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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 PD·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아름다움과 맛에 인문학이 더해진 PD와 화가의 제주도 콜라보
송일준이민 그림
스타북스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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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PROLOGUE

D-1. 가자! 제주도로!
DAY 1. 서귀포 법환마을
DAY 2. 제주도 탐방, 허탕의 시작
DAY 3. 계속되는 허탕, 왈종미술관에서 만회하다
DAY 4. 아름답게 가꿔진 오설록 티뮤지엄
DAY 5. 한옥, 책방으로 태어나다
DAY 6. 올레길은 7코스가 제일 아름답다?
DAY 7. 〈인간시대〉의 추억, 비양도
DAY 8. 바다를 건너온 나주의 뱀, 토산리의 신이 되다
DAY 9. 쏟아지는 폭우, 4.3의 피눈물
DAY 10. 수십 년 만의 재회
DAY 11. 또 다른 재미, 제주도 지질 탐방
DAY 12. 고향처럼 느껴지는 제주 MBC 방문
DAY 13. 다시 이중섭을 만나다
DAY 14.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먹은 탕
DAY 15. 아름다운 서귀포, 그래서 더 슬픈 4.3
DAY 16. 법환마을 쁘띠 산책
DAY 17. 제주도가 만든 추사체
DAY 18. 아내가 상경하고 지인들이 찾아오다
DAY 19. 가파도 되고 마라도 되고
DAY 20. 돌발 상황으로 서울행
DAY 21. 다시 제주도, 어릴 적 친구가 찾아오다
DAY 22. 한곳한곳 허탕 친 곳을 탐방하다
DAY 23. 석부작, 엉뚱한 폭포 그리고 제주도에 정착한 부부
DAY 24. 몰입형 미디어아트극장 ‘빛의 벙커’
DAY 25 . 비 오는 이중섭거리를 걷고 라떼를 마시다
DAY 26. 고생의 추억 ‘우도’
DAY 27. 드디어 한라산… 영실 등반기
DAY 28. 거대한 돌 공원과 친구의 귤밭
DAY 29. 기대가 컸던 본태박물관
DAY 30. 제주 세 성씨의 조상, 여기서 결혼하다
DAY 31. 거문오름 트레킹을 위한 워밍업
DAY 32. 대망의 거문오름을 오르다
DAY 33. 나주에서 건너온 또 다른 뱀신
DAY 34. 제주도 한 달 살기, 눈 깜짝할 새 끝나다

EPILOGUE.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저자 소개2

1957년 영암에서 태어나 나주로 이사했다. 나주초등학교에 입학해 나주중앙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주중학교로 진학했다. 나주중학교 1학년 때 상경, 덕수중학교(야간부), 양정고등학교, 고려대학교(사회학과), 한국외대 통역대학원(한영과)을 졸업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에 능통하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신문방송학과)에서 언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일본의 테레비』, 역서로 『거대 NHK 붕괴』 『미디어리터러시 접근법』 등이 있다. 1984년 MBC에 입사, 3년 간의 AD생활을 거쳐 PD로 승격했다. 〈출발 새 아침〉 〈취미여행〉 〈
1957년 영암에서 태어나 나주로 이사했다. 나주초등학교에 입학해 나주중앙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주중학교로 진학했다. 나주중학교 1학년 때 상경, 덕수중학교(야간부), 양정고등학교, 고려대학교(사회학과), 한국외대 통역대학원(한영과)을 졸업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에 능통하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신문방송학과)에서 언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일본의 테레비』, 역서로 『거대 NHK 붕괴』 『미디어리터러시 접근법』 등이 있다.

1984년 MBC에 입사, 3년 간의 AD생활을 거쳐 PD로 승격했다. 〈출발 새 아침〉 〈취미여행〉 〈인간시대〉 〈PD수첩〉,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국제협력팀장, 도쿄PD특파원, 외주제작센터장을 맡아 떠나 있기도 했지만, 〈PD수첩〉과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위험 미국쇠고기수입 무제한 허용 방침을 비판한 방송 후 오랫동안 고초를 겪었다. 보수정권 내내 제작현업에서 쫓겨나 사내 유배생활을 했고, MBC PD협회장, 한국PD연합회장이 되어 언론자유 회복 투쟁의 일선에서 싸웠다.

2018년 1월 광주MBC사장으로 부임하여 지역성과 보편성을 겸비한 글로벌 수준의 프로그램 제작, 지자체와 협력하여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문화사업을 열정적으로 추진했다. 홍어를 180도 새로운 관점에서 들여다본 11부작 다큐멘터리 〈핑크피쉬〉(연출 백재훈 최선영)로 많은 상을 받았다. 나주정미소를 리모델링한 공연장 ‘난장곡간’, 광주 양림동 펭귄골목 입구의 라디오 오픈스튜디오, 담양에 추진 중인 LP뮤지엄 등으로 지역의 쇠락한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의 방송에 PD저널리즘이란 용어를 탄생시킨 〈PD수첩〉의 대표적 얼굴 중 한 명으로 〈PD수첩〉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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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일본 동경 다마미술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뒤 1995~2001년 일본 동경의 이우환 작가 전속화랑인 시로타 화랑의 전속작가로 활동했다. 1984년 삼성문화재단 작품소장을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일본 마찌다판화박물관, 영국 대영제국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일본 동경 오페라시티, 일본 요코하마미술관,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주호주 한국대사관,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국무등미술대전 판화부문 대상, 한국판화가협회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미술대전, 무등미술대전, 구상전 등에서 심사위원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일본 동경 다마미술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뒤 1995~2001년 일본 동경의 이우환 작가 전속화랑인 시로타 화랑의 전속작가로 활동했다. 1984년 삼성문화재단 작품소장을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일본 마찌다판화박물관, 영국 대영제국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일본 동경 오페라시티, 일본 요코하마미술관,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주호주 한국대사관,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국무등미술대전 판화부문 대상, 한국판화가협회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미술대전, 무등미술대전, 구상전 등에서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을 지냈다. 또한 초대개인전을 85회 하였으며, 인문학 강의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판화와 서양화를 접목시킨 판타블로(PAN TABLEAU)라는 독특한 기법을 창안해 호평을 받고 있으며 지금은 제주도에서 작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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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68g | 143*210*20mm
ISBN13
9791157956586

책 속으로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렸다 그쳤다 한다. 빗속에 올레길도 그렇고 해서 두어 군데 명소 탐방을 하기로 했다. 전에 나주시청에 근무하는 후배가 가르쳐 준 표선면 토산리 본향당부터 찾아간다. 본향당은 마을의 토지와 안전을 관장하는 신을 모시는 신당이다. 각 본향당에는 본풀이가 있는데 어떻게 해서 해당 신이 그곳에 좌정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스토리다. 토산리 본향당에 모신 신은 바다를 건너온 나주 금성산신, 귀달린 뱀이다. ‘왕건이 고려를 건국할 때 금성산신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나주의 금성산은 신령한 산으로 소문났다. 고려시대에는 전국 7대 명산 중 하나였으며 다섯 개의 산신 사당이 있었다. 금성산신이었던 귀달린 뱀이 험한 바다를 건너 이곳 토산리 본향당의 신이 되었다는 전설. 나주 출신으로 어찌 가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제주도 탐방, 허탕의 시작」중에서

‘제주곶자왈도립공원’에 들러 귀가하기로 하고 한 시간 가까이 차를 몰았다. 곶자왈공원은 국제학교가 있는 대정읍에 있다. 다섯 시에 도착해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데 빗자루를 든 여성이 뭐라고 한다. 창문을 내리고 들어보니 입장 시간이 끝났단다.
“몇 시까진데요?”
“네 시까지요.”
그대로 차를 돌려 귀가하는 길. 잠시 강정항에 들렀다. 서쪽으로 해가 기울고 있었다. 정박된 배의 이름이 ‘BANGTAN FISHERMAN’. 방탄소년단이 유명해진 이후 만들어진 모양이다.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 올랐다. 가까이 빨간 등대. 저 멀리 다른 방파제엔 하얀 등대가 있다. 그림이 예쁘다. 등대엔 묘한 매력이 있다. 시인 김춘추의 시 ‘등대’를 떠올린다. 섬과 섬 사이에도 / 등대가 있고 / 등대 없는 섬은 사람보다 외롭다
---「한옥, 책방으로 태어나다」중에서

미술관 아래 쪽에 이중섭이 살았던 초가집이 있고 일대는 ‘이중섭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작은 초가 한 칸. 정방동 주민이 이중섭 일가를 위해 내준 집이다. 생각보다 작다. 열려 있는 방 안. 무척 좁다. 화가의 사진과 ‘소의 말’이라는 글이 정면과 측면 벽에 걸려 있다. 창남 현수언이라는 분이 이중섭의 글을 붓으로 쓴 것이다.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소의 말이지만 이중섭 자신의 말이다. ‘소가 이중섭이고, 가족이고, 우리 민족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가 아래 쪽은 밭과 공원이다. 벤치에 앉아 있는 이중섭과 같이 사진을 찍었다. 병과 가난으로 마흔 살에 삶을 마감해야 했던 천재 화가. 매주 주말 오후 1시. 해설사와 함께 하는 작가의 산책길 탐방이 이중섭공원에서 진행된다. 이중섭거리에서 다양한 가게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다른 재미, 제주도 지질 탐방」중에서

‘소라의 성’ 옆을 지나는 길은 올레길 6코스다. 올레길을 나타내는 리본과 나무로 된 화살표가 보인다. 조금 내려가자 폭포 소리가 들린다. ‘소(小)정방 폭포’다. 정방폭포에 비해 작은 폭포. 셋으로 나뉜 물줄기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 정방폭포와 달리 무료다. 귀엽고 앙증맞은 폭포와 그 앞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치는 아름답다. 앞바다에 떠 있는 커다란 배는 닻이 내려진 듯 제자리에 멈춰서 파도를 따라 출렁거리고 있다. 가까운 언덕 위 나무들 사이로 하얀 건물이 보인다. ‘허니문하우스’다. 하얀 벽에 유럽풍 주황색 기와로 덮인 이국적인 디자인이다. 영업을 하지 않는지 적막했고, 바닷가 쪽 건물 한 동만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베이커리 카페다. 늘 마시는 카페라떼 대신 모카커피를 주문한다. 맨 구석 푹신한 가죽 소파에 푹 파묻힌다. 커피를 홀짝인다, 느리게 시간이 흐른다. 나른한 봄날 오후. 평화로운 풍경. 가슴을 채우고 올라오는 충일한 감정. 제주도 한 달 살기. 하루가 또 지나간다.
---「아름다운 서귀포, 그래서 더 슬픈 4.3」중에서

추사의 글씨는 제주도 유배생활을 거치면서 기름기가 빠졌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김정희만의 글씨, 중국 모방이 아닌 법고창신의 조선의 서체. 추사체는 유배생활의 고난 속에서 또 쓰고 또 쓰며 다듬고 다듬어서 완성된 것이다. 전시관에는 71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 생애 마지막으로 쓴 봉은사 현판 글씨 ‘판전’의 탁본이 전시돼 있다. 어린 아이가 쓴 것처럼 천진하고 소박하여 보는 내 마음도 부드러워진다. 전시관에는 기름기가 낀 무량수각이란 글씨와 기름기가 빠진 글씨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추사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전시관 바깥에 있는 체험실에는 지필묵이 놓여 있다. 붓을 들고 글씨를 써본다. 삐뚤빼뚤. 얼른 구겨서 호주머니에 넣는다. 추사가 받았던 형은 유배 중에서도 가혹한 위리안치다. 가시 달린 탱자나무 울타리로 집을 둘러싸고 그 바깥으로는 나갈 수 없게 하는 형. 전시관 바깥 돌담 안쪽에 심어져 있는 탱자나무들은 추사가 받은 위리안치형을 표현하기 위해 심은 것이란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게 안내판의 설명이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
---「제주도가 만든 추사체」중에서

엉또폭포 근처에 ‘무인카페’라 쓰인 건물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뜨거운 물이 나오는 물통, 인스턴트 커피, 과자류, 유자차 같은 것들이 놓여 있다. 마시거나 먹고 싶은 사람은 돈통에 1,000원을 넣고 직접 만들어 먹으면 된다. 집 뒤에는 멀리 마라도까지 볼 수 있다는 전망대가 있다. 무인카페 안 사방 벽에 잔뜩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다녀간 사람들이 적어서 붙여놓은 글들이다. 무인카페 주인한테 감사하다는 글, 연인들의 사랑 고백, 가족들의 안녕과 행복을 비는 글 등등. 무인카페가 있는 집 이름은 ‘엉또산장’ 또는 ‘석가려(夕佳廬)’라고 한단다. ‘해질 녘 더 아름다운 오두막’이라고 매직으로 크게 써놨다. 려(廬)는 농막집이다. 그러고 보니 폭포에 더 가까운 쪽에 있는 작은 정자 이름이 비슷하다. 석가정(夕佳亭). ‘해질 녘이 더 아름다운 정자’라는 뜻이겠다. 석가(夕佳)라는 말은 원래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에 나오는 말이란다.
---「석부작, 엉뚱한 폭포 그리고 제주도에 정착한 부부」중에서

조선시대에는 1년에 무려 스무차례 제주귤이 진상품으로 왕궁으로 올라갔다. 제주목사는 진상할 귤의 수에 맞추기 위해 나무에 달린 귤 수를 세어 관리했다. 시달리다 못한 농민들이 밤에 귤나무 뿌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고사시켰을 정도로 귤은 제주 농민들에게 고통이었다. 특별히 동지에 맞춰 제주목사가 귤을 진상하면 임금은 상을 내리고, 특별 과거인 황감과를 실시하고, 유생들에게 귤 하나씩을 선물로 나눠줬단다. 귤, 전복, 표고버섯… 제주도의 특산물은 오늘날엔 왕실 진상품이라는 이름으로 프로모션하는 상품이지만, 과거엔 제주도민들에게 고통을 가져다주는 애물이었다.
---「거대한 돌 공원과 친구의 귤밭」중에서

거문오름은 식생의 보고다.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발견되었다는 주걱비름이 노란 꽃을 달고 바위 위에 군집을 이루고 있다. 흔한 야생화로 알고 지나쳤을 작은 풀이 설명을 듣고나니 새삼 귀하게 느껴진다. 금새우란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제주에만 자생하는 새우란도 있다. “가장자리가 흰 줄로 둘러쳐진 키 작은 대나무 보이시죠. 한라무늬 조릿대라는 겁니다. 어찌나 번식력이 강한지 한 번 퍼지면 다른 식물들을 자라지 못하게 합니다. 너무 퍼지면 안 되는데 걱정입니다.”

거문오름 한 곳에서 나무데크길 양쪽을 온통 뒤덮고 있는 조릿대숲을 발견했다. 과연 다른 나무나 풀들은 없고 전부 조릿대뿐이다. 이럴 경우 그냥 내버려두는 건지 궁금하다. 좋은 점도 있다. 조릿대잎은 차로 만들어 마신단다. 고혈압에 좋단다. 자연유산보호 개념이 없었던 시절. 거문오름 안에는 숯가마터가 있었다. 숯일꾼들은 가마를 만들고 그 앞에서 몇 날을 묵으며 숯을 구웠다. 가마터에 팻말이 있다. 2코스가 끝나는 지점. 해설사는 여기까지 동행한다.

“3코스 더 걷고 싶은 분은 이 길로 가시면 됩니다.” 우리 빼고 희망자가 한 명도 없다. 모두들 탐방을 끝내고 돌아간다. 지금까지 약 5.5km를 걸었다. 힘들다. 속으로는 이쯤 했으면 충분하지 않나 생각하지만 말을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 거문오름 타령을 한 아내는 2코스로 끝낼 생각이 전혀 없다. 시간을 보니 열 두시가 넘었다. 꼬르륵. 배고프다. 생수 빼고 먹을 건 전부 로커에 넣어두고 왔다. 3코스를 더하면 모두 10킬로를 걸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 거문오름에는 분화구를 둘러싸고 모두 아홉 개의 봉우리가 있다.

---「대망의 거문오름을 오르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제주도의 맛집, 카페, 절경 어디까지 가봤니?
제주가 숨겨둔 비경과 전설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여행

PD와 작가의 눈에 비친 억겁의 비밀을 간직한 제주도 탐방


이 책은 PD로 명성을 날린 송일준이 광주MBC 사장·대표이사직을 퇴임하고 며칠 후 전격 단행한 제주도 한 달 살기 기간 동안 매일 여러 군데를 다니며 체험한 것을 매일 밤 혹은 이른 새벽 페이스북에 적었다. 뭘 보고 뭘 먹었는지 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들어가 제주도의 인문지리에 관해서도 썼다. ‘ㅇㅇㅇ 한 달 살기’류의 책들은 많지만 재미와 함께 알찬 내용을 겸비한 책이 드문 현실에서 저자의 책이 도드라지는 까닭이다. 가령, 김정희 유배지를 방문한 날의 글이라든가 나주에서 건너온 뱀이 제주도의 신이 된 이야기라든가 4.3 평화기념관 방문기라든가 제주에 정착한 사람들의 사연이라든가 하는 이런 내용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인문학적 소양도 채워질 것이다.

송일준은 기대가 컸던 ‘본태박물관’을 이렇게 썼다.
쿠사마야요이는 젊었을 때 호박에 꽂혀 평생 호박을 테마로 작품 활동을 해왔고 호박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3전시관은 호박 한 점과 ‘무한거울의 방-영혼의 광채’가 전부였다. 야요이의 호박은 세월이 가면서 점점 더 커졌는데, 호박 위에 찍은 무수한 검은 점들은 반복과 집적이라는 쿠사마야요이 특유의 표현방식이고, 그녀가 끊임없이 고민해온 영원성을 생각하게 한다고 설명문에 쓰여 있었다. 음. 썩 와 닿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환각증세를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예술을 시작했다는 쿠사마야요이. 머릿속 환상을 밖으로 쏟아내는 작업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가 되었다. 작품이 좀 더 많았더라면 이해도가 높아졌을 텐데, 아쉽다.

또한 또 다른 재미, 제주도 지질 탐방에서는 이렇게도 썼다.
젊은 연인 한 쌍이 출입금지선 앞에서 용머리해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야, 도대체 언제 와야 볼 수 있는 거야. 우리 벌써 네 번째 허탕이다 그치.” 뭍에서 여행을 그렇게 많이 오진 않았을 테고, 아마 제주도에 사는 청춘들일 것이다. 통행금지가 풀릴 때까지 거의 세 시간 가까이 남았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지. 발길을 돌린다. 하멜기념비와 산방연대는 올레길 10코스가 지난다. 오르막 경사 길을 걸어야 한다. 길가에 올레길 표지판과 리본이 보인다. 하멜의 표착 스토리, 하멜기념비를 세우게 된 내력이 간략하게 적혀 있다.

이런 제목도 있다. ‘가파도 되고, 마라도 되고’
잔디 깔린 마당에 놓인 나무 테이블과 의자. 두 여자가 앉아 돌담 너머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멍 때리기 좋은 곳이다. 더 이상 좋을 수 없이 환장할 봄날이다. 카페 안. 낮은 천장이 훤히 드러나 있다. 구불구불 대충 다듬은 나무 기둥, 서까래, 하얗게 회칠한 천장. 간소, 질박, 자연… 옛집을 고친 카페들이 흔히 그렇듯 가파리212도 그런 곳이다. 주방에서 두 여자가 바쁘다. 키가 큰 한 여성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 스포츠 스타일. “남자인 줄 알았네.” 목소리를 듣더니 일행 중 한 명이 말한다. “들리겠네. 목소리 낮추시오.” 남들은 미숫가루를 시키는데 나는 카페라떼를 시켰다. 바로 후회했다.

이렇게 송일준 PD의 글은 우선 재밌고 읽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오랜 방송생활에서 익힌 습관대로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쓴 저자의 글은 술술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고 정보가 빈약한 것도 아닌데 책 읽기가 순식간에 끝난다. 읽고 나면 배우는 내용이 가득한데도 그렇다. 화면에 비치는 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송일준 PD의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중섭이 바라본 섶섬을 이민 작가가 다시 그리다

더해서 이 책에 103점의 그림과 스케치를 그린 이민 작가는 판화와 서양화를 접목시킨 판타블로(PAN TABLEAU)라는 독특한 기법을 창안해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로 제주도의 매력에 빠져 2년째 제주도에 살면서 제주도를 배경으로 그리면서 200점을 목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다. 작가는 이중섭 레지던시에 1년간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제주도의 매력마미술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1995~2001년까지 일본 동경의 이우환 작가 전속화랑인 시로타 화랑의 전속작가로도 활동한 이민 화가는 일본에서도 그림을 그리면 바로 팔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1984년 삼성문화재단 작품소장을 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세계 각국의 미술관과 대사관에 소장되어 있기도 한 화가 이민의 판타블로 작품과 스케치를 보는 즐거움에 책장이 저절로 넘어갈 것이다.

작가는,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 어떤 이유로든 여유가 생겨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꿈꾸는 사람들, 그냥 며칠이라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평생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며 고발프로그램 PD로 살아온 저자가 익숙한 세계의 글과는 전혀 다른 여행기를 썼다. 새 책을 펴내고 홍보할 때 다들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책이라고 선전하지만 실제 그런 책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데 ‘제주도 랩소디’는 바로 그런 책이다. 읽는 동안 미소를 짓고,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알찬 뭔가가 남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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