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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는 죽은 새도 본 적이 있었는데 아주 작고 깃털도 채 나지 않은 새들도 더러 있었다. “어미 새가 둥지 밖으로 내쫓는 거야. 더는 원치 않는 새끼를 말이야.” 디터가 설명해줬다. 일제는 울고 있다. 그런데 자기가 왜 우는지는 잘 모른다. 우테 때문인지, 죽은 고양이 때문인지, 어린 새들 때문인지, 잊혀버린 아이들 때문인지. 일제가 주먹을 입에 대더니 엄지손가락 밑 손바닥의 볼록한 살을 깨문다. 아플 정도로 꽉 깨물고는 놀라면서도 후련한 기분으로 이빨 자국을 들여다본다.
일제가 눈을 감고서 울퉁불퉁한 흙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는 수레에 몸을 맡긴다. 그러면서 멀리, 아주 멀리, 돌아오지 못할 만큼 멀리 떠나는 꿈을 꾼다. 엄마는 울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일제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어디 있는지 알기만 한다면. 돌아와주기만 한다면. 그리고 할머니는 슬픈 눈으로 마르가 언니를 바라보며 생각할 것이다. 차라리 일제를 맡아 길렀어야 했는데. 하지만 일제는 멀리 가버리고 없다. 돌아오지 못할 만큼 멀리. 일제는 들떠서 집으로 달려간다. 한 번도 멈춰 서지 않고 줄곧 달린다. 숨이 찬데도 빨리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새끼 고양이가 품 안에서 죽을까 봐 겁이 나서 한 번도 쉬지 않는다. 마침내 부엌문 앞에 도착하니 얼굴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숨이 가빠 가슴이 아프다. 문은 잠겨 있다. 다행이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처음으로 기쁘다. 일제가 고양이를 조심스레 발깔개 위에 내려놓고 잠긴 문을 연다. 새끼 고양이는 아직 움직인다. 일제가 스웨터를 벗어 레인지 옆의 땔나무 보관함 위에 깐다. 그곳이 가장 따뜻하다. 일제는 스웨터 소매로 둥지를 만든 뒤 떨고 있는 작은 녀석을 그 안에 놓는다. “기다려. 내가 우유를 데워줄게.”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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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씁쓸한 초콜릿』의 작가 미리암 프레슬러의 작품으로 독일에서는 청소년문학을 성인 독자들에게도 열어놓은 비범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었고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미리암 프레슬러는 이 작품에서 외로운 소녀의 고립과 그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소녀의 고단한 노력을 특유의 섬세한 묘사로 깊이 있게 그려냈을 뿐 아니라 어려운 시절, 고된 삶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인간의 다양한 면모와 삶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살아남기 어렵고 또 키우기 까다로워 아무도 키우려 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는 11월의 고양이. 작고 약한 열한 살 소녀 일제의 처지도 똑같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이후로 엄마와 오빠들과 주민 회관에서 살고 있는 일제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사랑 받지 못한다. 생활고에 찌든 엄마는 곁을 주지 않으며 밖으로 나돌 뿐이고, 다정한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오빠들은 늘 일제에게 집안일을 떠맡기며 윽박지른다. 학교에서 선생님은 일제를 멍청하고 고집불통인 문제아로 낙인찍고, 아이들은 늘 놀려댄다. 세상 어느 구석, 어느 품 안에도 일제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일제는 어디에든 자기 자리를 만들고 싶고,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고,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지만 현실은 언제나 동화 속 요정 이야기와는 다를 뿐이다. 11월의 어느 날,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일제는 비닐봉지에 담긴 채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다. 일제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달려가지만 11월의 새끼 고양이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주민 회관에서는 고양이를 키울 수 없게 되어 있다. 일제는 자신의 처지와 똑같은 새끼 고양이가 죽게 될까 봐 두렵다. 누구도 원치 않는 11월의 새끼 고양이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누구도 원치 않는 일제는 자기 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