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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피라네시
2부 나머지 사람 3부 예언자 4부 16 5부 밸런타인 케털리 6부 파도 7부 매슈 로즈 소런슨 |
Susanna Clar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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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 있는 동안 세상을 최대한 널리 탐사할 작정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서쪽으로는 구백예순째 홀, 북쪽으로는 팔백아흔째 홀, 남쪽으로는 칠백예순여덟째 홀까지 가 보았다. 홀이든 현관이든 계단이든 통로든, 조각상이 없는 곳은 없다. 나는 특정 홀 안에서는 조각상들 크기가 대체로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홀들끼리는 조각상들 크기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홀에 있는 조각상은 인간 크기의 두세 배는 되는데 어떤 홀에서는 인간 크기와 비슷하고, 또 어떤 홀에서는 내 어깨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물에 잠긴 홀들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그러니까 십오에서 이십 미터는 되는 조각상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예외다. 집 바깥에는 천체들만 있다. 해와 달과 별들.
집은 헤아릴 수 없이 아름답고, 무한히 자애롭다 --- 1부 「피라네시」 중에서 “잘 듣게. 내게 한 가지 약속해 줬으면 좋겠네.” “물론이죠.” “미궁에서 누군가를 혹시라도 본다면―자네가 모르는 사람 말이네―그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 주게. 반드시 숨어야 하네. 그 사람에게서 물러나게.” “아, 하지만 그러면 얼마나 큰 기회를 날려 버리게 될지 생각해 보세요! 열여섯째 사람은 분명 우리한테는 없는 지식이 있을 거예요. 세상의 더 먼 곳들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을 거라고요.” “뭐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열여섯째 사람이라니?” “저도 ‘열여섯째 사람’이라는 호칭이 좀 성가시다고는 생각해요. 원한다면 짧게 ‘16’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죠. 요지는 세상에 관해 우리가 모르는 정보가 16에게 있다는 거고, 따라서….”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자네는 몰라. 우리는 이 사람한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단 말이네.” “정말 세상에 열여섯째 사람이 있는 거군요? 왜 한 번도 그 얘기를 안 하신 거죠? 굉장하군요! 축하할 일이에요!” “아니네.” 그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야, 피라네시. 이게 자네한테 중요한 일이라는 거 나도 알고, 이런 얘기를 털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유감스럽네. 하지만 이건 축하할 일이 아니야. 정반대지. 이 사람, 16은 나를 해치려고 하네. 16은 내 적이야. 그러니까 자네의 적이기도 하지.” “아!” 외마디를 내뱉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 2부 「나머지 사람」 중에서 모든 것이 전환되었다. 어찌된 노릇인지 세상이 멈춰 버린 듯했다. 베를리오즈는 합창 중에 뚝 끊겼다. 내 눈꺼풀은 아직 덮여 있었지만 어둠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더 회색빛이고 더 차가웠다. 공기도 더 차갑고 습하게 느껴지는 것이 꼭 안개 속으로 떨어진 듯했다. 나는 혹시 어딘가에 문이 활짝 열려 버리지는 않았나 생각했지만, 그와 동시에 거리의 소음도 멈췄으니 이런 생각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광대한 빈 공간 같은 소리가 났고, 사방에서 물결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벽을 때리고 있었다. 나는 눈을 떴다. 어떤 광대한 방에 벽이 사방에 솟아 있었다. 미노타우로스 조각상들이 나를 굽어보았는데, 커다란 몸집으로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고 거대한 뿔은 허공으로 치솟았으며 동물 같은 얼굴은 근엄하면서도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눈을 돌렸다. 그는 웃고 있었다. “되돌려 놔!” 내가 그에게 비명을 질렀다. 그는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그는 웃고, 웃고, 또 웃었다 --- 5부 「밸런타인 케털리」 중에서 나는 래피얼이 미궁에 자주 돌아간다는 사실을 안다. 가끔은 나와 같이 가고, 가끔은 그녀 혼자서 간다. 그곳의 고요함과 홀로 있음에 강하게 끌리는 것이다. 그 안에서 래피얼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찾고 싶어 한다. 그것이 걱정스럽다. “사라지지 마세요. 사라지지 마시라고요.” 내가 엄하게 말한다. 래피얼은 슬픈 듯,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안 그래요.” 그녀는 말한다. “우리 둘이 상대방을 계속 구해 줄 수는 없어요. 웃기는 일이라고요.” 그녀는 웃음 짓는다. 그것은 슬픔이 조금 묻어나는 웃음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같은 향수를―내가 그녀에 관해 가장 먼저 알았던 것―뿌리고 그 향을 맡으면 나는 아직도 햇빛과 행복을 떠올리게 된다. --- 7부 「매슈 로즈 소런슨」 중에서 |
“당신은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나요?”
환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모험, 아름다운 문장과 마법 같은 서사, 전율을 이끄는 캐릭터의 향연, 판타지의 통념을 깨는 강렬한 반전! 그의 이름은 ‘피라네시’. 피라네시는 돌로 만들어진 기묘한 미로 공간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다. 그 공간은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고, 벽은 거대한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발밑으로는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바닷물로 채워져 있다. 피라네시의 일과는 특별할 게 없다. 땔감으로 사용할 해조를 찾아 말리고, 낚시를 해 허기를 달래고,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방들을 답사하고, 그날의 일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는 아직 자신밖에 발견하지 못한 그 광활한 공간에 ‘나머지 사람’이 일주일에 2번 그곳을 방문한다. 이 세계의 비밀을 풀고 위대한 지식을 찾으려는 ‘나머지 사람’은 피라네시가 믿고 의지하는 유일한 친구다. 피라네시는 ‘나머지 사람’을 도와 이 미로의 구석구석을 탐험한다. 그러던 어느 날 ‘16’이 침입하고, ‘나머지 사람’은 ‘16’이 피라네시를 죽이고 이 평화로운 세계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경고한다. 피라네시는 ‘16’으로부터 벗어나 이 세계를 온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이 세계에 숨어 있는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데뷔작으로 휴고상을 수상한 수재나 클라크가 16년 만에 낸 장편소설이라는 사실만으로 전 세계 SF 팬들을 설레게 했던 《피라네시(PIRANESI)》가 드디어 한국에 출간되었다.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즉시 〈뉴욕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21년 Women’s Prize for Fiction 상을 수상했다. 현재(2021년 10월 말 기준) 2021년 월드판타지어워드 베스트 노블(11월 발표 예정), 2021년 휴고상 최종 후보(12월 발표 예정)에 올라 있다. “가장 SF다운 SF를 쓰는 작가”로 알려진 소설가 김보영이 “아름답다. 경이롭도록 아름답다. 오랜만에 현실을 온전히 떠나 다른 세계에 다녀왔다”라고 평가한 《피라네시》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는 매혹적인 SF 소설이다. 기억을 잃은 채 기묘한 세계에 갇힌 주인공 ‘피라네시’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책장을 넘길수록 더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일어나며, 결말을 향할수록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충격과 반전의 순간들이 연속되어 독자들을 책에 몰입하게 한다. 현실의 세계인지, 가상의 세계인지 알 수 없는 미궁의 공간과 그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순수한 인간, 그의 곁을 지키는 미스터리한 인물,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침입자. 독자들의 예상을 비웃듯 치밀하게 드러나는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은, 역시 수재나 클라크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만큼 감탄을 자아낸다. 고전 판타지의 반열에 오를 새로운 작품이 등장했다! 한 편의 영화처럼 지나가는 꿈 같은 모험의 시간! “이 소설은 당신의 마음과 영혼을 벼락처럼 때릴 것이다.” 시간도, 공간도, 현실성도 사라진 듯한 미로의 공간은 낯선 침입자 ‘16’에 의해 급격한 리얼리티를 갖게 된다. ‘16’은 ‘피라네시’를 뒤쫓고 ‘피라네시’는 ‘16’을 피해 도망 다니며, ‘나머지 사람’은 ‘16’을 살해하기 위해 덫을 놓는다. 이 긴장감 넘치는 서사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처럼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몇 달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아직도 거의 매일 이 책을 생각한다”라고 《스테이션 일레븐》의 저자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은 평가했는데, 이 작품 《피라네시》는 탁월하고 새로운 환상세계로 들어가는 모험이자, 동시에 길을 잃고 헤매는 누군가를 구원해주는, 인간의 삶을 깊이 성찰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단순한 장르 소설을 탐닉하는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전 세계, 남녀노소를 불문한 독자들을 열광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피라네시》는 수재나 클라크가 처녀작 《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2005년 출간) 이후 오랜 투병생활을 이겨내고 써 낸 작품이다. 저자는 꽤 긴 시간 동안 집에 틀어박혀 외부와 차단된 채 무기력한 생활만을 반복하는 와중에 이 책에 대한 구상을 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수재나 클라크는 이 책을 통해 세상에서 유리된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투명한 영혼을 가진 이들을 향한 응원과 바람을 곁들여서. “조수가 홀들에 범람하듯이 애끓는 슬픔으로 흘러넘치게 한 뒤 반짝이는 선물들을 남겨준, 풍성하고, 경이롭고, 가슴 아픈 기쁨과 달콤한 슬픔으로 가득한 작품”(〈뉴욕 타임스〉 북리뷰)인 소설 《피라네시》를 읽고 나면 독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가만히 돌아보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눈을 감고 상상해보라. 하얀 벽들과 부서진 조각상들, 발밑에서 들려오는 파도와 범종 소리처럼 들려오는 바람소리, 쏟아질 것처럼 수놓아진 밤하늘의 별과 고고하게 빛나는 달, 그 위로 자유로이 날아가는 새들, 그리고 그곳의 가장 높은 곳에서 홀로 앉아 아주 먼 어딘가를 고요하게 응시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곳은 어디이고, 또 이곳은 어디인가? |
아름답다. 경이롭도록 아름답다. 오랜만에 현실을 온전히 떠나 다른 세계에 다녀왔다. 실체를 가진 환상의 공간. 생명력이 넘치는 인공의 건축. 그러기에 홀로 고립되어 있어도 충만하고, 세상이 나와 함께 하니 그것으로 다 좋다는 감각. 나는 책을 덮은 뒤에도 며칠이나 시각적인 환영에 빠져 있었다.
수재나 클라크는 고대의 장인처럼 웅장한 전당을 설계하여 당신을 던져 넣는다. 이 세계는 전체가 건축이며 미궁이다. 당신은 책을 펼치자마자 과거도 미래도 다른 삶도 없는 신화의 주인공처럼 미로를 탐사할 것이다. 곧 작가가 세계의 비밀을 알려주겠지, 하는 기대가 한껏 커질 무렵, 해답 대신 미스터리가 해일처럼 덮쳐든다. 그때마다 당신은 놀라 기록을 뒤지고 날짜를 세고, 지나온 곳을 반추하며 미스터리를 풀려 애쓸 것이다. 진실이 연이어 뒤집히고 자신과 모두를 의심하는 아픔 속에서도, 오직 세계의 아름다움만이 그대를 위로하리니. - 김보영 (소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저자) |
고전 판타지의 반열에 오를 작품! - 론 찰스 (CBS 선데이 모닝 북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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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나 클라크가 마법으로 소환한 세계는 이 얼마나 빼어난가. 이 얼마나 착착 드러나는 전개인가, 이 얼마나 순수한 주인공과 이 얼마나 도덕적으로 추잡한 조연인가. 이 얼마나 아름답고 긴장감 넘치며 절제되어 있으면서 흠잡을 데 없는 결말인가. 《피라네시》는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그 안이 훨씬 더 커다란 정교한 퍼즐 상자다. - 데이비드 미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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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고 마음을 홀리는 미스터리로 한 쪽 한 쪽 부드럽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건네 줘서 그 사람도 스스로 그 비밀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 작품이다. 사람들에게 잊힌 해변에 쓸려와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보물이다. - 에린 모겐스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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