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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보릿고개(1945년 4월) 명이로 목숨을 잇고 독섬 가제바위 아기 가제의 미소 다시 만난 그 아이들(1945년 6월) 할아버지의 서당 불령선인 조선 사람이라는 죄 위험해도 해야 되는 일(1945년 8월) 금동이를 만나다 금동이 헤엄치다 무조건 항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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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는 우리나라 독도에서 서식하던 바다사자의 다른 이름이다.
‘가제’는 울릉도 사람들이 불렀던 바다사자의 이름이었으며 요즘에도 울릉도 어르신들은 독도를 ‘독섬’, 강치를 ‘가제’라고 부른다. 강치에 대한 많은 신문 기사와 티브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큰 울분이 느껴졌고 꼭 이 이야기를 동화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더구나 이 이야기는 나날이 경종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생물종 다양성 보존’과 ‘자연환경 보전’의 문제이므로 더더욱 책으로 펴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이 동화에서는 울릉도 마지막 훈장인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 금화와 함께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일본에 끝까지 저항하고, 독점권을 가진 일본인에 의해 무차별 포획되어 그야말로 이제는 그 개체 수가 얼마 남지 않은 강치들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이 동화를 통해 현대의 어린이들에게 ‘생물종 다양성 보존’과 ‘자연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게 하고, 강점기 일본인들이 우리 조선에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를 생생히 체득하게 하고자 한다. --- 「머리말」 중에서 섬에 가까이 가자 자갈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둥글둥글한 왕자갈들이 하얀 포말에 부서지고 있었다. “아무도 없죠. 없는 게 확실하죠?” 송화 남편이 긴장한 얼굴로 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없어.” 할아버지도 경계하는 눈빛으로 사방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독섬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섬이라 해산물의 종이 다양하고, 그 크기는 물론 품질도 매우 우수했다. 그래서 조선 사람도 그렇지만 독점권을 갖지 못한 일본 사람조차 독섬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독점권이 있는 일본 어부가 드나들지 않는 시기를 노려, 다른 일본인 어부가 슬며시 다녀가는 일은 흔했다. 그렇지만 그는 일본인이었고, 조선 사람과 일본 사람이 마주치는 일이 생기면 언제나 일본인이 유리했다. 조선사람 입장에서는 어떡하든 일본 사람은 피하는 게 좋았다. 송화 남편도 그런 상황을 걱정하는 거였고, 만약에 그들이 먼저 와 있으면 재빨리 배를 돌려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 pp. 34~35 「독섬 가제바위」 중에서 “금동아, 빨리 나아. 꼭 나아야 돼.” 금화가 아기 가제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자, 이제 우린 어서 가서 하던 일이나 하자.” 할아버지가 금화가 안고 있는 아기 가제를 받아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기 가제의 어미도 그렇고, 다른 아기 가제들의 어미들도 처량한 울음소리를 내며 사람들이 어서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미야, 봐라. 네 새끼 치료해서 여기 내려놓고 간다. 잘 키워라!”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하며 아기 가제를 내려놓고는 송화 남편이 기다리는 배로 걸어갔다. 금화도 서둘러 따라갔다. 송화와 복희도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돌아가면서 보니 어느새 어미 가제들이 바위 위로 올라가 새끼들을 돌보느라 부산을 떠는 중이었다. “저기 좀 보려무나, 금화야.” 할아버지는 큰가제바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돌아보니 금동이 어미가 할아버지와 금화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고맙다.’ ‘잊지 않겠다.’고 하는 듯 고개를 자꾸 까딱거렸다. --- pp. 52~54 「아기 가제의 미소」 중에서 “많이 힘드셨죠?” “내 몸이 이렇다 보니 힘이 들긴 했지. 그래도 그자들이 나한테 직접적으로 못된 짓을 한 건 없어. 그냥 날 거기 잡아 두기만 했던 거야. ‘한 며칠 고생 좀 해 보고 앞으로는 조용히 살라.’는 경고 같았어.” “어쨌거나 그만하기에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지만 결국 불령선인의 멍에를 씌워 지금부터는 훈장님을 관리하겠다는 말 아녜요.” 할아버지가 차가운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렇지. 내 나라를 잃지 않았다면, 내가 일본 사람이라면 죄가 되지 않는 건데. 내가 ‘조선 사람이라는 죄’, 그게 큰 거지.” “그러네요.” 할아버지의 공식적인 죄는 여럿이었다. 불령선인이라는 큰 죄목 아래 몇 개의 작은 죄목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일본의 내선결혼 권장을 비판한 죄, 폐쇄된 서당을 몰래 운영한 죄, 일어를 가르치라는 말을 거스르고 조선말을 가르친 죄, 일본 정부의 가제잡이 정책을 험담한 죄 그리고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선의 아이들에게 뿌리 깊게 심어준 죄…. --- pp. 99~100 「조선 사람이라는 죄」 중에서 “우리 금동이는 아직 헤엄도 못 치잖아요. 아까도 그랬는데, 저 사람들이 갔을 때 그때도 혼자 남았다가 잡혀가면 어떡해요. 어흐으윽~!” 송화 남편이 손가락으로 입술을 눌러보였다. 그러면서 다른 손으로 가제바위를 가리키고 배를 가리키는 시늉을 해보였다. 가제바위로 가 금동이를 데리고 와서는 배 안에 숨겨놓으면 될 거 아니냐,는 말이었다. “시간 없어. 얼른 갔다 와야 해.” 송화 남편이 서두르며 배로 갔다. 금화도 눈물어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갔다. (중략) “어서들 가. 여기서 이러다간 너희들 다 죽어.” 중얼거리듯 말하며 작은 자갈을 몇 개 주워 가제들이 있는 쪽으로 휙휙 던졌다. 송화 남편이 가제들을 상대하는 사이, 송화와 복희가 배를 자갈밭 위로 끌어올렸다. 금화도 낑낑대며 뒤에서 밀었다. 배로 올라간 송화가 금동이를 작은 항아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구석으로 끌고 가 그 위를 짚으로 덮었다. “아윽아윽~!” 금동이는 영문도 모른 채 계속해서 울어대기만 했다. “형부, 저기.” 금화가 손으로 바다를 가리키며 금동이가 든 항아리를 가리고 섰다. 일본 사람들을 태운 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가제들이 큰가제바위 쪽으로 바삐 달아났다. 금동이 어미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멈칫거리다가 따라갔다. --- pp. 124~126 「금동이를 만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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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아, 무럭무럭 커서
다시 너희들 세상을 만들어. 나랑 약속해.” 열두 살 금화는 울릉도 마지막 훈장인 할아버지와 둘이서 산다. 떼배(뗏목) 사고로 부모님이 죽고 언니인 송화도 결혼해 집을 떠나자 둘이만 남게 된 것이었다. 일본에 의해 서당이 강제 폐쇄되어 살 길이 막막해진 금화네는 할아버지의 애제자와 혼인한 송화네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간다. 송화는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이 드는 두 가정을 위해 낯선 물질까지 배운다. 하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송화의 남편은 ‘입도금지령’이 떨어진 독섬(독도)으로 건너가 미역을 채취하자고 말한다.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가젯값이 폭등하자 일본이 독섬 가제를 잡아가기 위해 입도를 금지시키고, 한 일본인에게 독점권을 주었던 것이다. 삼짇날, 해신제로 섬 전체가 떠들썩해진 시각 금화와 송화네는 몰래 건너간 독섬에서 가제의 실상을 발견한다. 독섬에는 오래전부터 가제가 많았다. 조선 사람들은 가제를 잡지도 먹지도 않았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남획해 일본 연안에서 가제가 사라졌다. 이제는 조선 독섬 가제도 잡아가기 시작했다. 부쩍 줄어든 가제 수에 씁쓸해하던 금화네는 우연히 바위 사이에 끼인 아기 가제를 구해 주고 다친 앞다리를 치료해 준다. 금화는 아기 가제에게 금동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다시 어미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튼튼히 자라 이 바다 저 바다를 헤엄칠 수 있기를 바라며. 『할아버지의 종이상자』, 『왕녀 운모』, 『의병과 풍각쟁이』 등 역사동화 창작에 정진해 온 한은희 작가가 쓴 새로운 장편역사동화이다. 이번 책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에 의해 무차별 포획되어 멸종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버린 독도 강치에 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강치는 독도에서 서식하던 바다사자를 말하며, 울릉도 어르신들은 요즘에도 독도를 ‘독섬’, 강치를 ‘가제’라 부른다. 독도 서도 부근에는 ‘큰가제바위’와 ‘작은가제바위’가 있다. 그런 지리적, 역사적 사실을 볼 때 강치보다는 가제라는 호칭이 더 친근감이 가고 정통성을 지닌 고유호칭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사람과 재산에 위해를 끼치는 해수(害獸)를 구제(驅除)한다는 명분 아래 조선 내에 있는 수많은 대형동물(호랑이, 표범, 늑대 등)을 멸종시켰고, 강치 또한 그런 운명을 맞았다. 한 개체가 진화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멸종은 순식간의 일이라 조심하지 않으면 눈 깜짝 할 새에 어떤 한 종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만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독섬 가제 이야기에 더해 일제강점기 당시 섬사람들의 일상도 묘사되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명이로 보릿고개를 넘고 칠석날 일을 쉬면서 마을 잔치를 벌이는가 하면, 작은 마찰에도 불령선인(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자기네 말을 따르지 않는 조선 사람을 이르던 말) 취급을 받아 일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피해 다닌다. 그때 그 시절을 살아가는 금화의 일상과 아기 가제 금동이와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물종 다양성 보존’과 ‘자연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배우고 경각심을 높이게 된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적 정보에 더해 일본인들이 우리 조선에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를 생생히 체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