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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사회적 타살 서초동, 오후 5시 본론 모비딕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 901호 참고인들 좋은 길 던져진 주사위 반부패회의 모호한 벽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전 제물 쿠데타 팩트 미러링 부끄러움 서초동 리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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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에 어떤 식으로든 발을 담그려는 이들의 이유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단순하고 분명하다. 돈 아니면 권력, 이 두 이유는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권력이 곧 돈이고, 돈이 곧 권력이 된다.
--- p.23 서초동은 사건의 사이즈가 다르다. 한동현이 백동수에게 건넨 ‘서초동 리그’라는 표현에 담긴 서늘한 결기가 의미하는 바가 거기에 있었다.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배당되는 사건의 사이즈는 하나같이 언론에서 다루지 않고선 못 배길 정도로 자극적이며 시의성 있는 것들뿐이었다. 하나만 제대로 해결해도 언론의 직간접적인 조명을 받을 수 있었다. --- p.25 “사람은 언제나 죽을 수 있지.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야. 문제는 그 죽음을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드느냐에 있어.” --- p.28 “적당한 타협선…….” “무슨 타협이요” “총장님이 주장하시는 검찰 조직의 전면적 쇄신,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조직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하는 묘안을 찾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 묘안이 있습니까?” 감찰국장이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짓누르며 말했다. “희생 제물 하나, 캐스팅해야죠. 별수 있나요?” “…….”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잖아요. 서초동 유구한 전통에 따르죠. 우리 모두를 적당한 선에서 지킬 수 있도록 말이죠.” --- p.56 “팩트가 빠져 있지 않습니까?” “무슨 팩트?” “대기자님도 아시다시피 총장님이 박 대표에게 뭔가 받았다는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반대로 생각해볼까요. 뇌물수수로 고발한 뒤 그 혐의를 부인하는 총장에게 바로 다른 건을 이어서 붙이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그 다른 건이 훨씬 더 지저분하다면?” --- p.81 “그러더니 또 이런 말도 하더군. 아무튼 한국 사회는 이 정도면 공정한 축에 속한다고.” “뭐가, 대체 어떤 근거로 공정하다고 말한답니까?” “한강 뷰, 서초 뷰, 이 멋진 풍경 말이야. 물론 자격 있는 이들 이 독점하기도 하지만 층위와 무관하게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많다는 점에서 공정하다고 하더군. 그분이 말이야.” “개소리네요.” --- pp.146~147 “대단한 도덕심이라도 있어? 어차피 진짜 더러운 놈들은 잡지 못하고 피해자를 구제해줄 수도 없어.” “아주 속물적인 목적이지만, 저한테는 여기 계신 피해자분들만큼이나 절박한 고민이 있어서요.” “…….” “살아남는 거요. 생존.” --- p.172 “그래, 말해봐. 기분이 어떤데?” “부끄럽습니다.” “뭐” “부끄럽다고요. 가장 공정해야만 할 이 리그의 민낯이.” --- p.1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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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돈과 함께하는 그곳, 서초동
일그러진 룰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지금 펼쳐진다! 『메이드 인 강남』 『반인간선언』 주원규표 사회파 드라마 “정신 차려. 여기, 서초동이야.” 권력이 돈과 함께하는 그곳, 서초동 일그러진 룰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지금 펼쳐진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의 대표 박철균이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법조계와의 유착으로 서초동에서 유명하던 기업인의 자살. 대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한동현’은, 이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이용할 계획을 세우고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백동수’를 호출한다. 중앙지검 진출 2년 차지만 이렇다 할 인맥도 뒷배도 없는 백동수에게 한동현은 특별한 제안을 한다. 박철균의 자살 배경을 조작해 검찰총장 ‘김병민’을 기소하자는 것이다. “점핑 안 할 거야?” “점핑이요?” “현직 검찰총장의 추악한 이면을 파헤친 평검사로 알려지면 너는 어떤 포지션이 될까? 매스컴의 총애를 듬뿍 받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러브콜이 쏟아지는, 보장된 꽃길이 그려지지 않아?”(42쪽) 서초동에서 박철균의 뇌물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오직 백동수만이 출신이 한미한 탓에 박철균과 무관계하기에 그를 장기말로 선택한 것이다. 망설이던 백동수는 결국 제안을 받아들여 대검찰청 901호에서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고, 조사 내용에 상관없이 이것이 “좋은 쪽으로, 좋은 길로”(90쪽) 가는 것이라고 믿으며 검찰총장 고발을 감행한다. “희생 제물 하나, 캐스팅해야죠. 별수 있나요?” 견고한 검찰 카르텔, 그들의 총구가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김병민은 평검사 시절 유력 중진 국회의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달라붙은 항명의 대가로 이후 10년을 지방검찰청에서 보낸 이력의 소유자다. 검찰 조직의 아웃사이더지만 대통령의 특별한 총애를 받아 총장이 된 그는 반부패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검찰 개혁을 외치자마자 검찰의 보이지 않는 지붕, 옥상옥(屋上屋)을 형성한 간부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한동현의 설계에 따라 박철균과 연루된 뇌물수수 고발이 터지자, 김병민은 야합을 위해 검찰의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 ‘조민국’에게 접근한다. 다수의 사람이 믿으면 그 자체로 정의가 될 수 있음을 김병민은 잘 알고 있었다. 그에 더해 다수가 지지하는 원칙에 혹여 상식이 다소 결여되었다 해도 그것을 상쇄할 만큼의 힘이 그들에게 있다면 그게 정의라는 정치권의 관행을 어느새 몸으로 익혔다.(124쪽) 한편, 백동수는 박철균 조사를 진행하던 중, 그가 배후에서 실질적인 소유자로 있던 ‘모비딕 펀드’의 자금 흐름과 그의 죽음 정황에 실제로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백동수는 그 진상에 접근하며, 만약의 경우 이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트리거를 설치한다. 작품은 작중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인 ‘금융 사기’ 등에서 눈을 돌리고 검찰 내부의 권력 투쟁, 정치권과의 야합, 언론 노출과 사건 조작에 집중하는 극단적인 검찰의 모습을 통해 “법으로 사람을 옭아맬 수 있는 기소라는 강력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면, 그 존재는 자발적으로 권력이라는 수렁에서 헤어 나올 엄두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125쪽)을 적나라하게 연출한다. 검찰의 강력한 힘이 정의를 위해 쓰이지 않을 때, 야합으로 점칠 되어 길을 잃은 검사의 모습이 어떠한지 ‘서초동’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거침없이 구현해낸다. “우리 사회가 정한 규칙, 양심, 사회규범과 같은 것들의 집행자들이 혹여 이를 권력을 가진 기득권의 마음으로 접근하기 시작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흑화된 현실”을 표현해보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서초동 리그』는 사회 전반의 정의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작가의 말 『서초동 리그』는 한국 사회의 법조 현실을 그대로 묘사한 게 결코 아닙니다. 지금도 많은 법조인들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계시다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극히 일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정한 규칙, 양심, 사회규범과 같은 것들의 집 행자들이 혹여 이를 권력을 가진 기득권의 마음으로 접근하기 시작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흑화된 현실을 예측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묘한 것은 이 예측이 점점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투영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씁쓸한 마음을 지울 길 없습니다. 이 씁쓸함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