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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녹티스 황후
13. 황금의 관 14. 란델 성 15. 소환 에필로그 외전 1. 후일담 외전 2. 숲속의 용과 악마 외전 3. 하얀 늑대, 테레사 외전 4. 마왕님을 길들여요 외전 5. 결혼식 외전 6. 첫날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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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잔느와 만났어? 파르비스가 봤대.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레티시아는 일라이 앞에 찻잔을 놔주며 물었다. 찻주전자에서 흐르는 주홍빛 찻물을 보며 일라이는 “글쎄…….” 하고 말끝을 흐렸다. 잔느와 별 이야기를 안 했는데, 왜인지 알려 주기 싫었다. ‘널 두고 말다툼을 했다곤 말할 수 없지.’ 일라이는 “차가 맛있다”라며 레티시아의 관심을 돌리려 했고, 반쯤은 성공한 듯 보였다. 그 후로도 레티시아는 냉침冷浸을 연습하고 나서 찻주전자와 다구를 씻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레시피 책을 살폈다. 단풍나무 꽃차, 겹벚꽃 차, 꽃사과 꽃차 등등의 레시피가 있어서 다음에 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팔랑. 낡은 레시피 책을 넘기며 레티시아가 물었다. “일라이는 내가 왜 좋아?” “이유는 생각 안 해 봤어.” “그냥인 거야……?” 레티시아는 물어 놓고 실수를 했나 싶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일라이를 곤혹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조금은 알고 싶었을 뿐. ‘내 어디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레티시아는 일라이를 흘끗 쳐다보며 식어 버린 꽃차를 들이켰다. 향이 좋고, 진하게 우러나온 것은 잔느와 일라이에게 주었고 남은 차는 제 몫이었다. 두세 번 우리고 나면 버려야 한다는데, 네 번째 우린 차를 마시는 게 습관이 되었다. ‘마네르에서는 품질 좋은 차가 귀했으니까……. 내게만 귀했지만.’ 그냥 버릴 걸 그랬나? 레티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라이는 턱을 괸 채 한숨 쉬는 레티시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난 그냥 너 좋아하는 거야. 이유를 대라면 많이 댈 수 있지만…….” 레티시아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진 적은 많아도, 좋아하는 이유를 찾으려 한 적은 없었다. 두 눈이 마주치면 심장이 뛰었고, 목소리를 들으면 그걸로 기분이 좋아졌다. 제 이름을 불러 줄 때면 저도 모르게 입술 끝이 올라갔다. 그래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구해 줬을 때 이미 마음을 빼앗겼을지도…….’ 레티시아가 자신을 네르바드의 감옥에서 구해 주던 그때, 조금은 마음을 가져갔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고백에 대한 답도 듣지 못했는데, 좋아하는 이유까지는 말해 주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레티시아라고 해도.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