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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I. 한국의 몸 1. 『동의보감』 2. 백련사 극락전의 나한도 3. 『동의수세보원』 II. 몸과 마음 1. 몸과 마음 2. 심신일원론과 심신이원론 3. 사람이란 무엇인가 III. 몸의 탄생, 심장 1. 심장의 등장 2. 심장의 분화 3. 심장과 기 IV. 생명이 흐르는 몸 1. 12경맥 2. 기경팔맥 V. 수행의 몸 1. 도인의 몸 2. 호흡하는 몸 3. 방중의 몸 VI. 종교의 몸 1. 도교 2. 『황정외경경』 3. 존사수행 4. 『황정내경경』 VII. 내단수행과 몸 1. 내단의 등장 2. 환정보뇌 3. 외단과 용호교구 4. 내단 신체관 VIII. 한국의 몸, 그 의미에 관하여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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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몸 담론의 전개라는 관점에서 고찰한
한국적 몸의 연원! 몸의 탄생과 변화를 추동한 수행론과 의학의 논리는 무엇인가? 또한 수행론과 의학의 전개에서 특정 신체관이 지니는 의미와 철학적 특성은 무엇인가? 사상사적 맥락에서 보면 동아시아 몸의 여정은 주로 도가·도교의 토대 위에서 전개되었다. 수행은 동아시아의 몸을 직조한 씨줄이다. 불교는 수행론과 의학 그리고 몸의 원형이 성립된 이후에 들어왔으므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유학은 몸과의 연관성이 높을 듯하지만 실제로는 몸 담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도덕적 자아라고 할 수 있는 심(心)을 중시하면서 몸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인 기(氣)를 방기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서양의학에 대한 동양의학이라는 관점에서 탐색되거나 동아시아 의학의 전개라는 맥락에서 연구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몸도 동서양의 비교사적 또는 비교철학적 관점에서 탐색되거나 동아시아 몸의 전개라는 맥락에서 연구될 수 있다. 한국의 몸은 동아시아 몸을 견인했던 수행과 의학을 성공적으로 결합했고, 단지 선언에 그쳤던 유학이 의학의 철학이라는 구호를 실제로 구현했다. 모두 최초의 일이었다. 혹자는 수행론의 의학적 차용은 단순한 답습이라고 폄하할 수 있겠으나, 동아시아의 인간관을 보여 주는 구체적 사례로 또는 한국의 수행이 종교의 경계에 갇히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해석이다. 심장의 등장은 동아시아 몸의 탄생을 상징한다 동아시아 수행사와 의학사의 맨 처음에는 심장의 이야기가 있다. 처음에는 심장만 있었다. 심장은 신이 거주하는 신전이었다. 그러나 신은 몸을 주재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신령한 생명력이었다. 동아시아의 몸은 심장이라는 샘에서 흘러나온 생명을 담고 있는 그릇과 그곳에 담겨 있는 생명을 총칭한다. 그릇으로서의 육체는 이성으로서의 심이나 생명과 다르다. 따라서 몸과 마음은 다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육체에 담겨 있는 생명인 기는 생리적이면서 심리적이다. 동아시아의 몸은 그릇으로서의 육체와 이성으로서의 심, 그리고 심리적이고 생리적인 영역에 두루 미치는 기의 세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우리 몸에 심장을 그려 넣은 이들은 수행가다. 수행가들은 심장에 신이 머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제관이 재계하고 신의 흠향을 기원하는 것처럼 마음을 비우고 빈 마음에 신을 모셔야 했다. 이런 관념의 연원은 당연히 무속이다. 무속의 강신과 제례에 수반되는 재계라는 관념이 동아시아 수행론의 근간을 구성했고, 심장으로 상징되는 몸의 탄생을 알렸다. 서양과는 달리 신은 몸을 주재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영험한 우주적 생명일 뿐이었다. 모두가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닐 수 있었다. 신은 몸을 윤택하게 하고 예지력 같은 놀라운 지력을 선사했다. 의학의 성립은 심장을 다섯 개로 분리했다. 질병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했고 몸의 다양한 부위가 관련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학의 몸은 보다 세밀해져야 했고 몸 전체를 다뤄야 했다. 몸에 있는 기관 중 다섯 개 또는 여섯 개를 선택하고 그것을 오행에 배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10천간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2지지는 각각 태양과 달 또는 하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패턴으로 오장육부의 성립에 기본 프레임으로 작용했다. 육부는 땅의 기운인 지기(地氣) 즉 곡식의 소화와 관련된 것이고, 오장은 땅의 기운에서 뽑아낸 하늘 기운(天氣)의 저장고였다. 생명의 기운이 흐른다는 생각은 생명을 담고 있는 그릇(몸)이라는 원형에서 겨우 한 발 나아간 것이지만, 작지 않은 도약이었다. 생명의 그릇에서 생명이 흐르는 장소라는 생각으로 확장되었을 때 몸 안에 생명이 흐르는 관인 경맥이 생겨났고, 오장육부를 중심으로 직조되었던 몸은 생명이 종횡으로 흐르는 곳으로 변모했다. 이런 도약을 주도한 이들은 의학자였다. 그러나 수행자들도 수행 체험에 근거해서 특수한 맥 체계를 만들었다. 수행가들은 자신의 변화와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치료 그리고 대중 구제를 위해 수행 의학을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도교 의학이나 불교 의학이라고 불리는, 주류 의학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특수한 의학을 접할 수 있다. 수행 의학은 동아시아 의학의 주류는 아니었으나 주류 의학의 옆에서 주류 의학과는 다른 양상의 의학을 영위함으로써 동아시아 의학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기경팔맥은 수행 의학자들이 수행 체험에 근거해서 확장한 수행 의학 신체관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의학의 기본 골격은 한대(漢代)에 이미 정립되었다. 그 뒤에도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한대에 정립된 의학의 틀 내에서 초점이 옮겨 다닌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행론은 큰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는 무속 문화에서 도인과 행기 즉 호흡법이 성립했다. 이어서 다양한 이유로 방중수행이 등장했고 곧 외단이 성립했다. 위·진 시기에 갈홍은 당시의 수행을 대여섯 개로 정리·소개하면서 외단이 가장 뛰어난 수행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수은과 납 등의 중금속을 주요한 재료로 사용하는 외단은 위험한 수행법이었다. 그러다 수·당 교체기 또는 당 초기에 외단에서 내단으로의 변화가 급작스럽게 일어났다. 그러나 요지는 변하지 않았다. 몸은 단절되고 개별화된 속된 존재이자, 우주의 잉태를 모방함으로써 우주화할 수 있는 성스러운 존재다. 속과 성이 공존하는 몸, 동아시의 수행론의 신체관을 관통하는 관념이다. 내단수행이 유행한 송대 이후로는 신체관에 관한 한 더 이상의 전개는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단수행은 동아시아 수행론의 마지막 장이요, 내단수행의 신체관은 동아시아 신체관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몸, 과거와 미래 몸의 연대기는 한국의 몸에 들어 있는 몇 가지 미래적 의미를 암시한다. 먼저, 수행과 의학의 영역에서 모두 육체로서의 몸이 아니라 몸의 생명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이다. 몸의 생명력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릇 안에 은폐되었던 생명의 공명을 유도하고 그럼으로써 세계와의 연대를 회복할 수 있다. 연대감의 회복은 질병을 보는 관점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질병을 유기체의 체내에 한정하지 않음으로써 인류는 생태론적 질병관을 지니게 되고, 이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종의 번영에도 기여할 것이다. 둘째, 의학의 수행적 측면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현대의 생의학은 질병의 제거를 궁극의 목표로 삼는다. 생의학적 관점에 따르면 건강은 질병의 부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행을 강조하는 한국적 전통에서 건강과 건강 유지를 위한 노력은 단순히 질병의 예방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고양 즉 신성(神性)의 회복이라는 수행의 목적을 추구하면서 간접적으로 예방의학적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세 번째 함의는 기술적 진보와 관련되어 있다. 현대 의학의 기술적 진보는 치료와 고양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기술적 진보는 영속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도덕성을 강화하는 기술적 진보도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양을 중시함으로써 수행 문화에 기반한, 종교와 철학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큰 호소력을 지니는 한국 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동아시아 몸의 역사는 수행과 의학의 결합에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창의적이었던 한국인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