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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 크렙스 가 25번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둘째 날 / 일곱 명의 이웃과 주인 없는 푸른 비옷 셋째 날 / 엘링 샬그손 가의 공주, 그녀의 놀랄만한 발견 넷째 날 /주민들의 또 다른 기억들, 속속 드러나다 다섯째 날 / 일기장에 담긴 비밀 여섯째 날 / 수수께끼 같은 죽음 일곱째 날 / 유서가 일으킨 파문 여덟째 날 / 행방불명, 그리고 새로운 단서 아홉째 날 / 디어풋의 자취를 찾아 열째 날 / 한 파리인간의 이야기 열한째 날 / 완전한 해결 에필로그 옮긴이 말 |
Hwasue S. War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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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가슴에 난 총알구멍과 벽에 박힌 총알을 제외하면 집 안에서 살인사건을 뒷받침하는 단서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랄 올레센이 쓰러져 있던 거실의 탁자 위에는 두 사람 분의 커피와 케이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두 잔의 커피잔에서는 하랄 올레센의 지문만 나왔다.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그는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듯했다. 하지만 누가 그를 방문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으며 혹여 방문자의 신원을 알아낸다 하더라도 그가 살인범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 p.15
당당하고 확신에 가득 찬 그녀의 말투에 나는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금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려는지 찬물을 두 모금 삼킨 후 말을 이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아가사 크리스티가 자신의 가장 잘 알려진 추리소설 속에서 사용한 방법을 우리도 차용해보는 것이에요. 즉, 각각 다른 동기를 지닌 용의자들이 서로 협력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지요. 이 경우 용의자들은 서로의 알리바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리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에요. 따라서 수사과정에서 모든 용의자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 pp. 83~84 “제가 혼자 지어낸 말인데, 사실 전 파리인간이란 단어를 꽤 자주 사용해왔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삶의 한 가운데에서 무언가 특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도 그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이런 사람들을 두고 파리인간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즉, 파리인간은 시간이 지나도 과거의 경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 비슷한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뛰어들게 되거나 스스로 그런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재현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죠. 쓰레기 더미에 모여드는 파리 떼를 떠올리면 감이 잡힐지도 모르겠군요.” --- pp. 99~100 우리는 거의 10여 분 동안 말없이 음식에만 집중했다. 파트리시아가 말문을 다시 열었을 때는 디저트가 나온 직후였다. "혼자서 집중해서 생각할게 있어서 무례를 범했어요. 양해해주세요. 우선 오늘 여행으로 수사에 큰 진전을 가져오신 점은 축하드려요. 범인은 이제 우리 코앞에 있어요. 내일 이 시간쯤이면 범인의 윤곽이 보일 거예요. 제 머릿속에는 체포당할 범인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아요.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있어요. 아주 중요한 사항이에요. 이 사항을 해결하기 전에는 용의자의 범위를 좁힐 수가 없어요. 범인이 코앞에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체포할만한 명백한 단서가 없다는 것이 절망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제 추리가 명백하다고 드러날 때까지 조금의 시간을 필요로 하죠. 하지만 대답은 내일이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요." 여기까지 숨도 쉬지 않고 말한 파트리시아가 잠시 숨을 골랐다. --- pp. 416~417 "감사합니다. 이렇듯 흥미진진한 사건수사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점, 김픙 ㄴ감사를 드려요. 이번 사건에서 저의 지적 능력을 확인할 수 있어 만족하지만 저 또한 결국, 파리인간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군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경감님 잘못이 아니에요. 저는 이미 오래 전에 파리인간이 되어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에요." --- p.4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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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4월 4일.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대한 저항군으로 활약했고 전직 노동당 당수이자 정부 고위관료였던 하랄 올레센이 오슬로의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건은 자살을 가장한 타살로 밀실살인이었다. 수사를 맡은 ‘K2’라는 닉네임의 콜비외른 크리스티안센 경감은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던 중 2차 대전 당시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과 이번 살인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같은 아파트의 거주자 대부분이 2차 대전과 관련되어 있고 각각의 과거의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한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가던 중 크리스티안센 경감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랑나르 보르크만 교수의 딸 파트리시아를 소개를 받는다. 사고로 평생을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그녀의 직관적이고 분석적인 감각을 통해 사건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열여덟 살의 천재소녀 파트리시아의 합류로 사건수사는 큰 진전을 보이며 살인범에 한 발 한 발 다가서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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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즉시 20만 부 이상 판매를 기록한 추리소설 최고의 베스트셀러
평범한 형사와 18세 천재소녀가 이끄는 클래식 범죄 스릴러 아서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를 잇는 고전 추리의 현대적 재탄생! “이보다 더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킨 역사추리소설은 없었다.”_ 다겐스 네링스리브(노르웨이) “노르웨이 현대 추리소설의 보석이다.”_ 테리에스템란(아프텐포스텐ㆍ노르웨이) “한마디로 정말 재미있는 책.”_ 쿠르트한센(다그블라데ㆍ노르웨이) 노르웨이 작가 한스 올라브 랄룸의 첫 추리소설 《파리인간》이 출판사 ‘책에이름’에서 출간하였다. 저자는 역사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노르웨이 인문학자이며 특히, 전쟁역사학자로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정치학 등 인문학 저서를 수 권 집필했고 정치역사를 주제로 여러 대학에서 강연도 하고 노르웨이 굴지의 일간지에 시리즈물을 수차례 기고하는 등 다재다능한 저자가 이 소설을 통해 소설가로서의 꿈을 이루었다. 인구 460만의 노르웨이에서 20만 부 이상이 팔리며 한때 추리의 붐을 일으키기도 한 이 책은 현재 이탈리아와 영국에서도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파리인간》은 1968년 노르웨이 오슬로 크렙스가 25번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총책임자로 나선 K2라는 별명을 가진 평범한 형사와 장애를 가졌지만 미모와 지능을 겸비한 열여덟 살 천재소녀 파트리시아의 목소리를 빌어, 두 사람의 화자가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어가면서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피해자 주변의 인물들을 탐문하던 중 이들 모두 과거의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점을 토대로 피해자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임을 발견하면서 독자들은 또 한 차례 과거의 시점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1940년대 전쟁 시기와 1960년대 살인사건 시기를 오가며 7명의 용의자의 시선과 심리를 풀어내고 있어서 다소 지루하게도 느껴지지만, 오히려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된다. 소설은 셜록 홈스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전적 추리 형식을 담고 있어 다소 편안하고 쉽게 읽히지만 여운은 묵직한 작품이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이야기 이 소설은 크게 2차 세계대전 전쟁 영웅이자 노르웨이 정부 고위관료였던 하랄 올레센이 살해들 당한 1960년대 현재 사건과 주변인들의 이야기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전쟁 당시에 발생한 피난민들이 이야기와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현재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 이면에 숨겨진 사실들을 풀어가면서 벌어지는 상처와 고통, 그리고 기억이 공존되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어느새 독자의 관점이 아닌 각각의 주인공 시점으로 들어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이런 경우를 맞는다면~’을 계속 생각하며 책을 읽다보면 과거 일제강점기 시대가 오버랩 된다. ‘내가 전쟁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선조들도 이렇게 힘들게 국경을 넘어 피난을 갔겠구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은 전쟁이 이런 것이었구나.’를 자연스럽게 감정이입 되면서 전쟁으로 얼룩진 한국사를 보는 듯한 묘한 기분에 빠져든다. 전쟁을 통해 바라본 인간성 소설 속 작가 한스 올라브 랄룸의 인간관은 간단명료하다. 그는 모든 인간은 한두 가지 정도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기억하고 아파하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유사한 상황 속에서 주위를 빙빙 돌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쓰레기 더미로 파리 떼가 모여들 듯이 말이다. 그래서 작가는 모든 인간은 누구나 파리인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작가는 인간 자체가 한없이 여리기 때문에 작은 상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손해보고 살 수 없음을 강조하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가 파리인간으로 모든 인간을 대변하기 위해 마련한 ‘전쟁’이란 장치는 세계대전을 겪은 노르웨이 인이라면 자신 또는 자신의 선대의 누군가는 경험했을 일이기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최고의 목표로 두고 있는 현대인들은 사실 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의 자신에게 다가온 혹독한 시련을 경험한 바가 있을 것이고, 따라서 독자들은 별 감흥 없이 ‘나도 파리인간일 수 있다’란 사실에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은이 말 나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집필하면서 내 전공과 역사학자로서의 경험을 한껏 살려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1968년에 이었던 한 사건과 2차 대전 당시의 일을 한데 엮어 놓은 이 소설이다. 이 책은 소설가 한스 올라브 랄룸이 쓴 것이지 흔히 세상에서 알고 있는 역사학자 한스 올라브 랄룸이 쓴 책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쓰며 소설가로서의 자유와 권리를 한껏 이용했다. 옮긴이 말 《파리인간》을 번역하기 전에 작가인 한스 올라브 랄룸을 만나보았다. 아니, 만나야만 했다. 마침 번역을 시작하기 직전 번역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오슬로에 갈 일이 있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작가와도 만나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메일을 보내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작가나 유명인은 모두 오슬로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나를 만나기 위해 오슬로에서 한참 떨어진 외빅이라는 곳에서 기차를 타고 왔어야 했었다. 그런데도 그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대개 작가들이 세상에 글을 내어놓기 위해선 내면적 관조는 물론, 글을 쓰기 위한 개인적 자유를 위해서라도 세상과의 일시적 단절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스 올라브 랄룸은 세상과 함께 움직이며 그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글은 세상 밖에서 개인의 내면을 파고드는 작업으로 탄생된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세상을 둘러보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작업으로 탄생된 것이리라. 끝없는 바다 앞에서 목 놓아 울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쓸 수 없다고 했다. 밀알 하나에 미사여구를 붙이고 또 붙여 한 덩어리 빵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사람은 글꾼 자질이 없다고 했다. 한스 올라브 랄룸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가슴이 찢어지도록 내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니었고 이런저런 군더더기를 장황하게 붙여 넣어 글을 지어내는 이야기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재미있다. 정말 재미있다. 왜 그럴까, 그의 글은 잘 갈아놓은 칼날처럼 매끈하고 날카롭다. 군더더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무려 백여 페이지 전에 지나가듯 슬쩍 언급했던 짧디짧은 한 문장이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또는 양옆이 착착 맞아 들어가는 톱니바퀴처럼 제자리를 찾아 다시 머리를 들이미는 걸 볼 수 있다. 그의 글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풀롯 구성의 복잡함과 치밀함, 그리고 깔끔함을 이야기하자면 한스 올라브 랄룸이 한 수 위에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여기에 더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책 속에 묻어있는 그의 역사학자적 전문 지식이다. 따라서 이 책은 퍼즐을 풀듯 단순하게 재미로 읽는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2차 대전 당시 스칸디나비아 국 가운데, 특히 노르웨이와 스웨덴 내의 정치 사회적 움직임도 엿볼 수 있는 역사추리소설이기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도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