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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을 엮어 내며
서재에서 보낸 시간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현대 소설 베넷 씨와 브라운 부인 시, 소설, 그리고 미래 서평 쓰기 현대 에세이 전기라는 예술 솜씨 후원자와 크로커스 기우는 탑 너무 많은 책이 쓰이고 또 나오는 게 아닐까? 역자 해설: 문학이라는 공유지에 낸 새로운 길 |
Adeline Virginia Wo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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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 자체로 좋아서 하는 일들, 그 자체가 목적인 즐거움들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독서야말로 그중 하나가 아닌가? 나는 때로 꿈꾸었다. 심판의 날이 밝아 와 위대한 정복자들과 법률가들과 정치가들이 보상을 받을 때, 그들이 왕관과 월계관과 영원히 썩지 않을 대리석에 각인된 이름을 얻게 될 때, 하느님께서 우리가 책을 끼고 들어서는 것을 보시고는 베드로를 향해 부러움이 섞인 어조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말이다. 〈저들에게는 상이 필요 없어. 여기서 그들에게 더 줄 게 없어. 저들은 책 읽기를 사랑해 왔으니 말이야.〉
--- p.46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중에서 여러분은 겸손한 나머지 작가들이란 여러분 자신과 아예 다른 족속이라고, 그들이 여러분보다 브라운 부인에 대해 훨씬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보다 더 치명적인 실수는 없습니다. 독자와 작가의 이런 구분, 독자 편에서의 겸손, 작가 편에서의 전문가연하는 태도야말로 작품을 변질시키고 무력하게 만듭니다. 작품이란 독자와 작가 사이의 긴밀하고 대등한 연합의 건강한 산물이라야 하는데 말입니다. --- p.97~98 「베넷 씨와 브라운 부인」 중에서 예를 들어 보자. 봄밤이고 달이 높이 떴으며 나이팅게일이 노래하고 버들가지가 강물 위로 늘어져 있다. 그렇다. 하지만 동시에 한 병든 노파가 흉물스러운 철제 벤치 위에서 기름때 찌든 누더기를 뒤지고 있다. 그의 마음에는 노파와 봄이 한꺼번에 들어가 뒤엉키지만 한데 섞이지는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감정이 서로 물어뜯고 걷어차는 것이다. 키츠가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의 감정은 기쁨에서 아름다움을 지나 인간의 불행한 운명에 대한 슬픔으로 바뀌기는 해도 온전한 하나이다. 그는 대조적인 것을 부각시키지 않는다. 그의 시에서 슬픔은 아름다움에 수반되는 그림자이다. 반면 현대 시인의 마음속에서 아름다움에 수반되는 것은 그 그림자가 아니라 반대자이다. 현대 시인은 〈더러운 귀에 짹짹〉거리며 노래하는 나이팅게일에 대해 말한다. 현대의 아름다움 곁에는 아름다움이 아름답다고 해서 빈정거리는 냉소의 영이 함께하는 것이다. 그는 거울을 거꾸로 뒤집어 우리에게 아름다움의 다른 쪽 뺨이 얽고 변형된 것을 보여 준다. --- p.110~111 「시, 소설, 그리고 미래」 중에서 문학은 그 누구의 사유지도 아닙니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거기에는 국경도 전쟁도 없습니다.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걸어 들어가, 자기 길을 스스로 발견합시다. 그럴 때 비로소 영국 문학은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아 구렁을 건널 것입니다. 우리 같은 평민이요 아웃사이더들이 그 나라를 우리 자신의 나라로 만들 때, 책을 읽고 쓰는 법을,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창조할지를 스스로 배울 때 말입니다. --- p.242 「기우는 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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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개진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에세이들 울프의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종합적으로 집대성한 네 권의 산문선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들을 테마별로 엮은 선집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전4권)이 최애리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20세기 영문학과 모더니즘 문학의 기념비적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등대로』와 『댈러웨이 부인』 등의 빼어난 걸작들을 남긴 소설가일 뿐 아니라, 정력적인 에세이스트이기도 했다. 울프는 잡지에 서평을 기고하면서 작가로 출발했으며, 소설가로 성공한 후에도 다양한 종류의 에세이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백만 단어 이상을 쏟아부었다. 남편 레너드 울프에 따르면, 생전에는 울프의 소설보다도 에세이가 더 폭넓게 읽혔다고 한다. 이런 에세이들은 울프가 문학과 인생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표출하는 주요한 언로가 되었으며, 소설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울프 자신의 생생한 육성을 들려준다. 소설과는 또 다른, 당차고 명징하며, 쾌활하고 위트가 넘치는 울프의 다양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전4권)은 이 책을 옮긴 최애리 역자가 울프가 남긴 방대한 분량의 에세이들 중 특히 핵심적이고 빼어난 60편의 산문을 엄선한 것으로, 테마별로 4권의 선집으로 엮어 울프의 세계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울프 사후에 남편 레너드가 울프가 남긴 글들을 모아 수차에 걸친 에세이 선집들을 출간한 이래, 울프의 에세이들은 좀 더 작은 선집들로 거듭 간행되어 왔다. 영미권은 물론 기타 언어권에서 발간된 많은 에세이 선집들은 보통 다양한 종류의 글을 한데 엮어 내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선집들은 여러 방면의 글을 한자리에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울프 에세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간혹 주제를 정해 엮은 선집들이 있기는 하나, 여성, 글쓰기, 여행, 런던 산책 등 특정 주제에만 국한한 것들이라 역시 전체적인 시각을 얻기 어렵다. 열린책들에서 출간하는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전4권)은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울프의 산문들의 전체적인 지형을 그려 볼 수 있는 테마를 설정하고, 테마별로 울프의 사유의 특색과 발전 과정을 보여 줄 수 있는 글들을 세심하게 선별하여 종합적으로 집대성하고자 했다. 총 4권으로 편성하여, 페미니즘적 이슈나 여성 문학론 등 여성과 관련된 테마의 글들을 제1권(『집 안의 천사 죽이기』), 문학에 대한 울프의 생각을 보여 주는 문학 원론에 가까운 글들을 제2권(『문학은 공유지입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울프가 읽은 개별 문학 작품 및 작가에 대한 글들을 제3권(『어느 보통 독자의 책 읽기』), 울프 자신의 삶이 담겨 있는 개인적인 수필이나 자전적인 글들을 제4권(『존재의 순간들』)으로 엮었다. 이런 여러 면모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를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독자로서, 인간으로서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고자 했다. 또 권별로 역자의 충실한 해설을 달아, 울프의 사유가 나아간 궤적들을 독자들이 그려 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독자로서, 인간으로서 치열하게 분투했던 울프의 사유의 궤적을 보여 주는 산문들 집 안의 천사 죽이기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1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여성 작가로서 언제나 여성 문제를 깊이 고민했던 울프. 집 안의 천사에서 글 쓰는 주체로 나아가기까지 그 치열한 고민의 궤적을 보여 준다. 여성의 여건을 논하는 논쟁적인 글들부터 역사 속의 흥미로운 여성 작가들의 삶을 스케치한 글들까지, 〈여성〉과 관련된 테마의 글들을 모았다.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2 울프는 문학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문학이라는 드넓은 공유지에 길을 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지향했을까? 울프는 단순히 작가가 되고자 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문학을 열어 가고자 했으며, 그 밑바탕에는 문학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다. 소설, 시, 에세이, 서평, 전기 등 다방면의 문학에 대한 울프의 예리한 통찰을 보여 주는, 문학 원론에 가까운 글들을 모았다. 어느 보통 독자의 책 읽기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3 울프는 작가인 동시에 누구보다 열정적인 독자였고 진지한 평론가였다. 몽테뉴, 소로,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하디, 프루스트, 헤밍웨이 등등 세계 여러 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울프는 어떤 시선으로 읽어 냈을까? 한 사람의 〈보통 독자〉이기를 자처했던 울프의 흥미진진한 독서 기록을 보여 주는 글들을 모았다. 존재의 순간들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4 내밀한 가족사, 어린 시절의 빛나는 기억들, 블룸즈버리 그룹의 탄생 배경, 순간순간의 사소한 체험에서 날아드는 단상 등 울프가 자신의 삶에 대해 입을 여는 개인적인 기록들. 울프의 삶을 구성해 온 〈존재의 순간들〉을 담은, 자전적인 글들과 신변 수필들을 모았다. 옮긴이의 한마디 각 분류 안에서 울프의 생각이 발전해 가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글들을 엮었는데도 적지 않은 분량이 되었다. 이런 여러 면모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를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새로운 시야가 열리게 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