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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재버워크
참고문헌 작가 인터뷰 옮긴이의 말 |
Kotaro Isaka,いさか こうたろう,伊坂 幸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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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죽었다. 죽어 있다. 지난달에 서른여섯 살이 되었는데 지금은 죽어서 쓰러져 있다.
그것만은 틀림없다. 내가 죽였다. 여기는? 센다이 시내의 우리 집 맨션이다. 재작년 새로 분양한 20층 맨션 건물의 9층,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나오는 901호이고, 방 세 개에 거실과 부엌이 있는 구조이다. 지금 나는 욕실 앞에 있다. 열린 문으로 쓰러진 남편의 하반신이 보인다. 상반신은 욕실 안에 있는데 탈의실 겸 세면실 부근까지 다리가 나와 있다. 그의 머리를 쇠망치로 내려친 게 여기였나? 아니야. 부엌이야. 부엌에서 죽었는데 왜 욕실에? 내가 혼자 옮기지 않았을까? 유치원에서 돌아온 쇼가 남편의 시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아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로 끌고 왔으리라. 분명한 기억은 없으나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시체 자체를 없앨 방법은 없는데 말이다. 혼란스럽다. 온갖 감정이 춤을 춘다. ---p.10 하나씩 기억을 더듬어 확인한다. 너무나 이상한 일이 잇따라 일어나 기억이 흩어졌을 것이다. 스노 글로브의 내용물을 휘저어서는 안 된다. 남편의 시체 앞에 있는데 집 인터폰이 울렸고, 모니터를 확인하니 가쓰라 고고로가 있었다. 맞아. 거기서부터야. “문제가 생겼죠? 들여보내주세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현관을 열고 있었다. 문제? 무슨 소리야? 아무 일 없어. 그렇게 대답하고 말간 표정을 지었어야 했는데.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는 문으로 들어오자마자 내게 훌쩍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는 얼굴이네요. 남편분은 어디죠? 때마침 이곳 주민이 나가는 틈에 공동 현관을 통과했어요. 내게 맡기실래요?” “어?” “료코 씨. 괜찮아요. 다 잘될 거예요.” ---p.36~37 “그들이 말하는 재버워크는 의사(意思)가 없다네요.” “의사?” “영화 같은 데서 나오잖아요. 우주인이 뇌를 빼앗는 이야기요. 그런 것에는 의사와 지능이 있죠. 인간의 뇌를 빼앗아 나쁜 짓을 하겠다거나, 지구를 지배하겠다거나. 재버워크에는 그런 의사가 없답니다. 생존 본능에 가깝다고 해요. 의사나 지능이라기보다 성질이나 법칙에 가깝다고. 게다가 보이지도 않는답니다.” “그 재버워크가 어떻게 우타코를 저렇게 만들어? 화를 내고 폭력을 쓰도록?” “호쿠사이 씨, 톡소플라스마라는 기생충을 아세요?” ---p.77~78 “뇌의 전두엽, 전두전야(前頭前野)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이른바 사령탑 같은 역할을 한다고. 재버워크는 그 전두전야에 들러붙어 사령관을 잠들게 하지. 그래, 유치원을 예로 들어 얘기하면 되겠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자기 멋대로, 신이 나서 마음껏 놀고 있지만, 보통은 선생님이 잘 통솔할 수 있지. 그 선생님이 바로 전두전야야. 다들 마음대로, 앞뒤 재지 않고 유치원 마당에서 뛰어다니며 욕구와 충동대로 행동한다고 생각해봐. 분명히 그럴 거야. 미래를 위해 참을 수도, 복잡한 이해관계를 계산할 수도 없어. 감정을 그대로 말하고 돌아다녀. 여기저기서 싸움이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누군가가 울어. 재버워크에 씐 인간의 뇌는 대체로 그런 느낌이야. 수습되지 않는 유치원 같지.” 그 말을 전하자, “그렇지만 말이야”라며 호쿠사이가 공을 친다. 이쪽으로 큰 곡선을 그리며 공이 날아온다. “그렇게까지 뇌를 조종하면서 의사가 없다고? 게다가 보이지 않는다니 도통 상상이 안 돼.” “저도 똑같은 생각이 들어 질문했는데.” 도마의 라켓에 맞은 공이 다시 포물선을 그린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게 술.” 친 공이 탁구대의 건너편 영역에서 튀어오른다. “알코올이랍니다.” --- p.80~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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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출구에 도달한다.”
‘이사카 월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유쾌한 연쇄 미스터리 메가 히트작 『골든 슬럼버』의 작가 이사카 고타로가 데뷔 25주년을 맞아 초심으로 돌아간 장편소설 『굿바이, 재버워크』를 선보인다.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하게 된 아내와 시체를 숨기자고 제안하는 수상한 대학 후배를 등장시킨 강렬한 도입부로, 작가는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단숨에 빨아들인다. 특유의 건조한 필치와 유머러스한 대화가 빛을 발하는 이 소설은 ‘료코의 남편 살인’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은퇴한 뮤지션 호쿠사이의 복귀’라는 두 갈래 플롯을 정교하게 엮어낸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이야기는 시계태엽처럼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낸다. ‘누가’ ‘왜’ ‘어떻게’ 했는지를 넘어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Whatdoneit)에 집중한 이사카 고타로식 미스터리 소설. 『굿바이, 재버워크』는 속도감 넘치는 플롯과 다채로운 인물들의 톡톡 튀는 대사, 사회를 통찰하는 날카로운 시선 등 작가 생활 25년 동안 완성해낸 ‘이사카 월드’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향한다. 마침내 흩어져 있던 복선들이 하나의 진실을 향해 수렴되는 순간, 짜릿한 지적 쾌감과 함께 모든 의문이 명쾌하게 풀려나가는 본격 미스터리 특유의 압도적인 경이로움이 독자 앞에 펼쳐진다. 이것은 꿈일까? 아니면 뇌가 만들어낸 착시일까? 인간의 폭력성을 해방하는 바이러스, ‘재버워크’를 쫓는 대활극!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 속 괴물에서 이름을 딴 ‘재버워크’는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본능적인 공격성을 해방하는 미지의 바이러스로 변주되어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주인공 료코는 자신이 모든 것이 허상인 거울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인 것처럼, 재버워크라는 비현실적 공포에 다가갈수록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닐지 의심하게 된다. 이런 료코를 다잡으며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바로 트레이닝복 차림의 하야마와 에마이다. 말투와 성격부터 개성 넘치는 두 젊은이는 큰 위험을 앞에 둔 상황에서도 언제나 밝고 명랑한 태도로 여유 있게 임한다. 이사카 고타로는 극단적인 재난 속에서 인간 내면의 다정함과 잔혹함이 어떻게 교차하며 서로를 지키고 해하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이야기에 비장한 영웅은 없다. 하지만 소박한 위트를 무기 삼은 평범한 이들이 각자의 소중한 세계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을 때,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한다. 한 편의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처럼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후반부를 지나, 촘촘한 복선 회수 끝에 찾아오는 특유의 뭉클한 해피엔딩은 기존 팬에게는 깊은 향수를, 새로운 장르 독자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 & 옮긴이의 말 “『굿바이, 재버워크』는 데뷔 25주년의 분기점입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서 즐겁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_이사카 고타로(한국어판 특별 메시지) “AI와 가상현실이 우리 곁으로 바싹 다가온 지금, 작가는 가장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모험 소동극을 통해 알려준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어쩌면 인간 자체일지 모른다.” _민경욱(옮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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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단숨에 몰입해 읽었다. 짜릿한 재미와 기이한 감각에 동시에 사로잡힌다. 가늘고 부드럽고 투명한 촉수가 수없이 뻗어와 내 몸을 감싸는 듯한…….
이 이야기는 어디로 갈까. 눈앞에 쓰인 글과 인물들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쉬이 사라지지 않는 기묘한 위화감을 붙잡고 이런저런 의심을 해보지만, 그런다고 답이 손에 잡힐 리 없다. 때로는 불쾌하고 때로는 두려웠으며 대체로 재미있었다. 이 이야기, 도대체 뭐지?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이야기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문자 그대로 놀라움의 비명을 질렀다. 이 정도의 놀라움을 맛보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순식간에 세계가 변모하며 모든 의문이 얼음 녹듯 풀려버린다. 이것이 미스터리(본격미스터리라고 해도 좋다!)의 백미가 아니면 달리 무엇이겠는가? - 아야츠지 유키토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