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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개정판에 부치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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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를 맡은 환자는 아니었지만, 나리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얼마 전 당직 때 복수가 가득 차서 빼냈던 중년 환자였다. 정신없이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환자 중 유독 그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그의 딸 때문이었다. 교복 차림의 그녀는 처치에 집중할 수 있게 나가 달라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더니 끝까지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수심 가득한 눈빛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
--- p.13 반쯤 열린 커튼의 틈새로 배를 움켜쥐고 누운 여학생이 보였다. 머리맡에서는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가 딸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광경에 불과했으나,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 미묘한 위화감이 꿈틀거렸다. 뭐라고 콕 집어서 말하긴 어려워도 모녀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기 때문이다. 커튼을 젖히고 들어간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 p.33 씩씩거리던 수아의 표정이 일순 흔들렸다. 현우는 그녀가 자신의 말에 담긴 진심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화가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선생님은 짐작하겠어요?” “뭘?” “제가 엄마를 왜 미워하는지, 그것도 미칠 듯이 미워하는지 말이에요.” “글쎄…….” 수아가 그에게로 몸을 가까이 기울이며 낮고 명료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아빠는 엄마 땜에 죽었어요.” “방금 뭐, 뭐라고…….” 현우는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엄마가 죽였다구요.” 단호한 수아의 얼굴에서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문 너머를 가리켰다. “여기, 혜성대학교병원에서요.” --- p.87 병원 밖에서 누군가 예기치 않게 사망하는 경우에는 부검을 시행한다. 그러나 병원 안에서 환자복을 입은 누군가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병사 처리된다. 경찰 측에서도 건드리지 않는다.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는 환자들의 사인을 일일이 확인하려면 업무 강도가 만만치 않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병원이야말로 살인을 꿈꾸는 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장소인 것이다. --- p.182 두 사람의 눈이 얽혔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현우는 문득 죽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존재가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기억해 주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인생의 궤적에서 어느 순간 만났던 이들의 마음속에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는 것이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기영이 들켰구마이, 하고 멋쩍게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 p.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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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메디컬 미스터리의 기대주인 현직 의사 박상민의 장편 데뷔작
2016년에 한국추리작가협회 신인상을 수상한 박상민 작가님의 첫 장편이자 2020년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을 수상한 『차가운 숨결』이 리커버 개정판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외과 레지던트와 엉뚱한 매력을 가진 소녀 환자가 가족의 불화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이야기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박상민 작가님은 이 작품의 원안으로 집필했던 미발표작 ?그날 밤 소녀는?에서 감당하기 힘든 진실의 무게를 그린 드라마를 보여 줬으며, 장편에서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색채를 가미하여 이야기를 확장시켰습니다. 『차가운 숨결』은 한국콘텐츠진흥원 IP 사업화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여러 독자님들이 영화나 드라마로도 보고 싶다고 하신 작품이라 언젠가 그 소망이 이루어지길 빌며 새롭게 단장한 표지로 리커버 개정판 출간을 결정했습니다. 앞으로도 전문직의 경험과 지식을 가진 작가님들의 사실적이고 흥미로운 다양한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길 응원하며, 감성 메디컬 미스터리 『차가운 숨결』을 자신 있게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