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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풍
2 어설픈 표정 3 침묵의 의미 4 어느 혼례 5 망년회 6 별빛 아래서 7 애환의 쌍곡 8 마구간의 참사 9 웃으면서 10 서울 11 노을 진 들녘 어휘풀이 작품해설 |
Park, Kyung-Ree,朴景利,박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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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흘긴다. 그러나 주실은 자기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을 조금도 우습게 여기지는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단추가 뜯어져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육이 좋은 앞가슴이 보일락 말락 하는데도 전혀 무관심이다. 나이 열여덟이면 그만한 것 헤아릴 때도 되었건만. 하기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은행나무에 기어 올라가곤 했으니, 그래서 송 노인(宋老人)은 우리 집 원숭이 새끼라 불렀다.
주실은 송화리 과수원 밖의 세계를 구경한 일이 없다. 그의 친구는 거반이 동물이요, 산과 들과 물이 그가 사는 세계였다. 이를테면 일종의 원시적인 소녀라 할까, 송 노인이 의식적으로 그렇게 길러놓은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깊은 곡절이 있었다. --- 본문 중에서 높은 천장과 댕그랗게 올라붙은 유리창, 아무도 없는 넓은 연구실에서 영재는 일손을 멈추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금 괴상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건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벼락 맞은 고목이 있는 언덕 밑 깊숙한 곳에, 비바람 치는 밤이면 탐조등이 뿌옇게 짐승의 눈알처럼 비치는 괴상한 건물이다. 소리 없이 문이 열리면 미궁 같은 내부의 벽화 속에서 검둥이 계집이 쫓아 나오고 녹색의 안개가 자욱한 방에 검정빛 노랑빛의 옷을 입은 여인이 있다. 울음도 들리고 웃음도 들린다. --- 본문 중에서 울음에 지친 주실은 밤중에 배가 아프다고 뒹굴기 시작했다. 아직 달이 차지 않았는데 아마 조산인 모양이었다. 초상과 출산이 뒤범벅이 되어 있는데 이튿날 아침 성삼과 박 서방은 읍내 경찰서로 불려갔다. 그들이 형사 앞에 앉아 있노라니까 얼마 전에 송화리 과수원을 다녀간 그 중년 신사가 들어왔다. 모자를 손에 들고 들어오는 그를 보자 박 서방은 황급히 일어서며 허리를 굽혔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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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눈을 흘긴다. 그러나 주실은 자기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을 조금도 우습게 여기지는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단추가 뜯어져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육이 좋은 앞가슴이 보일락 말락 하는데도 전혀 무관심이다. 나이 열여덟이면 그만한 것 헤아릴 때도 되었건만. 하기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은행나무에 기어 올라가곤 했으니, 그래서 송 노인宋老人은 우리 집 원숭이 새끼라 불렀다. 주실은 송화리 과수원 밖의 세계를 구경한 일이 없다. 그의 친구는 거반이 동물이요, 산과 들과 물이 그가 사는 세계였다. 이를테면 일종의 원시적인 소녀라 할까, 송 노인이 의식적으로 그렇게 길러놓은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깊은 곡절이 있었다. (본문 10쪽) 높은 천장과 댕그랗게 올라붙은 유리창, 아무도 없는 넓은 연구실에서 영재는 일손을 멈추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금 괴상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건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벼락 맞은 고목이 있는 언덕 밑 깊숙한 곳에, 비바람 치는 밤이면 탐조등이 뿌옇게 짐승의 눈알처럼 비치는 괴상한 건물이다. 소리 없이 문이 열리면 미궁 같은 내부의 벽화 속에서 검둥이 계집이 쫓아 나오고 녹색의 안개가 자욱한 방에 검정빛 노랑빛의 옷을 입은 여인이 있다. 울음도 들리고 웃음도 들린다. (본문중에서) 울음에 지친 주실은 밤중에 배가 아프다고 딩굴기 시작했다. 아직 달이 차지 않았는데 아마 조산인 모양이었다. 초상과 출산이 뒤범벅이 되어 있는데 이튿날 아침 성삼과 박 서방은 읍내 경찰서로 불려갔다. 그들이 형사 앞에 앉아 있노라니까 얼마 전에 송화리 과수원을 다녀간 그 중년 신사가 들어왔다. 모자를 손에 들고 들어 오는 그를 보자 박 서방은 황급히 일어서며 허리를 굽혔다. (본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