐럴라인의 진짜 인생 34
순하고 질긴 사랑 39
예수님의 구운 생선 한 토막 44
어떤 망명자 49
너의 장례식엔 라일락을 56
지도교수, 존 59
내가 나여서 미움받을 때 69
단단한 슬픔 74

2. 귀한 시간

겨우살이 채비 81
세 번 생각하고 백 번 인내 85
미안해 92
가을 산책 97
듣는다는 일 100
딸이 짐 싸는 날 104
짜장면과 탕수육 108
엄마 노릇 112
사랑과 자유 117
바람이 전하는 말 122

3. 잃어가며 읽고 쓰기

식탁 위의 시간 129
인간은 연약한 것에 삶을 건다 136
미화 없는 자화상 142
작가의 말 146
레닌, 밀, 스피노자 149
싸늘한 골몰이 좋다 156
글이 달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라고 160
백석을 읽는 밤 167
열정 172
시간은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 177
심장에 남는 것 183

4.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191
아버지의 고독 195
유랑의 시대와 환대 199
지상에서 한 집배원이 소리 없이 사라져간다 203
여자 나이 50, 여자를 만나다 207
달려라, 여자들 211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때 215
사과는 바나나가 아니다 219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223

에필로그 길 227

저자 소개 1

정은령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로, 현직 언론인과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미래 세대를 교육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으며,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을 지냈다. 책으로는 《팩트체크 저널리 즘》(공저), 《허위정보와 팩트체크 저널리즘》(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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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48g | 135*205*20mm
ISBN13
9788960906860

책 속으로

나이를 먹어가며 알게 된 것은, 내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내가 목청 높여 무엇을 주장할 만한 주제가 못 된다는 자기응시를 하면서 글을 쓰는 일은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글을 쓰는 동안 나는 희미하지만 질긴 끈으로 나와 연결되어 있는 타인의 삶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 p.8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로 공명될 수 있는 한 대목이라도 있기를 바란다고. 그래서 우리가 만나지 않더라도 어떤 풍경을 함께 보는 잠시의 순간이라도 나눌 수 있기를, 그것이 당신에게 깊이 내쉬고 들이쉬는 한 숨이라도 될 수 있기를 감히 소망한다고 말하고 싶다.
--- p.10

목격자가 된다는 것은 도망칠 수 없다는 뜻이다. 무서운 것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아무리 달려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꿈처럼, 나는 내가 목격한 것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 침묵을 지키며 보지 않은 척한다 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해도, 무엇인가를 본 이후는 그 이전과 같지 않다.
--- p.16

나는 달랐다.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은 삶이 곡진할수록 그 깊은 사연을 옮기기에 어눌하며, 글은 곧잘 더 말하거나 덜 말함으로써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데 실패한다고 생각했다. 잘 잊지 못하면서도, 잊지 못하는 것들을 기록하지 않았던 것은 말과 글이 도달하려는 것에 결코 도달하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p.18

내게 글쓰기는 오롯한 목표였던 적이 없다. 글을 쓰고 싶어서 글을 썼던 적도, 글쓰기가 행복했던 적도 없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외면하지 못해서이다.
--- p.19

장남 장손이 중요한 집안에서는 잘난 딸이 반갑기는 하지만, 그 딸보다는 아들이 더 잘나야 했다. 나와 동생은 그렇게 늘 붙어 있으면서 비교되는 존재였다. 나의 나다움, 동생의 동생다움은 그 자체로 온전한 것이 아니었다.
--- p.27

“잘될 거야”라는 말이 고민하는 사람 앞에는 오히려 무성의한 격려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걱정을 아무 말 없이 그냥 듣기만 했다.
--- p.39

남편의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한 여자 대 한 여자로서 시어머니를 생각하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페미니즘도 휴머니즘도 말해본 적 없는 분이시지만, 자기 인생의 어쩔 수 없는 인연으로 만난 또 한 여자를 당신의 방식으로 도와주셨다는 것이 뒤늦게 느껴져서…….
--- p.43

나를 위해 울어주어서는 아니다. 나여서 울어준 것도 아니다. 그의 눈물은, 약한 것들에 대한 공감에서 나오는 인간의 한 지극한 표현이라는 것을 나는 마음으로 읽었다.
--- p.70

각자의 존재가 그 자체로 인정받을 때 사람은 자신의 최대한을 실현하며 살 수 있다.
--- p.74

삶의 어떤 곡진한 순간에 있는 사람은 침묵으로라도 말을 한다. 다만 누구라도 들어주었으면 하는 그 간절한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일 뿐. 들으려고 한다면, 풀잎이 스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들으려고 한다면, 침묵도 들을 수 있다. 들으려고 한다면, 차마 말이 되지 못하는 울음도 들을 수 있다.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듣겠다는 뜻이 간절하면, 흘리는 한숨이라 해도 알아들을 수 있다.
--- p.106

그러나 때론 아주 조그마한 진실이라도 다 걸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 p.144

세상의 아흔아홉 사람이 슬퍼하는데, 나만 행복하거나 기쁠 수는 없다고, 나는 너무나 그렇게 선택받은 사람으로 살아왔다고……. 죄책감 없이 행복이나 충만 같은 단어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 p.181

대단한 일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타인의 고통에서 눈을 돌리려 하지 말아야 하고, 울음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지를 찾아봐야 하고,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도 그 규범을 저버리고 살아갈 수는 없을 거야. 그건 분명 내 일부이니까.
--- p.184

나를 끌고 왔던 알 수 없는 힘이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보이니, 이 여행의 종착점 가까이 왔다는 신호가 아닐까.
--- p.186

오늘 내가 타자에게 베푸는 환대는 미지의 어느 날 내가 혹은 내 후대가 이 세상 어딘가를 유랑하는 타자가 되었을 때 받기 원하는 대접에 다름 아니다.

--- p.206

출판사 리뷰

“내게 글쓰기는 오롯한 목표였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외면하지 못해서이다.”


저자는 19년간 신문기자로서 글을 썼고, 연구자가 된 지금은 기자협회보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일종의 ‘공적인’ 글을 주로 써온 셈이다. 그의 글은 일간지 칼럼 연재 당시 명칼럼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의 1~3부는 대부분 ‘사적인’ 기록들로, 미국 유학 시절, 모국어를 그리워하며 꾹꾹 눌러 적은 글들을 묶었다. 부모님과 남동생, 외삼촌의 죽음, 자녀의 성장 등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부터 유학 생활 동안 다양한 책을 읽고 공부하던 나날, 괴짜 지도교수를 만난 일 등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또한 언론인으로서 사회에 대한 관심도 진지하게 드러난다. 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를 만난 날, 저자는 자식을 앞세운 그의 슬픔을 감히 가늠하기 어려워한다. 다만 김미숙 씨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연대하며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수정처럼 맑고 단단한 슬픔은 어둠에 모든 것이 묻힌 세상을 비춘다. 아들이 스러져간 어둠 속의 터널을 김미숙 씨는 그렇게 밝히고 있다”라고 그를 쓰고 기억한다.

자식을 앞세운 마음을 나는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다른 곳도 아닌 일터에서 가족을 잃은 억울함을 나는 감히 헤아리지 못한다. 김미숙 씨는 그 지옥에서 “용균아 내가 너다”라며 살아가고 있다. 아들의 사고 현장을 찾았을 때 동료들을 향해 그가 절박하게 외친 말은 “빨리 나가. 여기서 나가야 한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다”라는 것이었다.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되었을 때 그가 한 다짐은 유가족으로서 유가족을 돕겠다는 것이었다. _77~78쪽

이렇듯 저자가 줄곧 관심을 갖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이다.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나의 안위에 관심이 넘쳐나는 시대에, 묵직한 울림을 준다.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로 공명될 수 있는 한 대목이라도 있기를 바란다고. 그래서 우리가 만나지 않더라도 어떤 풍경을 함께 보는 잠시의 순간이라도 나눌 수 있기를, 그것이 당신에게 깊이 내쉬고 들이쉬는 한 숨이라도 될 수 있기를 감히 소망한다고 말하고 싶다. _10쪽

“타인의 고통에서 눈을 돌리려 하지 말고, 울음을 멈출 방법을 찾아보는 것”
매일 쌓아 올리는 공감에의 노력


저자는 쉽사리 자신감을 보이거나 확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저자가 머뭇거림 속에서도 끝내 글을 쓰는 이유는, 쓰는 동안 타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의 4부에 묶인 그의 칼럼들은, 사회로 향하는 시선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사회적 사안에 대해 곧바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일상적인 것에서 생각의 씨앗을 발굴해내 이를 확장시킨다. 가령 축구선수 메건 러피노와 육상선수 양예빈을 보며 운동하는 여성의 몸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불법촬영 등 폭력의 온상이 된 여성의 몸에 대한 서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아간다. 또한 제자인 이십대 J씨에게 답장을 보내는 글에서는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현재 소위 ‘기득권’이 된 세대인 자신을 성찰한다. 저자는 “지금도 저의 친구들 대다수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불리는 일에 강하게 반발합니다”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득권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러한 성찰에서 출발한 생각은,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서로가 선 자리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인식에 이른다. 자신이 선 자리에 대한 솔직한 인정은 청년을 비롯해 사회의 약자들과의 대화를 열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내 편은 선이고, 상대는 악의 영역에 있으며 듣기 싫은 이야기는 차단해버리면 그만이라는 세상에서 흘러 다니는 이야기들은 뻔하고 겹이 얇다. 그렇게 얄팍한 이야기들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지 못한다. _226쪽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외면하지 못해서” 글을 쓴다고 이야기했다. 무언가를 목격한 이후에는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글 쓰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이는 글이 가진 힘을 의식하고, 그것이 혹여 타인을 해하는 칼날이 될까 두려워하는 마음과 닿아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쓰인 그의 문장들은 못내 미덥다. 이 책을 읽으면 어려운 시대에 나와 타인의 안녕을 비는 일의 귀함을 새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추천평

시시각각의 체험은 이내 흩어진다. 글로 써내기 전까지는, 경험은 좀처럼 자신의 일부가 되지 않는다. 자꾸 흩어지기만 하는 자기 삶의 조각들을 거두어 투명한 병에 담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은령 선생님의 책을 권한다. -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공부란 무엇인가』 저자)
정은령의 글은 나직하고 유순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주장도, 요란스러운 선동도 없다. 그의 글은 가랑비처럼 내려앉아 서서히 스며들고 끝내 마음 가장 깊은 곳을 적신다. “목격한 것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어서”, “그 얼굴과 풍경들을 차마 잊을 수가 없어서” 써 내려간 그의 글을 읽으며 윤동주의 시가 떠올랐다. 80년대의 청춘을 자랑스러운 무용담으로 소비하는 이들에게선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 정은령이 기억하고 기록하는 ‘순하고 질긴 사랑’의 이야기가 귀하다. - 이진순 (재단법인 ‘와글’ 이사장.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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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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