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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준비물은 공복 이딴 걸 누가 먹어? 먹더라고… 내가 너무너무 프레시해 미지의 초록 열매 잘 말아줘 치즈 들어간 그거 주세요 처음이라 그래 몇 년 뒤엔 괜찮아져 야간 부엌 소동 인생에는 쓴맛, 단맛, 그리고 신맛도 있다 용암처럼 내게 밀려오라 때로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나만 아는 맛집 토마토의 굴레 나의 추앙 푸드 우리 타코 냄새 나 동태 눈알을 혼내줘 여름이 녹아내린다 매콤, 따뜻, 뭉근 브리또 할아버지 ‘타코와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른의 운동 멕시코의 아침햇살 웰껌 뚜 메히꼬! 한국인은 역시 국물이지 타코신이시여 타코신 가라사대 타코인의 기쁨과 슬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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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님께.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신지요?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가끔 타코에서 느끼곤 했던 아빠의 유통기한 지난 스킨 맛의 원인이 당신이었다는 걸 방금 알게 된 참이거든요. 초면에 풀을 경멸해보는 건 저도 처음인데요.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수희의 후각으로부터.
---「이딴 걸 누가 먹어? 먹더라고… 내가」중에서 아니나 다를까 나의 ‘절대 브리또’를 먹은 외국인은 식사를 마치고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 프랜차이즈를 매우 좋아하며 전 세계 어딜 가든 이 메뉴를 꼭 먹어본다고 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브리또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브리또를 먹을 줄 아는 브리또 마스터가 나의 마스터피스를 먹은 것이다! 그는 이걸 누가 만들었냐고 진지하게 물었고 계산대 직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는 주방에서 위생장갑을 끼고 서 있는 내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단어 한 단어 힘주어 말했다. “디스 브리또 이즈 더 베스트 인 마이 라이프.” 나 역시 그의 경건한 눈빛을 마주하며 답했다. “예아. 댓츠 마이 브리또.” 이 순간은 내 인생의 빛나는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잘 말아줘」중에서 타코란 본디 그대로 손으로 들고 고개를 야무지게 꺾어 입을 크게 벌려 베어 먹는 음식이다. 조금이라도 멋있고 예뻐 보이려고 하다가는 재료를 허벅지 위로 폭포처럼 쏟는 원맨쇼를 보여줄 수 있다. 민망해하며 황급히 냅킨을 찾는 그들을 보며 속으로 기도할 뿐이다.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알아간 뒤, 편한 사이가 된 다음에 우리 가게를 다시 방문해주기를…. “자기, 예전에 여기 와서 무릎에 야채랑 살사 다 쏟았잖아. 진짜 지저분하고 민망했는데, 기억나? 와하하~” 하며 웃을 수 있는 추억이라도 만들기를…. ---「나의 추앙 푸드」중에서 타코 냄새를 풍기던 이십대 초반의 여자아이들에게는 각자의 고민이 있었다. 각자의 꿈, 각자의 마음, 각자의 사랑. 그럼에도 함께 있을 때만큼은 우리의 고민, 우리의 꿈, 우리의 마음, 우리의 사랑이 되었다. 서로의 농담이 제일 재밌고, 서로의 감정이 가장 크고, 대체로 서투르고 어리석었지만, 매번 그렇지는 않았던 우리. 비 내린 땅의 풀처럼 자라고 있었던 우리. 가끔 타코집에 가만히 앉아 그 익숙하고 반가운 냄새를 맡고 있으면, 그때의 타코 냄새 나던 여자아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이제는 향수도 뿌리고, 제법 좋은 옷도 사 입고, 삼십대 성인다운 태가 나려나 가만히 상상하다가, 또 웃는다. 기억 저편 구리구리한 타코 냄새를 풍기던 우리가 사랑스러워 웃는다. ---「우리 타코 냄새 나」중에서 ‘나는 그 시절이 부끄럽지 않아.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아. 타코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좋아.’ 어쩌면 타코신은 더 오래전부터 나를 지켜보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타코와 함께했던 그 시절을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눈이 벌게진 채로 타코를 먹던 아이의 마음이 미래의 글 속에서 아프지 않도록.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음식 에세이를 쓰고 멕시코 여행까지 떠나게 하다니! 정말이지 타코신은 못 말린다니까. 짓궂은 타코신이시여, 아무튼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타코인의 기쁨과 슬픔을 보듬어주시길. 타-멘. ---「타코인의 기쁨과 슬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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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멕시칸 푸드는 맵고 짠 보약이다.”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적인 세계로! 이 책에는 타코를 영업 당한 애인, 따뜻했던 멕시칸 푸드점 직원들, 첩보원처럼 은밀하게 과카몰레를 찾던 손님, 그리운 브리또 할아버지, 나초를 좋아하는 엄마 숙, 오늘만 사는 멕시코 택시 기사님, 처음 파히타를 먹는 〈나의 해방일지〉 구씨 등 정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과 주고받는 대화들이 마치 드라마를 보듯 생생해서 깔깔 웃다가도 중간중간 흐르는 뭉클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아릿해지기도 할 것이다. 함께 나초 칩을 즐겨 먹던 엄마 숙이 치아가 약해져 딱딱한 것을 잘 씹지 못하게 되자 저자는 고심 끝에 뜨거운 치즈를 나초 칩 위에 부어 눅눅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는다. 평소 바삭한 나초가 아니면 절대 먹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십대 초반, 멕시칸 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했던 당시 함께 타코 냄새를 풍기며 일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삼십대가 되어 향수를 뿌릴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미군부대에서 먹었던 타코벨의 맛을 잊지 못해 먼 곳에서 오던 할아버지의 발길이 끊겨 전하지 못한 감사 인사를 홀로 내뱉었던 순간에도 멕시칸 푸드는 그의 곁에 함께했다. 가까운 동료와 가족, 심지어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손님이 주는 여운에 머물러 있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그를 웃고 울게 한 멕시칸 푸드의 매력이 무엇인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어쩌면 쓸쓸하기도, 외롭기도 했던 순간들의 길목에도 멕시칸 푸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타코를 팔았던 아르바이트생 시절에는 최저 시급자로서 초라한 때도 있었고, 돈과 시간이 없어 가게에서 꾸역꾸역 타코로 배를 채웠던 날들도 있었다. 저자에게 멕시칸 푸드는 어두웠던 시절을 함께해온 ‘반려 음식’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멕시칸 푸드를 매개로 지나왔던 그의 일상과 취향, 생각”의 총집합체이다. 많고 많은 가게 중 어쩌다 멕시칸 푸드점에서 일을 시작해 결국 홀로 멕시코 현지 음식을 맛보는 여행자가 되었을까. 떼려야 뗄 수 없는 멕시칸 푸드와의 질긴 인연. 어쩌면 그의 불타는 열정은 멕시칸 푸드의 자극적인 맛과 닮은 듯하다. 저자는 짓궂은 ‘타코신’ 덕분에 멕시칸 푸드 에세이를 쓰게 된 것에 경탄하며 오늘도 이렇게 기도할 것이다. “짓궂은 타코신이시여, 앞으로도 타코인의 기쁨과 슬픔을 보듬어주시길. 타-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