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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시드는 대지]
26장 길은 멀고 27장 재회 28장 불만의 여름 29장 변경의 낭인 30장 남매 31장 밀랍과 깃털 32장 또 다른 해후 33장 귀환의 아침 34장 귀농 35장 그들의 풍속화 36장 어머니와 딸 37장 사랑하는 사람들 |
Lee Mun-yol,李文烈,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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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훈은 담배를 태우며 새삼스레 개간지를 돌아보았다. 그 몇 달 자신의 작은 왕국으로 소중함을 되찾고 있던 그 땅이 그날따라 낯설어 보였다. 한때는 자신의 목표요 도달점이라고 믿기까지 했던 그 들판이 그저 한없이 뻗어 있는 넓은 길의 일부처럼만 느껴졌다.
--- p.36 “알지. 그런 종류의 죄는 실제로 지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의 정국에 얼마나 필요하느냐에 달렸다는걸. 그렇지만 이제는 4·19의 세례도 받았고 또 지금은 언필칭 민선 정부 아냐? 그런데 아직도 그런 일이 벌어지려고?” --- p.131 중단된 학교 공부를 이어가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뒤로 인철에게 모든 고등학생은 그대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섯 달 남짓 그가 만난 고등학생들이 반드시 모범생들만이었을 리는 없었으나 인철은 한 번도 그들이 하는 짓을 비판의 눈길로 보지 못했다. --- p.217 “그 악귀 같은 할마시가 그냥 가 버렸어. 내 가슴을 이리 갈가리 찢어 놓고. 아무려면 그래도 모녀간인데 어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옷고름을 잡으니까 그 옷고름을 뜯어 놓고 돌아서는데 정말 소름이 끼치더구나. 다 안다는 거야. 다…… 너지? 모든 걸 일러바친 건 너지?” --- p.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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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변경(邊境)』 은 총 12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이자 30여 년 동안 출간, 절판, 재출간, 그리고 다시 현재 완성작을 내놓기까지 집필부터 출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파노라마와도 같은 작품이다. 『변경』의 출간 역사를 살펴보면, 그의 나이 서른아홉에 집필을 시작하였고, 쓰기 시작한 지 12년 만에 겨우 작품을 마쳤다. 그때 그의 나이 쉰하나로 이문열의 40대가 이 작품을 쓰는 동안에 지나갔다. 『변경』이 오랜 인고의 시간을 지나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1998년 문학과지성사에서였다. 집필 기간 12년, 1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은 이문열의 집필에 대한 고뇌와 애정이 담긴 ‘필생의 역작’이라 불리며 『변경』에 대한 문학적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디지털 포퓰리즘의 첨병들과 가망 없는 진지전을 벌여야 했던 이문열은 그 우울하고 참담했던 봄날, 『변경』의 절판을 결정하게 된다. 그로부터 다시 십여 년이 흘러 이문열은 변경의 재출간을 선언하며 그 출간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80년대 없는 오늘을 상상할 수 없듯이 60년대 없는 80년대는 허구일 뿐이다. 나는 처음 80년대의 뿌리를 더듬어 보고 싶어 60년대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제 80년대를 다시 시작하려고 보니 절판시킨 『변경』의 60년대를 살려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한 세대를 넘겼으니 80년대 이야기도 지역감정과 이념의 검열에서 자유로울 때가 되었다.” 그렇게 2014년에 두 번째로 민음사 판이 출간되었고, 다시 6년이 흐른 현재 이문열의 모든 책을 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로 옮겨 내게 되면서 『변경』 열두 권도 다시 출간하게 되었다. 2021년 『변경』 완성작을 출간하는 그는 이번 책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마땅히 마지막 결정판에 걸 맞는 추고와 개보가 있어야 하나, 어수선한 세월에 탈기(脫氣)라도 했는지, 이번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내 날이 더 남아 한 번 더 온전히 손 볼 날이 있기를 빌며 여전히 불만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알에이치코리아 『변경』을 다시 세상으로 띄워 보낸다.” 『변경』의 집필을 시작한 지 30여 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내놓는 이 책은, 그동안 표현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수정에 수정을 더하고, 사투리 등 어려운 말은 순화해 넣었으며, 한 개 장(章)의 순서를 바꾼 완성의 완성작이다. 5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격동의 60년대를 살아간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의 정치경제, 사회문화 속 이면을 들여다본 거대한 파노라마 이문열이 말하고자 하는 ‘변경’이란 무엇인가.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변경’은 시간적이기보다는 공간적 개념으로 거창하게 말하면 일종의 지정학적 장(場) 이론에 거칠지만 통시적인 제국주의론을 얼버무린 나 나름의 시대 인식 틀이다. 얼핏 보면 정적이고 닫혀 있는 듯하지만 적어도 50년대에서 80년대까지 한 세대 우리가 헤쳐 온 세계를 조망하는 데는 매우 유용한 인식 틀일 수도 있다. 그 세월 분단된 이 땅의 남과 북은 각기 아메리카와 소비에트 두 제국의 가장 끄트머리 변경이 되어 두 제국의 이념적 우위를 선전하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전시장으로 기능했다.” ‘변경’의 상황에서 월북을 선택한 아버지, 그리고 남한에 남아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족. 그들은 연좌제라는 업보와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기 힘든 고통스러운 삶 속 세 명의 주인공 명훈, 영희, 인철의 이야기가 『변경』에 주효하게 담겨있다. 4.19와 5.16 등 시대적 상황을 조명하는 등 우리 시대의 60년대 정치경제, 사회문화에 내재된 부조리를 엿볼 수 있다. 이문열의 변경은 총 3부로 『1부 불임의 세월』 『2부 시드는 대지』 『3부 떠도는 자들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태생부터 그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던 주인공들의 인생을 통해 부조리한 시대를 읽는, 이문열의 역작 중의 역작 『변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