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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일생이 주는 묵직한 감동!
독서와 삶의 가치를 묻는 보통 사람 이야기. 평범하지만 조금 특별한 인물 이야기 그림책. 김득신은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인간극장〉에 나올 법한 인물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라면 어리바리하고 잘 웃는 바보 캐릭터에 가깝다. 그런 인물을 어쩌자고 인물 이야기 시리즈에 넣었느냐고 묻는다면, 질문을 던지는 삶이 우리 아이들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김득신의 일생이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 먼저, 책을 들자마자 이런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다. 어진 왕도 아니고, 용맹한 장수도 아니고, 뛰어난 학자나 예술가도 아닌 사람, 눈에 띄는 놀라운 결과물을 남기지 않은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볼 가치가 있을까? 나쁘지 않은 질문이다. 김득신의 삶은 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다. 어쩌면 우리에겐 위대한 능력자가 훌륭한 메시지를 준다는 편견과 착각이 있을지도 모른다. 업적만으로 삶의 가치를 재는 잣대는 온당할까? 성과만으로 그 존재의 의미를 평가하는 것이 정당할까? 이런 질문을 앞의 생각과 나란히 놓으면 어떨까? 질문과 질문이 맞서는 것이야말로 창의적 사고의 원천이다. 두 질문을 교차시키면 객관화에 가까워질 수 있다. 대립하는 질문을 나란히 놓는 훈련은 자신을 벼리고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는 방법의 하나인데, 김득신의 인생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그렇다면, 김득신의 일생은 그 자체로 본보기가 될 만한 어떤 특별한 가치가 있는가. 내로라하는 인물들과 나란히 놓아도 될 만한 그런 인생인가. 그렇다고 본다. 김득신의 삶에서 겉보기에 가장 빛나는 순간은 과거 급제한 때다. 물론 과거 급제는 위인들 세계에선 내세울 만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특별한 점이 있으니, 그때가 쉰아홉 살이라는 것이다. 그 당시 쉰아홉 살은 오늘날로 치면 80살도 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노인이 과거 급제를 했다는 점은 타고난 재능 부족의 증거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김득신은 어려서부터 명석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놀림과 비웃음을 받던 사람이었다. 17세기 조선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약점인데, 양반집 사내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길도 달리 없었다. 그러나 그는 줄곧 자기 긍정과 낙관적 태도를 유지했다. 그래서 보통은 중도에 포기했을 공부를 노인이 되어서까지 정진했고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 그 의미가 여느 과거 급제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과거 급제한 뒤의 삶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김득신은 그저 평생 읽는 사람이었다. 그가 살아서 한 일이라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그에게는 사는 것이었다. 독서가 곧 삶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독서인, 읽는 사람의 표상이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또 질문을 만난다. 독서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본질적 질문에 이어 김득신이 평생 견지한 자세와 태도, 곧 자기 긍정과 낙관적 태도에 관해 묻게 된다. 관점과 태도는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완성하는가. 김득신의 인생은 그것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무엇이 되느냐와 어떻게 사느냐 사이에서. 인생의 보물은 휘황찬란한 곳이 아닌 볼품없고 다소 누추한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