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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계절 _ 7
땅의 소리 _ 89 검은 선 _ 147 가방 _ 207 옮긴이 후기 _ 265 |
Hideo Yokoyama,よこやま ひでお,橫山 秀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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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수고로 여겨졌다. 사건 발생 초기, 백 명 이상의 수사관이 매일 밤낮으로 수사에 나섰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오사카베 본인이었다. 그런데도 범인을 잡지 못했다.
- 이제 와서 혼자 뭘 할 수 있을까? 깊은 산속의 어두운 길. 그곳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오사카베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늘의 계절」중에서 형사나 공안만이 경찰은 아니다. 억지가 아니라 조직에는 조직을 컨트롤하고, 조직 자체의 힘을 붙여, 차세대로 이어가게 하는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경무과가 흔들리면, 조직도 흔들린다. 경무과를 그저 단순한 사무직으로 깔보는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그러나 경무는 역시 경무라고, 항상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조직을 단단한 바위로 유지하는 비결이자 절대 조건이다. 인사는 그 무기다. 그렇기 때문에 오사카베의 반란을 간과할 수 없었다. ---「그늘의 계절」중에서 차분함이 돌아온 마음에 조그만 의문이 드리웠다. 그 의문은 점점 크게 출렁이더니 마침내 마음을 뒤흔드는 큰 파도가 되었다. 신도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엄청난 빛과 함께 불시 감찰의 한 장면이 떠올랐고, 미즈타니의 목소리가 잇따라 고막을 때리기 시작했다. 신도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아침노을을 맞았다. 보였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가. ---「땅의 소리」중에서 이 제복을 처음 입었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입을 때마다 처음 가슴에 품었던 자부심이 변함없이 되살아난다. 하지만 예전에는 고민도 했었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이 제복은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여경의 제복이란 게 그다지 대단한 건 아니라는 냉정한 자각. 자신에게도 다른 삶이 있지 않을까 하는 대답 없는 자문……. 미즈호는 도망쳐 버린 것일까, 여경이라는 삶에서. ---「검은 선」중에서 순간,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모든 정보가 그 가설로 모였다. 하나하나 흩어져 있던 정보가 마치 완성된 그림의 일부분처럼 짜맞춰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수에 이르렀다. 그것도 완벽하게 가설에 흡수됐다. - 설마, 그런 일이! 도모코는 신문에 실린 얼굴 그림을 봤다. 정밀한 선이 검게, 아주 검게, 보였다. ---「검은 선」중에서 “나는 말이야, 요즘 곰곰이 생각해…….” 마유즈미는 혼잣말처럼 말을 시작했다. “서른을 넘기면 더는 친구를 만들 수 없어. 일하는 파트너야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신뢰할 수 있는 놈들도 있지만 역시 친구는 아니지. 서로 유치하고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니까. 결국은 이십 대까지야. 그때까지 만난 놈들이 친구야.” ---「가방」중에서 쓰게는 카펫 가까이에 이마를 붙였다. 뺨에 불이 일었다. 관자놀이의 맥박이 요동을 쳤다. 카펫과의 몇 센티미터 거리가 남은 자존심이었다. 그것조차 버렸다. 화학약품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마음은 그곳에서 도망쳤다. 뱀 같은 눈을 지녔던 소년과 모리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것으로부터도 도망쳤다. 푸른 하늘을 보고 싶었다. 뜨거운 야심을 가슴에 품었던, 그날의 푸른 하늘을……. ---「가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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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라는 영원한 미스터리
조직 안에서 그늘진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그늘의 계절』 속 작품들은 D현경 본부를 무대로 일본 경찰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와 그 배후에 있는 인간의 비애를 다룬다. 각 작품은 사회 안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서로 맞부딪힐 때 떠오르는 본심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명민한 엘리트 인사 담당자(「그늘의 계절」), 심지가 곧은 감찰관(「땅의 소리」), 굳세고 따뜻한 여경 담당 계장(「검은 선」), 야심 넘치는 의회 담당 경찰(「가방」)을 주연으로 내세워 조직이라는 커다란 나무 아래 가려진 개인의 얼굴을 더듬어 본다. 이 소설집에서 두드러지는 매력은 추리물에 가미된 휴머니즘이다. 솔직한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의 뒤얽힘이 촘촘한 미스터리를 자아낸다. 복잡한 사건의 끝에서 밝혀지는 가장 인간적인 진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관리직 경찰들이 소설 전면에 나선다는 특징도 이러한 미덕을 극대화한다. 독자는 물밑에서 벌어지는 정치 싸움을 조직 안쪽에서부터 지켜보며, 인간사란 곧 미스터리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는 사회 안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야기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경찰 조직 내부의 의뭉스러운 사건을 경유해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문장은 꾸밈없고 날카롭지만, 동시에 인간에 대한 애정이 짙게 묻어난다. 군더더기 없이 툭툭 던지는 대사 안에는 타인을 깊이 들여다본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연민과 망설임이 깃들어 있다. 독자는 각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경찰들의 치열한 심리전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다가, 이윽고 결말에 다가서면 미스터리 뒤에 숨은 인물의 민낯에서 자기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정치적 인간의 비애를 건드리는 군상극 되돌아보고 회복하는 인간의 초상 사회가 파편화되어 가는 오늘날에도 정치성을 배제하고 인간을 논할 수는 없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사회부 기자로 일하며 치열하게 인간과 사회를 관찰해 온 작가다. 그래서인지 『그늘의 계절』의 경찰 조직에는 온갖 군상들이 뒤섞여 있다. 응원하고 싶은 인물도 미워하게 되는 인물도 있지만, 섣불리 선인이나 악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개인과 사회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흑백으로 판가름할 수 없는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인물의 내면을 파헤쳐 밑바닥에 있는 애처로운 진심까지 낱낱이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등장만 해도 범죄 장르의 뉘앙스를 풍기는 경찰이라는 직업인을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통해 재현한다. 그렇게 조직 안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발버둥 치고, 무너져 내리고, 망연해졌다가도 끝내 가족이나 친구처럼 곁에 있는 이를 되돌아보며 회복하는 오늘날 인간의 초상을 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