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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고 싶은 자 가게 하라 / 시루봉 화암사
2. 산으로 세월을 낚으러 간다 / 봉두산 태안사 3. 내 안에서 거듭나게 하소서 /달마산 미황사 4.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 팔영산 능가사 5. 사람이 가는 곳은 모두가 길이다 / 천관산 천관사 6. 버리고 버려도 생겨나는 욕심들... / 미륵산 미륵사 7. 미륵이 일어날 때 세상은 바로 서리라 / 천불산 운주사 8. 옛 사람들의산행법 / 금전산 금둔사지 9. 산에 오르면 사람이 그립다 / 가야산 개심사 10. 길은 다시 시작하기 위해 있다 / 천태산 영국사 11.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까닭 / 만수산 무량사 12. 길은 항상 새롭게 열리는 것 / 칠갑산 장곡사 13.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라는 이름으로 / 청량산 부석사 14. 대자연이 들려주는 무언의 소리를 듣는다 / 관룡산·화왕산 관룡사 15. 누가 대신해서 산을 오르겠는가 / 매화산 청량사 16. 모든 것은 매일 죽고 매일 다시 태어난다 / 노악산 남장사 17. 우리들의 인연은 얼마나 소중한가 / 황매산 영암사지 18. 진실로 단순해지고 느슨해지자 / 천등산 봉정사 19.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 정수산 율곡사 20. 푸른 이끼에 세월이 묻어 있다 / 용문산 용문사 21. 사람만이 사람을 그리워한다 / 두타산 삼화사 22. 산에 오르면 그 높음을 배워라 / 오봉산 청평사 23. 산을 닮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칠장산 칠장사 |
辛正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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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람과 산〉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내 나름대로의 원칙에 철저하고자 했다. 그것은 되도록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산을 선택하고 그 산자락 아래 절의 내력과 문화유산들, 그리고 역사와 사람에 대해서 쓰되 올바른 정신을 견지하고서 쓰리라는 다짐이었다. 가까운 곳은 당일 산행이 가능했지만 먼 곳은 늦은 저녁이나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서서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질주하곤 했다. 절이 있는 곳엔 새벽예불에 맞추어 도착하고자 했고 바닷가 근처의 산에서는 일출을 보고자 하였다. 비몽사몽 간에 도착지에 왔을 때는 약간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안개 자욱한 강변이나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산을 오르곤 했다.
그러한 수많은 산행을 통해서 체득한 것은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산에 오를 수 없고 그 산행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슬픔, 또는 기쁨 역시 그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직도 올라야 할 산들이 우리나라에 너무 많고 내 발길을 기다리는 조국의 아름다운 산천이 많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산다는 것은 떠돈다는 것이요, 죽는다는 것은 쉰다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던 연산군 때의 풍류객 성현의 말처럼 나 역시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 떠돌 것이고, 그 속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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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기달릴 때 혹은 어딘가로 떠나야 할 때, 시간은 무엇이며 누구의 것인가를 새삼스레 생각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몇 백 년 전 이던가, 천여 년 전이던가. 사람의 역사로 이루어졌던 그 흔적들이 상처투성이 탑으로, 개진 기왓장으로 혹은 눅눅한 바람소리로 남아 있는 폐사지를 찾을 때면 안쓰러운 느낌 때문인지 더욱 시간의 비밀을 알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만고의 진리처럼 폐사지들은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남은 것 없이, 무심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완주군 고산면 삼기리 삼기초등학교 뒤편 나지막한 봉림산 서쪽 기슭에 세워진 봉림사 역시 신라 때 세워진 절터로 추측할 따름이지 어느 때 세워졌고, 어느 때 폐사가 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고구려의 반룡산 연복사에 기거하던 보덕화상이, 그 당시 실권자였던 연개소문이 밀교를 받아들이자 신통력으로 하룻밤 새에 전주의 고덕산으로 당을 옮겼고, 그때 그의 제자들이 세운 몇 개의 절 중 하나일 것이라는 이야기만 전해온다. 그렇다고 이곳이 봉림사터였다는 표지판 하나 세워져 있지 않다. 무성한 고추밭 가장자리에 감나무 한 그루만 무심히 서 있을 뿐이다. 다만 밭고랑이나 밭두둑 이곳 저곳에 천 년의 세월 동안 비바람에 씻긴 기왓장들이 남아 있고 길 아래 논 가운데에는 거대한 초석들과 냇돌들이 박혀 있어 그 옛날 번성했던 봉림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 pp.1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