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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 적막 봄날 난민 상하이, 경성, 도쿄 그리고 대구 부리 수련 환생 죽음이여 발 뻗어라 개 입술 왜 젖꼭지는 새까매지는가 아버지 표주박 봄눈 감성感性 낙엽 밟기는 밟는다만 식욕 절벽 달의 가게 주간 『식물세계』 두통의 역사 강 안부安否 사람이 꽃이다 누군가 무엇인가 시금치가 수상하다 눈의 생활사 폭포 전조등 잔설 발자국 현수막에 뚫린 입 옛 신발 한 짝 중 하나를 잃어버렸으니 중성中性들 산거울 뼈와 칼 창 여름이라는 유화 나무의자 혹은 토르소 연차를 금禁하노라 폭우 제2부 ― 소금쟁이 소나무 눈물이라는 영혼 등 닭, 극채색 볏 시인의 산문 / 시는 사물 속에 이미 존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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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외양과 사물의 본질은 서로 관통하는 부분이 있다. 본질이 외양을 만든 것이다. 외양이 본질을 만든 것이기도 하다. 그건 둘이 아니라 하나이고 서로 간섭하는 것이다. 시의 외연과 내포가 서로 수미일관하는 것과 다르지 않겠다. 그렇다면 시는 사물 스스로 내뿜는 능동적 기운일 것이다. 시가 나의 발화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시란 사물과 풍경 속에 원래 존재했던 부분이라는 윤리학을 골돌히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경주 남산의 부처에 대해 석수장이가 돌을 쪼아 부처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원래 돌 속에 있는 부처님을 찾아 돌을 쪼고 있다는 시인 청마의 노래 구절은 그러한 의미이다. 청마의 시는 경주 남산의 석불에 대한 경외감이 만든 수사적 차원 이상의 고백이다. 시인이 사물의 외양에 관심을 두는 것이?! ? 말로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다.
― 「시는 사물 속에 이미 존재했다」, 시인의 산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