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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1 까마귀의 노래당신에겐 눈물이 있다꽃과 빵야곱의 우물물이 눈물이 되던 날눈물 없이는 먹을 수 없는 빵기도는 접속이다내가 아는 것은 다만제비비둘기까마귀의 노래독수리의 눈힘지팡이를 드신 분욥의 노래생물십자가까치밥백두산영전에 바치는 질경이꽃 하나의 의미2 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빈 운동장의 경주추위에 바치는 노래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바다와 하늘로 만든 김자반의 맛돌상의 책과 금반지쓴 사과나의 몸 나의 방미친 금붕어어머니는 단청 같은 문화예요어머니 냄새생각하지볼보를 만드는 사람들다이애나 허그달리기왜 늑대가 온다고 했는가35억 년의 진화보이지 않는 십일면관음보살까마귀와 편견마음을 열고사랑으로 크면마음손을 펴봐요3 푸른 아기집을 위해서사자의 눈말 한마디로젓가락의 의미내일은 없어도 모레는 있다푸른 아기집을 위해서뜸 들이기거울 보기비행기그네 타기초록색 별천억 개의 컴퓨터를 가진 아기세워놓고 보는 동전신 포도를 먹고 사는 사람들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이활이 아니라 하프가 되거라네 머리에 나비가 앉으면 리본이 되지찰흙 놀이엄마 아빠는 한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값진 방울시계혀가 이겨뭐든지 아빠처럼잠은 솔솔4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살아 있는 게 정말 미안하다오늘도 아침이 왔다네버랜드로 가자달리다 굼목숨의 깃발숨겨진 수의 기적죽음의 속도계겨울이 아직 멀었는데만우절 거짓말사진처럼 강한 것은 없다사진 찍던 자리하나의 아침을 위하여전화를 걸 수 없구나기억 상자네가 앉았던 자리옛날에는 그러지 않았는데네 생각그 많은 사람들이 저기 있는데돈으로 안 되는 것죽음에는 수사학이 없다무덤지금 몇 시지가나의 결혼식하늘의 신부가 된 너의 숨소리혹시 너인가 해서바람 부는 저녁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5 부록만전춘의 오리가 우리에게로마음을 담은 연적비취보다 더 푸르고 아름다운어디에 있다가 이제 왔는가국화, 점들의 기도너와 내가 하나가 되듯천년의 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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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御寧, 호:凌宵
이어령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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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와 산 자와 태어날 모든 아이들을 위해
생명의 이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눈물을 흘릴 기도의 시간을 갖게 하소서. --- 「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 중에서 길을 가던 여인이 물어보았지요 얼마나 추우니 신문 배달을 하던 아이는 대답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추웠는데 ‘얼마나 추우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제는 춥지 않아요 --- 「말 한마디로」 중에서 눈부신 햇살이 이부자리를 개는데 네가 누운 자리에도 아침이 왔다 먹지 못해 머리맡에 둔 사과처럼 까맣게 타들어가도 향기로운 너의 시간 --- 「오늘도 아침이 왔다」 중에서 너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쓰거라 미안해요 다 거짓말이었어요 나는 지금 여러분과 함께 4월의 봄을 맞이하고 있어요 만우절 미안해요 나의 죽음은 말도 안 되는 만우절의 거짓말이었지요. --- 「만우절 거짓말」 중에서 목도리를 두른 겨울 기억들은 따뜻하고 등에 업힌 너는 체중이 없다 바람개비는 바람의 상자 조개껍질은 바다의 상자 너는 내 기억의 상자. --- 「기억 상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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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슬프고 아름다운 이별의 마침표,시대의 지성 이어령 유고시집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 서문에서2022년 2월 26일, 시대의 지성이자 큰 스승이었던 이어령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보다 먼저 ‘하늘의 신부’가 된 딸 이민아 목사의 10주기를 앞두고 선생은 사랑하는 딸과 하나님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그는 소진되어가는 생의 끝에서 오래도록 이 시들을 모아 정리하고 표지와 구성 등 엮음새를 살폈다. 그리고 먼 길을 떠나기 며칠 전, 어렴풋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서문을 불러주며 이 시집을 완성했다.1부 ‘까마귀의 노래’는 신에게로 나아가 얻은 영적 깨달음과 참회를, 2부 ‘한 방울의 눈물에서 시작되는 생’은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감사와 응원을, 3부 ‘푸른 아기집을 위해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순수와 희망을, 4부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는 딸을 잃은 후의 고통의 시간을 써 내려간다. 헌팅턴비치는 딸 이민아 목사가 생전 지내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도시다. 일찍이 떠나 닿을 수 없게 된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이어령’의 마음은 정제된 시어를 통해 투명한 슬픔으로 빛난다. 부록은 선생이 평소 탐미했던 신경균 도예가의 작품에 헌정하는 시들을 모았다.불 켜진 창문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들을 마주 보렵니다 / 눈이 있는 모든 생물과 만날 때에도 그렇게 하렵니다 // (중략) 누군가 제 눈을 보고 두드리면 저도 그에게 / 제 방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 그의 키가 제 지붕만큼 높아질 때까지 / 우리는 우리의 방들을 모아 큰 집을 지을 것입니다.― 「나의 몸 나의 방」 부분이어령 선생은 날카롭고 단호한 시선으로 세계를 꿰뚫어보는 명철의 소유자였지만,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믿”고 자신의 세상과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시인이기도 했다. 사랑과 공생의 힘, 인간의 선한 마음에 대한 신뢰, 미래에 대한 확신과 행동, 삶과 죽음의 형태로 순환하는 영원한 생명의 가치……. “보듬어 안을 작은 생명들을” 돌보기 위한 비상을 꿈꾸며 “활이 아니라 하프가 되거라” 평화를 강조하던 선생의 나직한 음성이 여전히 귓전에 생생히 들리는 듯하다.“가난의 추위”, “혼자 있는 추위”, “전쟁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좀 더 따뜻한 게” 필요하다. “어머니의 겨울 이야기” 같은 자애로운 보살핌, “땅속에 묻힌 파충류의 꿈”처럼 지긋이 품은 내일에 대한 기대, “허들링으로 벽을 만들어 눈보라를 막는 펭귄들의 사랑”에서 느껴지는 배려의 온기 같은 것. 이 ‘따뜻한 것’들이 “천년의 추위에도 떨지 않는 사람들의 생, 사랑의 양식”이 되어 공생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주는 것일지도.생의 한가운데 죽음이라는 고향으로,엔딩 크레디트에 놓은 꽃 같은 시집눈을 뜨면 그 많던 밤은 가고 / 부활의 아침이 온다 // 오직 하나의 아침을 위하여 / 떠오르는 태양을 보거라 / 너의 아침은 나의 아침 / 아침은 하나.― 「하나의 아침을 위하여」 부분‘메멘토 모리’, 선생의 좌우명과도 같았던 말. 이어령은 치열한 삶의 궤적을 지나오며 잠시도 죽음을 잊지 않았다. 죽음은 탄생의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지 영원히 닫혀버리는 결말 같은 것이 아니라고. 선생은 “죽음이 허무요 끝이 아니라는 것”을 딸 이민아 목사의 인생을 보고 배웠다고 말한다. “까맣던 밤이 가고” 오늘도 내일도 아침은 온다. 흐려지지 않는 빛의 모습으로. “아름답고 찬란한 목숨의 부활”은 “다시 암흑을 치는 번갯불처럼” 눈부시게 찾아온다.“한 호흡의 입김”조차 나누지 못하고 “내 살 내 뼈를 나눠준” 사랑하는 딸을 잃어야 했던 뼈 시린 아픔. 이들은 이제 “혼자 긴 겨울밤을 그리도 아파”하지 않고, 더는 “네가 없는 시간 속으로” “혼자” 걸어가지 않는다.‘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으세요.그 마음을 나누어 가지며 여러분과 작별합니다.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이어령 (광화벽화 추모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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