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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게 억지스러운
콜센터 상담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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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 전화기 너머에 사람이 있어요

1부
당신이 콜센터에 면접을 보러 간다면
우리는 거기 직원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전화를 먼저 끊은 죄
헤드셋의 한계
1을 손해 보고 100을 달라는 당신에게
친절하지 않은 미연 씨
젊은 꼰대에게는 AI를 권합니다
하루 8시간 3개월 이상 버틴 상담사의 1년

2부
봄, 선물의 시절
코로나와 수해가 만든 택배 대혼란의 시대
여름, 에어컨을 제때 받고 싶다면
당신의 주소는 실존합니까
가을, 미리 사세요. 직접 사세요, 제발
끼인 존재, 상담사
겨울, 따뜻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상담사를 고발하고 싶은 당신에게

3부
혜지 씨가 텔레마케팅을 그만둔 이유
대출을 팝니다
당신의 정보를 수집해야 인센티브를 받는답니다
‘연차를 사용해줄 수 없습니다’
상여금 200퍼센트의 진실
임신한 소희를 위한 배려
코로나 시대, 위기의 상담사
선영이가 다시 콜센터로 돌아온 이유

저자 소개1

콜센터 상담원

관심작가 알림신청
 
여느 대학생처럼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자 알바를 시작했다. 그게 콜센터였고 상담원이었다. 어쩌다 알바가 직업이 되었고, 10년 넘게 콜센터에서 상담사로, 관리자로 일해오고 있다. 상담사가 일하는 다양한 업종 중에서도 주로 홈쇼핑, 소셜커머스 같은 유통회사 콜센터에서 일했다.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남의 말을 듣고, 말하는 태도를 접하고, 또 주로 잘못 아닌 일에 사과를 하다 보니 말과 사람, 세상에 대해서 조금은 깨달은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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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37쪽 | 302g | 138*200*14mm
ISBN13
9791188605217

책 속으로

명백하게 실수를 했으면 사과를 하면 된다. 그런데 자기잘못도 아닌 일에 수그리고 사과하고, 또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하는 예상치를 넘어 과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일은 일상생활에서 흔하지 않다. 잘못에 합당한 사과면 족하다. 그런데 콜센터에서는 이렇게 무슨 일이건 사과부터 요구하고 잘못에 비해 훨씬 큰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그 또한 신기한 것이다.
--- p.50

콜센터 근무 경력이 오래된 친구들 중에는 먹방이라는 장르를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 쩝쩝거리는 소리를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고객이 뭘 먹으면서 전화를 거는 경우도 많아 생긴 직업병이랄까. 유튜브 먹방은 먹는 소리를 아주 혐오스럽지 않게끔 하는 여러 스킬이 있어 음식 씹는 소리나 마시는 소리 등을 최대한 맛깔나게 녹음한다고는 하던데, 그래도 어쨌건 남이 뭔가를 입에 넣고 굴리는 소리인 건 마찬가지여서 일하면서 통화 중에 몇 번씩 듣는 비위 상하는 소리와 크게 다를 바 없게 들린다.
--- p.57

고객만족도 0점을 주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정말 상담사가 과실을 저질러서 그런 점수를 매겼더라도 잔인한 점수다. 그런데 0점을 주는 고객들은 보통은 이미 화가 난 상태로 전화해서 상담사가 큰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분풀이 식으로 0점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평가는 고스란히 상담사 급여에 반영된다.
--- p.70

젊은 고객들은 대체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고 하긴 했지만 개중에는 대화할 때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 자기 의도를 전달하려는 정상적인 소통이 전혀 안 된다고 느껴지는 사람들도 많다. 말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상담사가 말한 단어 한두 개에 꽂혀서 거기에 화를 낸다는 뜻이다. 고객이 응대 불만으로 클레임을 걸면 녹취를 듣고 판단한다. 그런데 이런 ‘젊은 꼰대’들은 상담사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말꼬리를 잡으면서 화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p.83

당일 배송, 익일 배송에 익숙한 한국의 소비자들이 몇 달이 지나 물건을 받아야 하는 초유의 사태. 앞서도 말했지만 1을 손해 보면 100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건이 늦게 도착한 것을 ‘손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물건을 제때 받지 못했으니 보상하라는 요구가 그렇게나 많았던 걸 보면 그렇게들 생각하는 모양이다.
--- p.116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 또 이를 두고 다퉈서 소비자가 승리한 케이스쯤이야 유통사 콜센터에서 제법 경험이 쌓인 상담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법이나 사례를 알고 있더라도 상담사는 규정에 따라 반품이 어렵다는 점을 안내해야만 한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 혹여 문제가 발생하면 상담사가 불이익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 p.147

상담사들에게는 그날그날의 ‘동의 건 할당량’이 있다. 하루에 몇 건 이상 고객의 정보를 다른 곳에 전달할 수 있게끔 고객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상담사들에게 실점이 떨어진다. 나는 그맘때 서른 건 시도해서 한 건 동의를 구한 적이 있다. 그만큼 성공률이 높지도 않다. 그럼에도 서른 번 통화를 하면서 매번 똑같은 말을 하고, 그때마다 똑같이 욕을 먹어야 한다.
--- p.193

실제로 상담사들은 이런 실적 급여 체계에 민감하다. 전화를 많이 받고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게 다 돈으로 연결되니 인센티브를 잘 받으려고 애쓴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해야 그래도 아쉽지 않을 만큼의 돈이 된다. 그렇게 민감하기 때문에 한 달 한 달 어떤 항목이 어느 정도 점수를 받고 있는지도 늘 감을 잡고 있다. 그럼 진상 고객을 여럿 만나서 언쟁을 한두 번이라도 벌인 상담사라면 지레 포기하고 만다.
--- p.210

돈을 모아놓기는커녕 그달 그달 받는 돈도 빠져 나갈 곳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늘 무일푼에 가까운 상태로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란 상상 가능한 영역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요즘 콜센터에 신입으로 취업하는 20대, 30대 여성들은 무일푼인 것만으로는 모자라 학자금 대출 같은 빚까지 진 상태로, 마이너스인 상태로 콜센터에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 p.236

출판사 리뷰

매일 접하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전화기 너머의 세계,
콜센터 상담사들의 내밀한 이야기


『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게 억지스러운』은 콜센터 상담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각종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 콜센터다. 다닥다닥 밀집해 일하는 환경 탓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수차례 발생했다. 최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고객의 갑질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자주 불거진다. 노동 조건이나 처우가 불안정한 것은 물론이고 감정노동의 최전선에 콜센터가 있다.
그런 콜센터에서 10년이 넘도록 일선 상담사로,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뉴스에는 담기지 않은, 우리가 매일 접하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전화기 너머의 세계를 책에 담았다. 상담사로서 접한 고객들 이야기, 판매사와 배송사, 고객과 회사, 그 사이에 끼인 존재인 상담사들 이야기, 정말인가 싶을 만큼 웃긴데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울분과 함께 헛웃음이 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책에 담긴 황당하고 무례한 고객들, 냉혈한인가 싶은 본사 사람들, 함께 일하는 동료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지금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직한 모습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쩐지 비현실적인 것만 같은,
그랬다면 차라리 좋겠는 말들의 풍경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통화 내용은 녹음되오며 폭언, 성희롱 등은 법에 따라 처벌을 받습니다….” 이제 여러 콜센터에서 통화대기음으로 이런 경고 문구를 안내한다. 역설적으로 고객응대근로자, 즉 콜센터 상담사들이 언어폭력에 얼마나 고스란히 노출되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뉴스에 나올 만한 명백한 폭언만 상담사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다. 빠른 배송, 환불, 반품, 교환…,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할 때 고객들은 본색을 드러낸다. 요구사항을 들어줄 때까지 통화를 끊지 않는 사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으니 화라도 풀겠다는 심산인 사람, 당장 찾아오겠다는 사람, 고발하겠다는 사람, 온화하고 합리적으로 대화하는가 싶다가도 돌변해 말꼬리를 잡는 ‘젊은 꼰대’까지, 케이스는 무궁무진하다.
읽는 사람이 부끄러울 만큼 억지스럽고 무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지어낸 이야기면 좋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른다. ‘반품 안 해준다고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까지 들들 볶으면 안 되잖아.’ 그리고 결론에 다다른다. 어떤 사람들은 ‘상담사’라는 직업, 그 일을 하는 노동자를 보통의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을 낮잡는 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친절을 잃지 않아야 하기에 상담사들은 지치고 스스로를 잃어간다.

“상담사들은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스크립트대로, 언제나 고객을 중심으로 대화하는 법을 익힌다. 그래서 갈수록 자신을 주어로 삼은 문장을 만드는 걸 힘들어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원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어떤 기분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_본문 중에서

전화기 너머에 사람이 있어요

‘아우디(아줌마들의 우정은 디질 때까지!)’라는 모임을 결성한 여성 상담사들, 웬만한 진상 케이스는 다 꿰고 있어 절대 꼬투리를 잡히지 않는 베테랑 상담사, 코로나19바이러스 탓에 재택 근무로 전환되자 돌봄과 가사와 상담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상담사들, 도저히 못하겠다며 떠났지만 또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에 돌아오는 상담사들.
저자는 콜센터의 불합리한 구조를 마냥 비난하지도, 또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냥 예찬하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지금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의외로 성격이 맞아서 중년 여성과 사회초년생 청년이 매일 같이 밥도 먹고 세상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기도 하고, 안 해본 스타일이 없어 보이는 공작새 같은 여성과 수수하고 조용한 학원 선생님 스타일 여성이 친하게 지내기도 해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재미있는 일이다.” _본문 중에서

내가 원해서 전화를 걸었든, 내가 원하지 않는 전화가 왔든 생각보다 자주 접하는 사람들이 바로 콜센터 상담사다. 저자는 이 책에 자신의 경험과 지인들의 경험들을 풀어내면서 그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바로 당신과 같은 사람이 전화기 너머에 있음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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