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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럽고도 눈물나게 웃긴 이야기]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작가의 첫 소설. 스타트업 회사에서 뭐든 다 하는 다정의 이야기는 안쓰럽지만 마냥 웃고 넘길 수 없다. 모든 회사원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대표의 고함소리까지도 웃음으로 도출해내는 고도의 ‘시트콤 소설‘로 한껏 웃음을 터뜨려보자. - 소설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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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SGC TEST 7
1화 김다정 DJ 주임의 폭발 19 2화 안 삐졌다고요 33 3화 대표님의 랜선 자아 42 4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뷰티 52 5화 일잘러 수진의 웃음 60 6화 아름다운 대표의 최후 73 7화 대표님의 생일 파티 80 8화 이 과장 넌 줄 알았어 90 9화 힙합이 된 ‘이 과장 넌 줄 알았어’ 101 10화 콜센터 블랙리스트가 되다 110 11화 80평 사무실을 얻다 121 12화 태양을 피하는 방법 129 13화 I LOVE JAMES 137 14화 양애취 선생님의 사랑 143 15화 내겐 너무 잔인한 쌀통 151 16화 어느 날 대표가 안마 의자를 사 왔다 162 17화 캘리그라피학과 아니라고요 170 18화 경력직 신입 임보정의 등장 177 19화 박힌 돌 다정 vs 굴러온 돌 보정 189 20화 박힌 돌들의 회합 196 21화 갑을 전쟁 -발단 206 22화 갑을 전쟁 -전개 214 23화 갑을 전쟁 -위기 222 24화 갑을 전쟁 -결말 230 25화 김다정, 퇴사하다 240 26화 전쟁이 끝난 뒤, 승자와 패자 247 에필로그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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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답 없는 회사의 이름을 아는가? 모른다면 당장 알려 주겠다. 정답은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 영문 표기는 ‘Kuk-je mind beauty contents group’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 “왜 international이 아니고 kuk-je냐?”고 물을 때마다 복잡한 심정이 된다. 가감 없이 털어 놓자면 대표 이름이 박국제라 그렇다. 캡틴 박은 이 꼬라지가 우습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면서도, 사람들이 놀린다는 이유로 돌연 영어 닉네임 제도를 도입했다. 명함의 ‘대표 박국제’를 ‘CEO James’ 정도로 뭉개려는 시도였다.
---「김다정 DJ 주임의 폭발」중에서 안 웃기다 못해 멱살을 털고 싶은 게 어찌 농담이겠냐마는, 어리바리한 사회 초년생은 이상한 어른 대신 자신을 의심하며 불안을 잠재우는 법이었다. 내가 저렇게 나이 많은 대표님을 머저리 취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고, 세상을 잘 몰라서고, 나는 앞으로 배울 것이 너무 많고……. 취업 준비생 시절의 나는 캔디형 소녀가 힘날 일 없어도 불굴의 의지로 힘을 쥐어짜는 콘텐츠에 절어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성장 서사에 감화되어 나도 세상에 대한 예습을 마쳤다고, 나갈 준비가 되었다고 착각했다. 종국에는 시련만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줄 거라는 괴상한 성장론까지 품게 된 후였다. ---「안 삐졌다고요」중에서 실무에 깜깜한 대표는 피곤했다. 어떤 일에 얼마만큼의 시간과 공과 비용이 드는지 전혀 가늠하질 못했다. 업무별 사이즈를 모르니 오더도 중구난방인 것이다. 대표들 마법의 주문은 ‘빨리빨리’, ‘싸게싸게’였지만, 일이란 정직했다. 빨리빨리 싸게싸게 만든 것들은 그저 그만큼일 뿐이었다. 나는 때때로 우리 회사 콘텐츠 전반에 드러나는 싼마이 뉘앙스가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창피했다. 나중에 내 포트폴리오에 쓸 수나 있을까, 그냥 회사 안 다니고 쉬었다고 말하는 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체 여길 왜 다니고 있는 것인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카드값 고지서에 적혀 있었다. 내가 희망찬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질러 버린 과거를 수습하며 사는 인간이라 그렇다. 하지만 밥 먹고 술 먹고 옷 입고 사는 게 그리 큰 죄인지는 여전히 모를 일이었다. ---「일잘러 수진의 웃음」중에서 박국제의 독재 아래 있으나 마나였던 닉네임 제도가 전면 폐기된 것이었다. 우리는 큰 변화가 논의 없이 행해진 것보다, 제주도까지 가서 이끌어 낸 혁신이 고작 이거라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 무언갈 바꾸는 것도 혁신, 바꾸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혁신이라 아무리 혁신을 해도 제자리일 뿐이었다. ---「이 과장 넌 줄 알았어」중에서 최고치의 볼륨으로 비트 파일을 틀자, 손바닥만 한 내 원룸도 금세 밀리언 달러 베이비 프로듀서의 작업실이 되었다. 나는 리듬의 강세와 갖가지 악기의 등장 시점, 마디와 마디 사이 운율 따위를 전혀 알지 못해서 그냥 아무 데나 박국제의 육성을 얹기 시작했다. 비트의 지배자가 될 순 없었지만 비트 위의 어릿광대 정도는 능히 될 수 있었다. ♬ 뿜! 빠라라랑! 난 이 과장 넌 줄 알았어 ㅤㄸㅜㅂ! 뚜르라리! 난 어제 깜짝 놀랐어? 뚜왑! 빠로라룰~♪ 난, 난, 난, 난 난! (♪hip!) 이 과장 넌 줄 알았어! (hop!) 들었지, 이 과장? 난! 난! 난! 난! 이, 과, 장, 넌, 줄, 알, 았, 어!♬ ---「힙합이 된 ‘이 과장 넌 줄 알았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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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좋소’의 이 과장도 안쓰러워할
5인 미만 사업장,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답 없는 회사의 이름을 아는가? 정답은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 영문 표기는 ‘Kuk-je mind beauty contents group’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 “왜 international이 아니고 kuk-je냐?”고 물을 때마다 복잡한 심정이 된다. 가감 없이 털어놓자면 대표 이름이 박국제라 그렇다.”(「김다정 DJ 주임의 폭발」) 『언러키 스타트업』의 배경은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 ‘스타트업’이란 외피를 썼지만 실은 대표 박국제(a.k.a. 제임스)의 기분과 변덕에 맞춰 온갖 ‘제임스의 뷰티’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좆소’도 되지 못한 5인 미만 사업장이다. 박국제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브레인 뷰티’, ‘마인드 뷰티’를 주창하며 강연을 하고 각종 콘텐츠를 생산한다. 직원들이 보기에 그는 인플루언서와 사이비 강연자 사이를 애매하게 오가지만, 많은 회사에서 그렇듯 일은 어떻게든 굴러가고 박국제를 스승으로 모시는 팬클럽까지 있다. “야! 김다정이, 아니 DJ, 너 일루 와. 저요? 왜요? 왜는 무슨 왜야? 당장 튀어오지 못해! 목젖에 밤송이를 키우는지 오전부터 말에 가시가 한가득이었다.”(「안 삐졌다고요」)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의 1인 팀 팀장이자 막내이고 ‘김다정 주임’이자 영어 닉네임으로는 ‘DJ’인 다정의 일은 기획, 마케팅, 시장 조사, 고객 문의 응대에 그치지 않는다. 대표의 재미없는 유머와 허풍에 웃어 주기, 썸녀와 잘되기 위해 구매해 놓고 직원 복지라고 생색내는 안마의자를 앞에 두고 감사하다 빈말을 늘어놓기, 생일날 쌈짓돈을 모아 생일파티 해 주기, 문예창작과라는 이유로 사무실에 걸 사훈의 캘리그라피 쓰기를 아우른다. 말이 통하지 않는 대표와 그의 팬클럽 회원들까지 간수해야 하는 이곳은 ‘좋좋소’의 이 과장마저 안쓰러워할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일은 견뎌도 상사의 무례한 말과 행동은 참을 수 없는 회사원들, 무의미한 일을 반복하거나 아무래도 내 일은 아닌 듯한 잡무를 처리하며 혼란과 분노 사이에 있는 노동자들이라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언러키한 스타트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회사 생활에 대한 리얼리즘 소설이다. 시궁창 테스트를 개발하고 대표의 고함으로 힙합을 만들며 웃음으로 돌파하는 험난한 회사 생활 험난한 회사 생활을 견디는 다정의 태도는 시작도 웃음 끝도 웃음이다. 자조에서 시작해 풍자와 해학을 지나 의지로 개척해 나가는 웃음의 길은 소설 곳곳에서 빛난다. 소설의 문을 여는 ‘SGC 테스트(시궁창 테스트)’는 회사 생활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진다. 회사에서 나는 어떻게 불리는가?(닉네임, 야 혹은 너, 대표의 기분에 따라 변동.) 회사에서 주로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집에 가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 내가 왜 이 돈 받고 이 일을?) 퇴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카드값, 재취업에 대한 불안, 청년내일채움공제.)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항들은 눈물과 한숨 없이 따라갈 수 없지만, 정확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 통렬한 유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힙합! 힙합을 만들 거야! 힙합을 전혀 모르니 아무렇게나 믿으면 그게 힙합이었다. 나는 무료 음성 편집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박국제의 고약한 목소리를 문장 단위로 쪼개기 시작했다. 내 컴퓨터 속 ‘MC. DJ’ 폴더에는 점점 괴상한 제목의 2, 3초짜리 클립들이 쌓여 갔다. 이_과장_넌줄알았어.mp3 난_어제_깜짝_놀랐어.mp3 일_이따위로_할거야.mp3 니가_조져_이과장.mp3 체계를_팍팍_잡으라고.mp3 들었지_이과장.mp3 너알지_이과장.mp3 빡빡빡빡.mp3 딱딱딱딱.mp3” (「힙합이 된 ‘이 과장 넌 줄 알았어’」) 「힙합이 된 ‘이 과장 넌 줄 알았어’」는 회사원의 익살이 극에 달한 에피소드다. 업무를 지시해 놓고 늘 그 사실과 내용을 잊어버리는 박국제는 습관처럼 말한다. “내가 언제?” 녹음이라도 하지 그러냐는 대표의 비아냥에 진짜 녹음을 시작한 다정의 핸드폰에는 대표의 고함소리가 담겨 있다. 신입사원의 퇴근 전 보고가 없었다며, 아니 보고를 하긴 했지만 그가 신입사원인 줄은 몰랐다며 “이 과장 넌 줄 알았어”라고 반복해 소리치는 대표의 광기 어린 목소리는 다정의 광기와 만나 ‘뤼 귀아쟝(feat. 넌 줄 알았어)’이라는 제목의 힙합으로 재탄생한다. 유머는 언러키 스타트업의 삼인방, 다정과 지구와 수진이 애달픈 회사 생활을 견디는 유일한 힘이다. 견딜 수 없이 힘든 일이 있을 때면 “헛개수 마시러 갈 사람”이라는 세 사람만의 암호와 함께 다 같이 밖에 나가 한바탕 수다를 떨고, 누군가 박국제의 표적이 된 날에는 ‘타격의 품앗이’ 체제를 발동한다. 한 사람이 힘을 내지 못해도 업무와 대화에 빈공간이 드러나지 않도록 거들어 주는 것이다. 서로 위로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험난한 회사 생활을 견뎌 내는 세 사람은 회사에서 피어나는 다정한 우정을 보여 준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보여 주는 새로운 형식의 시트콤 소설 다정의 무기인 웃음은 작가 정지음이 세상을 보는 태도이자 쓰는 방식이다. “슬픔으로는 슬픔만을 표현할 수 있지만 웃음으로는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없다”는 그는 웃음 속에 슬픔과 분노, 연민과 애정까지 담아낸다. 웃음으로 무엇이든 보여 주고 무엇이든 웃음으로 그려 내는 정지음은 고도의 유머를 구사하는 특출난 작가다. 시트콤은 작가의 특장과 회사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내는 형식이다. 배경은 익숙한 사무실이고 등장인물은 다정과 그의 동료들, 박국제뿐이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는 인간의 면면과 사회의 작동을 농축시켜 보여 준다. 언러키 스타트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마치 관찰카메라로 보듯 한눈에 들여다보고 있자면, 회사라는 작은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흥미로운 면면들이 떠오른다. 『언러키 스타트업』은 두 권의 에세이를 출간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정지음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다.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명랑하고 유쾌한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회사 생활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촌철살인의 유머와 결합해 빼어난 서사를 만들어 낸다. 『언러키 스타트업』은 정지음 작가의 유머와 독특한 문체에 매료된 독자들에게 또 한 번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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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흐흐...푸하...오오... 웃다가 소름 돋는다. 마음이 무거워질 때면 이 책의 빛나는 유머를 읽어보세요. - 강성봉 (편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