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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예민한 사람들의 조금 불편한 초능력 1부 안녕하세요, 예민한 사람입니다 신경이 예민하고 걱정이 많으시네요 깊은 호흡 인생 최초의 기억 나의 세계를 지키는 방법 나 지금 떨고 있니? 멀미의 이유 2부 예민 나라의 소시민 출발선상의 두려움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갈등의 쓸모 맹물의 마음 예민함이 특권이 될 수는 없어 망하는 게 어딨어? 3부 욕망은 어디에나 있다 닮고 싶은 것들 지극히 사적인 두발자전거 도전기 운전면허증은 장롱에 두는 거 아니에요 파리에서 생긴 일 上 파리에서 생긴 일 下 오늘의 비스킷 생선회를 좋아하지만 인생을 날로 먹을 순 없지 단골이 되기는 싫어 친구는 별로 없지만 조문객은 많았으면 좋겠다 4부 고독한 수련가 게으름의 시간 저질 체력자의 이유 있는 변명 운동하는 여자의 근육 요가가 취미에서 수련이 될 때 울렁증이 요가 동작에 미치는 영향 진짜 소중한 것은 말하지 않겠어 5부 오늘도 무사히 단단해졌다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아무래도 이건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야 나댐의 미학 새로운 해시태그 식물을 키우는 마음 인생의 라스트 씬 100%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은 것 에필로그 나는 아주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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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좀 더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들의 편도체는 작은 것에서도 쉽게 위험을 감지하고 생존에 대한 공포를 더 많이 느껴 시시때때로 빨간불을 켜대곤 한다.
--- p.29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말을 빌리면 “떨림은 곧 진동”이다. “우주 만물은 모두 진동하고 있다”는 물리학자의 냉철한 이성이 묘하게 위안이 된다. 우주 모든 것이 진동하고 있으니, 고로 떠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 p.53 약자가 되는 이유는 공감 능력이 발달해서가 아니라, 공감 능력을 균형 있게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처받는 게 무서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보호하기 바빴던 과거의 모습은 이제 버리려 한다. 마음을 열고 타인의 마음에 섬세하게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내 예민함을 균형 있는 공감 능력으로 바꾸는 길일 것이다. --- p.93 관계에는 양면성이 있어서 기쁨과 즐거움이 있다면 분노와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도 필연적으로 따르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경험하지 않은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 모두가 그렇게 관계를 맺으며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것일 텐데, 좋았던 관계가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받아들이기가 갈수록 힘들다. --- p.152 예민한 기미는 넘치는 체력과 단단한 마음 근육을 비집고 들어올 힘이 없다. 이게 바로 내가 요가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요가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기분 좋은 상상, 내가 꿈꾸는 미래다. --- p.176 살아 있음을 긍정하고, 내 몸을, 나아가 내 거친 마음까지 한껏 포용할 수 있는 힘이 운동하는 여자의 근육에서 생겨난다고 믿는다. --- p.182 때로는 말하지 않음으로써 전달되는 것이 있다. 진짜 소중한 것은 말로 표현되지 않을 때 더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많다. 굳이 진부한 표현으로 설명하려다 오해가 쌓이고 불통이 될까 봐, 그래서 소중한 것의 의미가 퇴색해버릴까 봐 조심스러워진다. --- p.200 식물을 돌보는 일은 결국 나를 돌보는 것과 다름없다. 정해진 시간에 물을 주고 볕을 쐬게 돕는 일은 나의 생활을 꾸려나가는 일과 닮았다. 식물에 물을 주면서 나도 식사를 챙기고, 볕을 쬐고 싱그럽게 차오른 이파리를 구경하다가 슬쩍 산책길에 오르기도 한다. 조용하고 선명하 게 자라나는 식물은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 중인 내 삶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 p.237 다만 위안이 되는 것은 내가 지금 이 세계를 충분히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느낌들을 어떻게든 백지 위에 기록하고 있다는 것. 언젠가 오늘의 글을 다시 읽게 될 때 지금의 세계가 다시금 눈 앞에 펼쳐질 수 있도록, 이 느낌을 몸으로 다시 기억해낼 수 있도록 말이다. --- p.248 예민함에 관한 책을 쓰기로 한 이유는 예민함을 극복하기 위한 ‘삽질’이 내 삶을 관통하는 나름의 서사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삽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작정이다. 다만, 예민해지더라도 취약해지지는 말자는 다짐이다. --- p.2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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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하게 동글동글한 것도 아니고, 에지 없이 둥글둥글한 것도 아닌
탱탱볼처럼 탄력 있고 건강한 똥글똥글한 마음 ‘예민함’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친구, 연인, 가족… 혹은 나 자신의 얼굴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당신은 예민한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 당당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보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 예민한 사람을 찾는 질문에 당당히 손을 든 사람이 있다. 책의 저자는 살아남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바득바득 살아가기 위해서 타고난 예민함을 바탕으로 지금껏 살아왔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가시를 세우며 자신을 방어하기 급급하던 불안하고 뾰족한 마음이 조금씩 똥글똥글해지는 과정을 적은 사적인 기록’이라고 표현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동글동글’은 여럿이 다 또는 매우 동근 모양을 뜻한다. ‘둥글둥글’도, ‘똥글똥글’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똥글똥글에 한해서만 ‘동글동글’보다 센 느낌을 주는 단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외에 ‘똥글똥글’을 정의하는 명확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똥글똥글해지고 싶다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저자는 똥글똥글한 마음이란 “단순히 부드럽고 순하거나 친절하기만 한 마음은 아닌, 탱탱볼처럼 탄력 있고 강단 있는 주체적인 마음”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드럽고 순하거나 친절하기만 하지 않고, 나름의 강단을 가진 주체적인 것을 떠올리면 ‘수크령’이라는 풀이 떠오른다. 수크령은 잎이나 꽃대를 손으로 뜯으려다가는 손을 베일 정도로 날카로우며 원수 같다고 불릴 정도로 억세고 질긴 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수크령의 잎은 질기고 억세기 때문에 공예품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강아지풀을 닮은 아름다운 화수는 꽃꽂이용으로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 똥글똥글한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예민 나라의 소시민 같은 저자는 수크령을 닮았다. 비단 저자만이 아닐 것이다. 겉보기엔 거칠고 뾰족해 보이는 예민한 사람들은 아름답고 섬세한 내면을 간직하고 있다. 『센서티브』의 저자 일자 샌드는 이렇게 말했다. “남들보다 민감한 우리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더 예민하게 불행한 감정을 느끼지만, 적절한 상황에서는 훨씬 더 큰 행복을 느낀다.” _8쪽 아름다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느끼기 위해선 예민함을 공들여 다듬고 내 몸과 마음에 딱 맞는 똥글똥글함으로 빚어내야 한다. 저자는 총 5부에 이르는 여정에 걸쳐 똥글똥글해지기 위해 노력하며 달려온 삶을 담았다. 독자 모두 자기만의 똥글똥글한 마음을 만들어나가길 바라면서, 저자의 목소리는 때론 유쾌하게 때론 솔직하고 진지하게 그들을 삶의 가운데로 이끈다. 다소 유난스럽고 불편한 나와 예민함 사이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공생하는 법 예민한 사람을 소개하는 책은 많다. 그러나, 예민함을 분석하고 극복 방법을 제시하는 여타 책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예민함을 소개하거나 해결책을 주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이 예민함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산전수전 다 겪은 현재의 ‘똥글똥글한 내’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줄 뿐이다. 책의 초반, 날카로움으로 무장한 저자의 마음이 똥글똥글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1부 ‘안녕하세요, 예민한 사람입니다’에서 5부 ‘오늘도 무사히 단단해졌다’까지 예민함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다채롭다. 그가 예민함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죽음의 5단계’와 닮아 있다. 죽음의 5단계란,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한 심리학적 이론이다. 죽음을 선고받은 인간은 먼저 부정한다. 그러다 분노를 표출하고, 공포에 질렸다가 살기 위한 흥정을 하지만 결국엔 수긍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저자 또한 처음엔 스스로 예민하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예민함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면 조용히 분노했으며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마음에 공포에 떨기도 했다. 예민함을 길들이지 않은 야생동물처럼 어르고 달래며 흥정도 해보고, 결국엔 자신의 삶에서 예민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그와 더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5단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였다. 살다 보면 꼬리표처럼 붙은 단점이라는 해시태그가 무겁고 밉게 느껴지는 때가 올 것이다. 그렇더라도 예전처럼 괴로워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그 감정은 자신을 바라보는 진부한 시선에서 벗어나라는 신호임을 알기 때문이다. 훌훌 털고 다시 나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면 된다.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새로운 해시태그를 붙이면 된다. _230쪽 예민함이 나를 괴롭게 하는 해시태그라면, 훌훌 털어내고 스스로에게 새로운 해시태그를 부여하면 된다. 새로운 해시태그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설사 새로운 해시태그에도 예민함 한 조각이 달려올지 모르지만, 당신은 성질 고약한 사람과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수련을 통해 어제보다 오늘 더 단단해질 것 예민함은 가시와 같아서, 나와 주변 사람들을 찔러대는 무기처럼 느껴지기 쉽지만 때론 삶의 적당한 자극이 되기도 한다. 가시의 크기와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은 온전히 우리 안에 있다. 저자는 자기 안의 날 선 가시를 똥글똥글하게 만들기 위해 요가라는 이름의 수련을 시작했다. 요가와 운동, 명상은 저자만의 수련법이자 예민함을 슬기롭게 다스리기 위한 비법이다. 저자가 처음 요가를 시작한 이유는 스스로를 벌주기 위해서였다. 몸이 꺾이고 뒤엉키는 요가 동작을 하다 보면 과거에 저질렀던 과오나 부끄러운 일을 속죄받는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을 직면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고 그는 밝힌다. 어려운 요가 동작은 해내고 나면 뿌듯하지만,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했을 때의 마음가짐이다. 이제 더 이상 나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요가를 하진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데 있다. 깊이 호흡하다 보면 통증 너머 마음의 고요가 순간순간 찾아오기도 한다. 고통을 즐기는 경지까진 이르지 못했지만 때론 고통이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조금 알겠다. _188쪽 예민함이 사람이라면 아마도 지독한 완벽주의자일 것이다. 유독 실패가 두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겁이 많은 게 아니라 실패를 제대로 직시한 적이 없을 뿐이다. 맨눈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태양을 똑바로 볼 수 없지만, 선글라스의 도움을 받는다면 실눈을 뜨고서라도 태양을 올려다볼 수 있다. 이처럼 마음에도 선글라스 같은 보호막이 필요하다. 보호막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있는 힘껏 수련하는 것뿐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하는 데 운동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몸의 근육이 많아지는 만큼 마음의 근육도 강해진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달리기든, 요가든 운동을 강하게 한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근육통이 찾아오지만 이제 근육통을 즐길 수 있는 여 유도 생겼다. 운동 후 생긴 근육통은 내 힘의 한계를 넘었다는 일종의 훈장과도 같아서, 통증의 강도만큼 자신감의 크기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_175쪽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은 내밀한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일은 쉽지 않다. 내 약점을 들키는 것 같고, 더 단순하게는 부끄러우니까. 그러나 이 책에는 조혜영이라는 한 인간이 살면서 감추고 싶고 바꾸고 싶었던, 그러나 이제는 살아갈 날들의 교훈이자 지침이 된 진솔한 삶의 기록이 담겨 있다. 예민함이 나의 족쇄처럼 느껴진다면,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나아져 있기를 바란다면, 이 책이 은은한 위로를 선사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