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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영균은 엄밀한 의미의, 소위 등단코스를 밟은 전문 시인이 아니다. 그의 시들은 생활인으로서 고희에 이른 한 인간의 시들이다. 그러기에 그의 시에서 특별한 시적 기교나 신진 시인의 색다른 맛을 찾는 일은 부질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특별한 시적 기교 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생활 속에 삶에 대한 지극한 성찰이 닮긴 그의 글들은 담담하지만, 삶의 지혜와 진솔한 감정이 잘 녹아있다. 시는 시인의 삶에서 우러나온다. 시 속에는 시인의 삶이 녹아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생활인으로서의 그의 삶의 궤적은 이 시집 말미에 실려 있는 “내 삶의 궤적” 속에 잘 낱카나 있다. 내 삶의 궤적 -고희(古稀)에 들다 화면 밝아지니 굴렁쇠 소리 맑고 청아하다 소년은 소리 따라 굴렁쇠 굴리는데 그 모습 유심히 지켜보는 젊은 사내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린 사내는 굴렁쇠 굴리며 달동네 골목을 누빈다 20수 년을 거슬러 60년대 모두 굶주렸고 희망이 없었다 어린 사내는 굶주린 배 움켜지고 굴렁쇠 굴리며 혼자만의 분노를 삭이며 무작정 달렸다 가난에 대한 분노와 설움이었다 늙은 사내는 정자에 앉아 전설 같은 옛 모습에 눈을 감는다 백록담이 눈앞에서 웅장하고 태평양이 눈 아래서 잔잔하다 산업화 초기 가발공장과 눈썹공장 청년은 홀치기공장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는 어린 여공들의 손놀림을 초점 잃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청년은 문경 탄광에서 등어리에 각목을 지고 좁은 굴을 오르고 있다 사내의 청소년기는 굶주림과 설움의 시기였다 유신독재의 서막이 오르고 대학은 최루탄 냄새에 찌들었다 청년은 갈등 속에 입영을 했고 한 달 모자라는 3년을 복무했다 산업화와 민주화 복학생으로 현실의 길을 걸었다 조선소 도크에서 용접봉 불길이 불꽃놀이만큼 요란하다 중화학 경제개발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청년은 거대한 배가 어떻게 완성되는지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자동차 부품 계열화사업은 청년을 자동차 부품공장으로 데려가서 수많은 부품과 금속에 대한 지식을 제공했다 장년이 된 청년 민주화보다 산업화의 방향으로 산업현장에서 10년을 전진했다 늙은 사내는 숲속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쥐었던 주먹을 편다 사내의 나이 30대 중반이다 이제 가슴을 열고 야망을 도전으로 하늘을 날아야 한다 중공업은 너무 무겁고 금속은 전자보다 단순했다. 배운 지식 총동원해서 전자소재로 가자 굴렁쇠소리 끝나고 메달소식에 나라가 들끓었다 젊은 사내의 야망과 도전은 올림픽과 함께 시작 되었다 모험 도전 극복 모험하고 도전하면 응전하였고 마침내 극복하여 수많은 전자소재가 국산화 되었고 회사는 성장하였다 회사는 상장되었고 젊은 사내는 가난의 한을 떨어내고 문명사회에서 부자가 되었다 반도체소재 중 몇 가지 제품은 세계일등 제품이다 모두 같이한 임직원들의 힘이다 사내의 장년기는 모험과 도전 그리고 극복의 시간이었다 어린 사내가 늙은 사내가 되었다 어린 사내는 배가 고팠고 청년은 민주화와 산업화 중간에서 혼란스러웠고 장년은 중화학과 전자소재 중간에서 갈등하였고 늙은 사내는 문명과 자연 중간에서 헤매다가 마침내 혼란과 갈등의 시간들 훌훌 털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한 사내의 생을 들여다보면 한 나라의 압축된 현대사가 녹아있다 GDP 300에서 30,000까지 홀치기공장에서 중공업 반도체소재까지 꼴찌에서 3050 7위까지 어린 사내가 늙은 사내가 되기까지 문명사회에서 60년은 밖으로 부자가 되었고 자연에서 10년은 안으로 부자가 되었다 늙은 사내가 한라산 중턱에서 그리움 찾아 밤하늘 쳐다본다. 이 글 속에는 그의 70년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두 굶주리고 헐벗었던 60년대, 시인은 ‘가난에 대한 분노와 설움’속에 굶주린 배 움켜쥐고 굴렁쇠 굴리듯 무작정 달려 온 인생을 반추하고 있다. 가발공장 눈썹공장 탄광막장을 거쳐 유신독재의 시대 군복무를 마치고 중공업 공장에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전자소재산업의 현장에 뛰어들어 모험과 도전과 응전의 시기를 거치며, 마침내 반도체 소재 개발의 성공을 통해 부를 일구었다. 그야말로 그의 인생사 자체가 한국 산업화의 역사이기도 하며, 반도체산업의 산증인이기도 한 셈이다. 그렇게 이 지구라는 행성에 뿌리내리고 성공적인 삶을 일군 그는 어느 날 제주섬에 기어들어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았다. 60의 나이에 한라산과 태평양이 마주 보는 중산간 지대에 거처를 마련했고, 이제 자연과 함께 하는, 한라산에 기대어 사는 생활 속의 감성들을 한 줄 한 줄 시편으로 다듬었다. 대한민국은 동족상잔의 폐허 위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거머쥔 동아시아의 특별한 나라라는 평가도 있다. 그의 삶에도 이 두 개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한국의 역사가 배어있는 듯, 그 역시 민주화와 산업화의 간극 어디쯤에서 길을 찾아 헤매기도 했고, 산업화의 길을 선택한 후에도 중화학과 전자소재산업의 어디쯤에서 방황하기도 했으며, 나이가 들어서는 문명과 자연의 어디쯤에서 선택의 순간은 늘 있었으나, 이제 그는 모든 걸 훌훌 털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지구별의 한 생명이 태어나 살아 낸 생로병사의 한 주기가 그러하듯, 흡사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떠올리게 한다. 폭풍 같은 삶의 여정을 끝내고 이제 한라산자락에 앉아 강산이 한번쯤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지낸 제주의 자연에 귀의한(?) 한 사내의 고백록 같은 시집이기도 하다. 그의 시편들은 제주의 메밀로 만든 ‘빙떡’의 맛과 같다. 밍밍한 무(無)맛이지만, 그 자체를 맛이라고 불리는 빙떡 같은 시구들... 얼핏 간이 되지 않은 빙떡의 맛처럼, 그의 시어들, 시편들은 훨씬 자연스러운 글쓰기의 맛을 담고 있다. 특별하지 않지만, 그러기에 특별한 감수성이 담겨 있는 것이다. “어! 이런 맛도 있네!!!”라는.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한다. 늦둥이 그의 아들이 폰카로 찍은 제주의 사계가 담긴 사진들을 보는 맛은 덤이다. 시인의 말 5월의 숲은 가슴이 설렌다. 일 년 전 꼭 오늘이다. 라벤다 향기 가득한 정원 나무 연녹색 잎들 뿜어내고 꽃들은 피고 지면서 자고 나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니 생명의 아름다움, 자연과 계절의 질서에 가슴 설레고 삶이 흥겨웠다. 그 설렘을 혼자 즐긴다는 게 너무 욕심 많은 늙은이 같아서 그 설렘을 나누고 싶지만 시집 한 권 제대로 읽은 적 없고 문학적 재능 또한 검증된 바 없는 나에겐 용기가 필요했다. 직장에서 기획서는 만들어 보았으니 문맥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자고 일어나 숲 냄새 진하고 새잎 돋아난 생명력에 가슴 저밀 때 시든 꽃잎 떨어진 자리에 여린 꽃봉오리 터져 가슴 뛰고 흥에 겨울 때 감정이 생각에 앞서 몇 구절씩 적었다. 쓰기 시작한 지 일 년, 한라산 계절일기가 되었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일로 한라산을 떠나 북한산을 오가며 북한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계절은 한 바퀴 돌아 라벤다 향기 솔바람에 실려온다. 사진에 취미가 있어 한라산 풍경을 열심히 찍은 늦둥이 아들의 풍경사진을 함께 실었다. 기회가 있으면 한라산 계절풍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1년 5월 한라산 기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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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균의 굴곡의 삶의 이야기는 한 권의 시집으로는 많이 모자란다. 그의 처절한 노래는 듣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니 주저앉게 만든다. 그러나 이영균의 시는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해 온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내가 알던, 항상 힘차고 빛나는 눈빛의 그가 아닌, 그저 낯설고 고독한, 길을 잃은 한 남자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혼자 서 있었다…. 그 가사는 서귀포 숲속에 가고 싶다. 같이 오랜만에 소주 한잔 나누고 싶다. - 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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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균은 SODIFF라는 회사를 세워 우리나라 소재산업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사나이입니다. 온갖 신산의 세월을 건너온 그가 10여 년래 한라산 기슭에 둥지를 틀고 자연의 품속에서 고독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그가 계절의 변화와 그의 심경을 진솔한 언어로 엮어 귀한 책을 이루었습니다.
또 하나의 세상을 열었습니다. 한라산 산바람에 그의 고독이 건강하게 익어 ‘안에서 충만한 영혼의 자유’ 를 누리기를 기대합니다. - 이헌주 (전 제주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