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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다, 없다' 신비로운 까꿍 놀이로 세상의 주인공인 ‘나’를 발견하다
내가 잠에서 깨어나 텅 빈 풍경을 채우면서부터 시작되는 내가 ‘있는’ 하루. 『내가 없는, 내가 있는』이라는 제목 그대로 내가 없는 풍경과 있는 풍경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세수하고, 아침밥을 먹고, 옷을 입고, 친구를 만나고 도서관에 가는 평범한 일상이 내가 ‘없고, 있음’으로서 얼마나 달라지는지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없는 화장실에 있던 거미는 내가 나타나자 스르륵 도망치고, 내가 있는 친구는 나와 힘을 합쳐 장난감 블록을 혼자 쌓을 때보다 훨씬 높게 쌓을 수 있다. 내가 신는 양말, 내가 먹는 빵, 내가 그림을 그리는 종이와 같은 사물들 역시 나로 인해 쓰임이 달라진다. 또 아이의 세상에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는 엄마 아빠가 내가 있음으로써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일하던 엄마는 나의 귀여운 간섭으로 순식간에 ‘엄마’의 위치로 돌아오고, 평범한 아빠는 내가 있을 땐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슈퍼맨이 된다. 책 끝부분에 굳게 손을 잡고 내가 없는 세계에서 있는 세계로 진입하는 아이와 아빠의 모습은 ‘나’에서 ‘우리’로의 확장을 시사하며, 개인에서 시작한 주목과 관심을 타인과의 관계와 단단한 유대감의 소중함으로까지 연결해 간다. 유아기는 ‘나’를 인식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관찰하며 상호 작용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내가 없는, 내가 있는』은 주변의 모든 것으로부터 새로운 영향을 받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세상을 긍정적이고 주도적으로 가꿔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그림책이다. ■ 관찰력과 상상력, 색감이 돋보이는 종이 콜라주 어느 날 작가의 어린 딸은 “엄마, 왜 내가 없는 집이 있어?” 하고 물었다고 한다. 딸 아이의 질문에서 시작된 이 그림책은 실제 집의 구도를 따 작업한 그림이나, 그림을 그리는 엄마의 직업 등 작가가 일상생활에서 가족 간에 나누었던 생활과 마음이 장면 장면에 오롯이 담겨 있어 따뜻한 정서가 느껴진다. 특히 종이 콜라주로 작업된 이 작품은 직접 색칠한 종이를 오려 붙인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 나로 인해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이라는 책의 콘셉트는 같은 바탕에 요리조리 종이를 오리고 붙이며 장치로 변화를 준 작업 과정에서부터 이어져 생동감 있게 전해진다. 또한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감과 빨간 테두리 안에 담긴 그림들은 마치 액자에 담긴 한 장의 사진 같다. 하나하나 독립된 장면으로 기능하던 그림들은 끝에 이르러 프레임을 깨고 하나로 이어지며 주제의 확장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있다, 없다'라는 신비로운 까꿍 놀이로 풍경이 뒤바뀌는 경험을 다채로운 시각적 효과로 표현한 『내가 없는, 내가 있는』은 주변 세상에 대한 관찰력과 상상력을 키워 주는 재치 있는 그림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