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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_ 정진명
발간에 부쳐 _ 정다래 1장_ 해와 달을 품은 땅 1. 꽃샘추위에서 우주를 보다 2. 이론과 현실 3. 지구 운동의 특성 4. 달을 품은 땅 5. 동양과 서양의 차이 6. 한 송이 꽃 2장_ 우주가 꿈틀꿈틀 1. 주역의 가지 뻗기 2. 주역을 보는 눈길 : 24절기 3. 음 양 4. 오 행 5. 오 운 6. 육 기 3장_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변화 1. 동기관계 2. 상생과 상극 3. 특수 결합 4. 운기와 체질 5. 오운의 병증 6. 육기의 병증 7. 3분5기 8. 달 력 4장_ 눈은 둘이다 1. 큰 의심 2. 성리학과 주역 3. 도가의 주역 4. 금화교역 5. 오장육부론에 이의 있다 6. 기항지부는 중심축 7. 약과 침뜸 8. 사람이 소우주라 하여, 꼭 우주를 닮아야 하나? 5장_ 뇌가 사람의 전부다 1. 골 운동 2. 도가의 수련법 3. 퇴계 이황의 활인심방 6장_ 실없는 바느질 1. 음양 치료 2. 김홍겸의 3부혈 침법 3. 나이와 병 7장_ 보사를 생각하다 1. 보사의 함정 2. 체침을 위한 변명 3. 병의 뿌리는 마음 부록 1. 임상 사례 2. 한의학 나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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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바깥으로 나가서 우주를 보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공부하는 이 대상은 언제나 이런 한계에 부딪힙니다. 이런 한계에 부딪힌 선인들이 고안해낸 방법의 하나가 밑도 끝도 없는 가정으로 설명해보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총량 불변의 법칙은 그런 가정의 하나이고, 옳고 그름을 떠나 논의의 실마리를 제공해주 는 아주 훌륭한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의 발상을 얻을 때 선인들이 많이 쓴 방법은 무한대를 무한소에서 찾는 것입니다. 무한대가 우주 전체라면 무한소는 사람입니다. 우주 전체에 비하면 사람은 정말 먼지 하나에도 못 미칠 존재죠. 그렇지만 먼지 하나 속에도 우주가 들어있다는 ‘화엄일 승법계도’의 구절처럼 그 무한소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텅 빈 내면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완벽한 우주가 있습니다. 그 우주를 통해 대 우주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어떤 실마리를 얻는 것입니다.
---「지구 운동의 특성」중에서 이렇게 주역이 자연의 지도에서 인사의 지도로 바뀌고 나면 사람들은 주역에서 자연현상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인사의 원리와 법칙을 찾아내서 행동의 준칙으로 삼으려고 하죠. 현재의 주역은 그렇게 재구성된 도덕책입니다. 따라서 점을 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됩니다. 오로지 그 안에 담긴 주나라 시절의 통치철학과 인사 원리를 암기하고 이해하여 현재의 삶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일만 남습니다. 실제로 선비들은 주역을 외워서 그렇게 활용했습니다. 점 이 드러내는 암시보다 괘사卦辭와 효사爻辭가 보여주는, 역을 해석한 주나라 시대의 통치철학과 처세가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사의 일은, 엄밀히 말해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역이 인간으로 동떨어져 나갈 때도 자연은 자연대로 돌아가는 법칙이 있습니다. 자연이 인사를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내 배가 아프다고 해가 서쪽에서 뜬다거나, 어떤 사람이 밀어낸 다고해서 태풍이 딴 곳으로 비켜 갈 수는 없거든요. 자연은 냉정합니다. ---「주역의 가지 뻗기」중에서 사람이 건강할 때는 자신의 몸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몸의 어느 한 곳에 탈이 나야 비로소 그곳을 자각합니다. 예컨대 잘 돌아다 닐 때는 발이 어디 달렸는지 손이 어디 달렸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발목을 삐면 그제야 발의 무게가 천근임을 깨닫습니다. 이처럼 전체에 문제가 없을 때 부분은 자각되지 않는 법입니다. 왜 이럴까요? 부분이 고장 나면 그것과 관련이 있는 또 다른 부분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분이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완전한 상태에서는 부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이 곧 치료 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부분을 해결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 부분의 맞꼭짓점을 건드리는 것이 균형을 제대로 잡 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픈 곳에만 집중하면 그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아픈 곳의 통증을 멈추려는 노력만 하죠. 그래서 나온 것이 진통시키는 방법입니다. 마사지 같은 것을 하다가 안 되면 결국 진통제 주사를 맞습니다. 그렇게 하면 통증을 느끼지 못해서 다시 전체로 돌아가 부분을 잊습니다. 아팠던 부분이 전체의 조화 속에서 제 기능을 저절로 되찾기도 합니다. 몸의 자생력이 만들어내는 신비이죠. ---「음양치료」중에서 동양의학에서는 일상의 사소한 질서가 깨지면서 병이 나타나고 점차 악화한다고 본다. 치료하는 방법도 이런 생각에 숨어있다. 아무리 큰 병도 일상의 사소한 질서를 회복시키는 일에서 치료를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동양의학은 ‘생활밀착형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 속의 질서와 버릇이 병을 불러들이고, 그렇게 나타난 병을 고치는 방법도 일생 생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한 사람이 큰 병에 걸리면 우선 거처하는 곳부터 바꾸었다. 다른 집으로 옮기는 것이 기본인데, 그게 불가능하면 한 집 안에서 방이라도 바꾸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때까지 먹던 음식을 크게 바꾸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생활 리듬이 병을 만들고 병을 낫게 하는 기본 전제가 되기 때문임을 잘 알았던 까닭이다. 한의원에 가면 병의 상태를 보고 이런 상담을 해주는데, 막상 아픈 몸을 고쳐달라는 요구만 하지 이런 중요한 얘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인생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말들이, 늘 한 귀로 들어와서 한 귀로 새 나간다. 이런 중요한 말을 걸러 들을 줄 아는 사람이면 병도 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깨닫는 작고도 큰 교훈이다. ---「이럴 때 한의원 간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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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길이 막상 내 삶의 방편이 되고 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서 당황스러운 게 요즘 나의 심정이다. 한의원 운영 자체가 여러 가지 변수로 예상치 못한 일이 끝없이 생길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례가 임상에 계속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변화무쌍한 현실의 뒤에 숨은 난제의 열쇠는 이론을 통해서만 그 본질과 해결책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원고 검토를 계기로 한 의학 공부는 나에게 동양철학에 제대로 발을 들이는 전환점이 되었다. 특히 운기학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체험이어서 더욱 좋았다. 그 동안 이런저런 공부를 했지만 끝내 부담으로 남은 영역이 운기학이었기에, 이번 공부는 옛 사람들의 우주관을 이해하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동양의학의 바탕에 깔린 철학은 깨닫기도 힘들 뿐더러 그것을 쉽게 설명한다는 일은 더 어렵다. 이 책은 그런 어려운 점을 한꺼번에 넘어서는 문을 열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