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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죽었다.
소년이 쓰러졌다. 청년이 사라졌다. 아기가 핥았다. 노파가 감사를 표했다. 어머니가 감쌌다. 사체가 신음했다. 역자 후기 | 청춘 미스터리의 출발점 |
小峰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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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범의 눈이구나. 겐지로는 순식간에 판단했다. 그것도 상당히 능숙한 놈이다. 그런 느낌이 들자 겐지로는 오히려 차분해졌다. 아직도 전근대적인 구습이 남아 있는 건설업계에서는 다소의 폭력 사태나 공갈 비슷한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런 사소한 일에 일일이 마음을 쓰다가는 중소 토건업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게다가 패전 직후 불타버린 허허벌판에서 작업복 하나 주워 입고 몸뚱이 하나로 밑바닥 목수에서 시작한 겐지로다.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위험을 겪었고 생사를 오간 적은 또 몇 번인가. 그것을 생각하면 저런 양아치 한둘쯤은 문제도 아니다
--- p.26 “나이토와 다나카. 잠깐 이리 와라.” 후지타는 둘을 불러 교실을 나왔다. 그리고 돌아보며 덧붙였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경찰 외에, 일테면 신문기자 같은 사람들이 이번 일을 물으면 무조건 선생님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해라. 비밀로 하라거나 숨기라는 게 아니라 어리석은 의견을 늘어놓아 오해를 일으켜서는 안 되니까.” 후지타의 모습이 사라지자 교실은 소란해졌다. 이게 소란을 안 떨 일인가? 억측과 망상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 p.69 “선생님.” 하야마가 불렀다. “유도신문은 비겁해요.” “뭐?” 무안해진 후지타에게 하야마가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 “미유키가 언제 어디서 누구 때문에 임신했는지 아는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솔직히 말씀하시는 게 낫지 않아요?” 하야마는 재빨리 일동을 둘러보고 말했다. “시바모토 씨와 선생님이 어떤 목적으로 우리를 불렀는지 우리가 모를 줄 아셨어요?” 그 자리에 적막이 흘렀다. 하야마의 발언을 돌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표정들이었다. --- p.69 네놈이 미유키가 가진 애의 아버지냐는 비통한 표정으로 던진 질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며 말간 얼굴로 답했다. “네놈은, 자기…… 연인과 자식을 죽였어. 그러고도 아무렇지 않나?” “연인 같은 거 아니었어요. 게다가 죽이지도 않았어요. 병으로 죽었잖아요. 저랑은 관계없어요.” “연인이 아니야? 그렇다면 네놈은 강제로 미유키를……?” “말도 안 돼요. 합의했고 그녀 꽤 좋아했어요. 내가 질릴 정도로요. 어쩌면 내게 반했었나 봐요.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비정하고 통렬한 굴욕이었다. --- p.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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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죽었다, 소년이 쓰러졌다,
소년들은 사건이 어른들의 죄에서 비롯됐다 믿었다 이야기는 한 여고생의 장례식에서 시작된다. 임신 중절 수술 중 사망한 여고생, 밝혀지지 않은 아이의 아버지. 여고생은 숨을 거두는 순간 ‘아르키메데스’라고 읊조린다. 그녀는 왜 마지막 순간에 이 말을 남긴 것일까. 그러던 중 그녀의 학교에서 독약이 든 도시락에 학생이 쓰러지는 사건이 이어지고, 그 학생의 가정에서 시체까지 발견되면서 학생들의 일탈로만 보였던 이야기는 살인 사건으로 급물살을 탄다. 아무런 접점도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질 때, 진상과 함께 새로운 미스터리가 민낯을 드러낸다. 제목에 담긴 미스터리의 해답은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마지막 순간에야 알 수 있다 “이 작품과의 만남이 책을 싫어하던 멍청한 고교생의 운명을 바꿨다.” 일본 추리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과의 만남을 계기로 작가의 길을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저자 고미네 하지메는 추리작가의 최고 등용문인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대단한 인기몰이를 해 발매 1년 만에 65만 부가 팔려나갔다. 란포상은 단순한 작가의 등용문이 아니라 실력 있는 대중 작가를 길러내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주인공으로 청춘이 등장하는 작품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일본 미스터리계에서 청춘 미스터리는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에 이어 제24회 란포상 수상작인 구리모토 가오루의 『우리의 시대』, 제31회 란포상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과후』가 선정되는 등 청춘 미스터리 장르의 걸작이 여럿 탄생했다. 기발한 제목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제목에 담긴 수수께끼의 해답은 작품의 마지막에야 설명된다. 하지만 그 마지막 설명을 읽은 독자들의 기분은 분명 개운치는 않을 것이다. 본격 미스터리이자 사회파 소설의 주제가 함께 나아가면서도, 올드 패션의 묵직함과 청춘의 경쾌함이 함께 담긴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