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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48개국 108명의 시인이 쓴 팬데믹 시대의 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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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는 말_요시카와 나기 4
권두시_하피즈 13
1부 세계 시인의 연시 14
2부 한국 시인의 답시 216
권말시_안겔루스 실레시우스 234
닫는 말_요쓰모토 야스히로 235

저자 소개 3

이오아나 모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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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에서 태어났다. 영국을 중심으로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Record Slip(2004), The Immigrants(2011), Shrapnel(2017) 등의 소설을 출간했다.

요시카와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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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인하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한국근대문학을 공부하고 정지용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쓴 책으로 『최초의 모더니스트 정지용』, 『경성의 다다, 동경의 다다』가 있고 한국에서 출간한 번역서로 다니카와 슌타로와 신경림이 함께 쓴 시집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집 『사과에 대한 고집』 등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완역 작업 등 한국 문학을 일본 독자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요시카와 나기의 다른 상품

요쓰모토 야스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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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10대부터 시를 썼다. 1986년부터 기업 주재원으로 미국에 거주하며 MBA 과정을 마쳤고,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첫 시집 『웃는 버그』를 출간했으며, 1994년 독일로 이주했다. 『세계중년회의』(야마모토 겐키치상), 『입을 다무는 오후』(하기와라 사쿠타로상), 『일본어의 포로』(아유카와 노부오상) 등에서 보여준 그의 시적 여정은 사회적 현실, 시와 삶 사이의 역동적이며 때로는 상충하는 관계에서 빚어지는 긴장과 유머, 실험으로 가득 차 있다. 『언어 재킹』과 『소설』에서는 언어와 문학 자체를 시의 무대로 끌
1959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10대부터 시를 썼다. 1986년부터 기업 주재원으로 미국에 거주하며 MBA 과정을 마쳤고,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첫 시집 『웃는 버그』를 출간했으며, 1994년 독일로 이주했다.

『세계중년회의』(야마모토 겐키치상), 『입을 다무는 오후』(하기와라 사쿠타로상), 『일본어의 포로』(아유카와 노부오상) 등에서 보여준 그의 시적 여정은 사회적 현실, 시와 삶 사이의 역동적이며 때로는 상충하는 관계에서 빚어지는 긴장과 유머, 실험으로 가득 차 있다.

『언어 재킹』과 『소설』에서는 언어와 문학 자체를 시의 무대로 끌어올려 의식과 언어, 존재의 문제를 탐구했으며, 김혜순, 밍디, 다니카와 슌타로와 함께 3개 국어 연시 프로젝트를 하는 등, 전 세계 시단에서 활동하며 국경과 언어를 넘나드는 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영어를 비롯해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시 외의 장르로도 활동 반경을 넓혀 소설 『가짜 시인의 무척 기묘한 영광』과 비평 『다니카와 슌타로학』 등을 발표했다. 2020년 3월, 34년 만에 일본에 귀국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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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90g | 128*205*15mm
ISBN13
9791197504181

책 속으로

당신의 턱에서 떨어지는 것은 피가 아니라 포도주
바깥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세계는 지금 우리 것이다.
격리 중에도 당신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하피즈, 힘내세요, 세계는 없어도 언어가 있으니
설령 당신의 시를 이해해주는 이가 새들밖에 없을지라도.
--- 「1, 괵체누르 체레베이오루(터키)」

여기에는 ‘그 시절’도 ‘다시’도 없다.
미래 없는 존재의 틀 속에 다양한 ‘지금’이 있을 뿐.
나의 모든 ‘지금’의 의미를 잴 수 있다면
그것을 남은 세제에 담그고
내가 신뢰하는 상표를 알아봐주세요, 의미 있는 접촉의 기억을
내 손에서 씻어내기 위해.
--- 「23, 멜리자라니 T. 셀바(말레이시아)」

이게 끝나면 나는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살 거야. 위험한 여자로. 꼭 살 거야. 두 살짜리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많이 죽었어. 아이는 강에서 썩는 오소리, 민들레에 묻힌 짜그라진 들쥐, 길을 건너지 못한 고양이, 바위틈의 웅덩이에 빠진 어린 까마귀에 대해서 말한다. 하지만 세계가 듣고 있는 것은 그 목소리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이국의 바람이, 사나운 혀를 놀리고 우리 고막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있다.
우리는 가만히 있다, 호흡마다 죽음이 있는 것을 알고.
--- 「54, 시안 멜란젤 다피드(영국)」

내일이 또 온다고 했지만
그 내일이 오늘이다
그리고 아무도 숨을 쉬지 못한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어
칠월은 멀었는데 이제 칠월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 「85, 라울 지멜리(카메룬)」

나는 어느 다른 장소들과 맞바꿔 호흡을 얻는다
날개의 모든 깃털 하나하나가?면도날
내 그림자가 목소리들의 바다를 깊이 자르며 간다
고독의 황조롱이가
발톱으로 희망을 움켜쥐고 있다
나의,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 「100, 이오아나 모퍼고(루마니아)」

나는 잠시 숨을 멈췄어
혹시 내 숨소리 때문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봐
빛이 들어오는 거실, 정돈된 가구와 식기들, 무심코 슬
픔이 찾아올 정도로 조용한 시간
차마 창밖을 내다볼 수는 없었어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어
--- 「104, 황인찬(대한민국)」

하피즈도 황조롱이도 다 고독한데 그 존재 양식은 정반대다. 하피즈는 평생 한곳에 살면서 깊은 사색으로 정신의 심연까지 내려갔다. 황조롱이는 끝없는 하늘을 향해 어디까지나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그것은 마치 고독 속에서 말을 짜내면서 시공을 넘어 타자 혹은 초월자를 만나는 ‘시 쓰기’의 본질을, 정신의 수직성과 언어의 수평성으로 상징하는 것 같다.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니고 의논한 것도 아닌데 이러한 메타포가 자연스레 나타난 것은 경탄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기적도 우연도 아닌, 지성의 바탕 위에 시적상상력을 갖춘 호모사피엔스의 숙명이자 필연일 것이다.

--- 「닫는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 108명의 세계 시인이 쓴 팬데믹 연시
바이러스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세계 여러 도시는 봉쇄되었고 사람들은 격리되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루마니아 출신의 시인 이오아나 모퍼고는 세계의 시인들이 코로나 상황에서의 고립과 격리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짧게 써서 이를 연가(連歌)처럼 한 편의 긴 시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같은 해 4월, 페르시아의 시성 하피즈의 시를 서두로 한 연가 프로젝트 ‘AIRBORNE PARTICLES’가 시작되었고, 100편의 시가 모였다. 여기에 한국 시인 여덟 명이 답시를 붙여 한 편의 거대한 연시가 완성된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소환된 시인은 서로를 대면하지 못한 채 이메일로만 시를 주고받았다. 그런데도 시인들은 앞선 시의 상징을 이어받거나, 이미지를 자연스레 전환하거나, 이야기를 진전시키며 한 편의 완결성 있는 연시를 탄생시킨다.

■ 코로나 시대, 격리된 영혼들의 노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시는 지역과 국적에 상관없이 의연하고 강건하다. 팬데믹 연시 프로젝트 ‘AIRBORNE PARTICLES’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번역되어 2022년 2월 동시에 출간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어권에서도 출간이 예정되었다. “airborne particles”를 직역하면 공기 중의 입자다. 그것들은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여기 모인 세계의 시인들과 그들의 시는 기꺼이 비말이 되려 한다. 질병을 옮기는 비말 아닌, 고독의 편린과 희망의 가능성을 퍼트리는 입자가 되려 한다.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는 고독을 겸허히 수용하고, 거기에서 희망을 찾는 작업이다. “고독의 황조롱이가/ 발톱으로”(제100연, 이오아나 모퍼고) 쥐고 있는 희망이 있다면 그리고 문득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 “고독사하지 않는”(제107연, 오은)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이 시절을 함께 견딜 수 있으리라고 108명의 시인과 1편의 연시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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