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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어른들의 소크라테스] 어른들은 때로 기존의 상식과 선입견에 눈이 멀어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걸 보지 못한다. 『골든 슬럼버』 이사카 고타로가 어린 아이를 주인공으로 어른들의 편견과 아집을 뒤집어놓는 한바탕 소동을 주제로 5편의 단편을 썼다. 순수함과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은 모든 어른들의 소크라테스다. - 소설 MD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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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슬로하지 않다 비옵티머스 언스포츠맨라이크 거꾸로 워싱턴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
Kotaro Isaka,いさか こうたろう,伊坂 幸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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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안자이는 그제야 사정을 이해했다는 것처럼 말했다.
“구루메 선생님은 그런 면이 있지.” “그런 면이라니, 그게 뭔데?” 쓰치다가 열을 냈다. “이런저런 일을 일방적으로 단정해.” 안자이의 말에 나는 “뭐?” 하고 되물었다. 일방적으로 단정한다니 무슨 뜻일까. 나는 그다음 말을 듣고 싶었지만 쓰치다가 바로 “야, 뭐야, 구루메 선생님을 무시하는 거야?” 하고 거품을 물고 따져서 이야기가 중단됐다. “아니, 딱히 구루메 선생님을 욕하고 싶은 건 아니야. 다만.” 안자이가 말을 이었다. “다만?” 내가 재촉했다. “분홍색 옷을 입었다고 해서 여자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 “분홍색은 여자 색깔이야.” 쓰치다가 반박했다. “그럼 홍학은? 그리고 여자 같다 해도 상관없잖아.” “남자인데 여자 같으면 당연히 이상하지.” “쓰치다, 네 생각은 그렇겠지.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여자 같은 남자든, 남자 같은 여자든 이상할 것 없어. 지구에 인간이 몇 명이나 있을 것 같아?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게 당연하잖아. 쓰치다, 너 같은 인간도 있는 거고.” 안자이는 알아듣게 설명하듯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p.22-23, 「거꾸로 소크라테스」 중에서 시부타니 아야는 발끈한 얼굴로 짐짓 한숨을 내쉬더니, “저기, 다카기. 왜 우리 학교로 전학 온 거야?” 하고 물었다. 대체 그게 무슨 질문인가 싶어 나는 조금 김이 샜다. 전학은 보통 부모의 전근 때문에 하는 걸로 알고 있었으므로,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을 굳이 왜 묻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건 왜 물어봐?” 유타가 말했다. 전근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며 나는 다카기 가렌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런데 다카기 가렌의 얼굴이 창백해서 깜짝 놀랐다. 빈혈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심하게 동요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무라타 하나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폈다. 큰 약점을 지적당한 듯한 반응이었는데, 실제로 시부타니 아야는 그 커다란 약점을 노린 것 같았다. “도망친 거지?” 시부타니 아야가 말했다. “뭐?” 무라타 하나가 작게 소리쳤다. 다카기 가렌은 더욱 창백해져서 땅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왕따를 당해서 전학 온 거야, 맞지?” “어, 진짜?” 원래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처음으로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부타니 아야 옆에 있던 두 여자애가 놀라서 요란을 떨었다. “나, 엄마한테 들었어. 학교에서 비밀로 한 이야기를 들었다나 봐.” --- p.88-89, 「슬로하지 않다」 중에서 “갑자기 뭔 소리냐, 후쿠오.” 나이토가 실실 웃으면서 대꾸했다. “착실하게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한테 방해가 되잖아.” 한순간 교실 안이 고요해졌고, 구보 선생님도 후쿠오를 빤히 바라보았다. “너희 때문에 수업시간이 줄어들었으니까 돈 돌려줘.” 야스이 후쿠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한숨을 섞어 말했다. 잠시 후에 여기저기서 “돈이라니 무슨 돈?” “급식비?” “초등학교에 돈을 내고 다니던가?” 하고 당혹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후쿠오, 왜 그렇게 나대냐.” “나대고 뭐고 간에 필통을 떨어뜨리고 싶으면 집에 가서 하든가.”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닌데? 떨어지는 걸 어쩌라고.” 둘 다 그만하라고 구보 선생님이 끼어들었지만, 감정이 실리지 않은 어벙한 말투라 부채로 살살 바람을 일으키는 힘 정도밖에 없었다. 말릴 생각이 없는 것 아닐까. --- p.123, 「비옵티머스」 중에서 “그런 자기중심적인 플레이는 용납할 수 없어.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돼.” 할아버지 코치는 그렇게 말했다. 선수를 장기말로 보는 느낌이라 화는 났지만, 도박에 나서는 행동이 위험하다는 건 이해했다. 이소켄도 비슷한 소리를 하기는 했다. “무리는 하지 않는 게 좋아. 화려한 플레이보다 수수한 움직임을 착실하게 반복하는 편이 훨씬 강하니까”라고. 다만 “그래도 만약” 하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만약 경기 중에 자신의 플레이로 경기의 흐름이 바뀔 거라 믿는다면, 그때는 시도해봐. 그건 도박이 아니라 도전이니까. 경기는 나나 부모님 게 아니라 너희 거야. 인생을 살면서 도전하는 건 자신만의 특권이지. “잘 안 되면 나중에 모두에게 사과하면 돼. 실패하면 코치인 내 탓이고 성공하면 너희 실력이니까.” 이소켄은 그렇게 덧붙이고 나서 “폼 잡고 한마디 하기는 했지만, 실패하면 내 탓이라는 말은 좀 심했나”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할 수 있다. --- p.194-195, 「언스포츠맨라이크」 중에서 “야스시 아빠, 나중에 온 아빠잖아.” 나중에 왔다니 조금 묘한 설명이었지만, 한 핏줄이 아니라고 표현하기도 뭣하니까 도시히코 나름대로 고민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아동 학대 관련 뉴스를 봤어. 아빠가 가정교육을 한다면서 아이를 때리고, 차고, 막 심한 짓을 했대.” “정말 못된 사람이네.” “그때 해설하는 사람? 패널이라고 하나? 아무튼 그 사람이 그랬어. 새아빠가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었으므로 “그렇게 단정하는 것도 무섭지만” 하고 바로 대꾸했다. 엄마가 자주 만사를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시히코의 불안한 말투 때문인지 내 가슴속에도 걱정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전날 야스시 아빠와 만났을 때 느꼈던 위화감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 p.269-270, 「거꾸로 워싱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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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재팬 베스트셀러
★제33회 시바타렌자부로상 수상 ★2020년 일본 서점대상 4위 ★《다빈치》 선정 올해의 책 2위 《골든 슬럼버》와 〈명랑한 갱 시리즈〉, 〈킬러 시리즈〉로 대한민국에도 많은 열혈 독자를 보유한 일본의 대표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거꾸로 소크라테스》가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되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작가 스스로 ‘20년의 작가 생활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비로소 쓸 수 있었던 이야기’라고 평가하는 최신작이다. 출간과 동시에 일본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빠른 중쇄를 거듭하며 홍보 띠지에 판매 부수를 갱신하는 마케팅을 펼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 결과 2020년 일본서점대상 4위, 잡지 《다빈치》 선정 올해의 책 2위(3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에 오르며 기존 작품들 못지않은 큰 사랑을 받았다.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관의 정수를 응축해놓았다는 극찬과 함께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나간 새로운 시도 또한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이사카 고타로는 이 책으로 제33회 시바타렌자부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각각의 제목은 ‘거꾸로’ ‘반대로’ ‘아니다’ ‘않다’ 등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들여다보면 주인공들의 순수함과 재치로 훌륭하게 ‘기존의 선입관과 싸워 승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제작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선입관으로 똘똘 뭉친 담임에 대항하는 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문답식 산파술’이라는 방법으로 모든 사물과 신념, 진리를 의심했다. 하지만 소설 속 어른들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태도로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하찮게 여긴다. 바로 거꾸로 소크라테스인 셈이다. 여기에서 이 책의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작가가 그리는 것은 단지 어른과 어린이의 싸움이 아니다. 의심하고 회의할 줄 모르는 선입관과의 전면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를 울리고 웃긴 단 한 마디의 말 당신의 기억 속 악당/영웅은 어떤 모습의 누구입니까? 어린 시절 받은 격려가 평생의 용기가 되기도 하고 그때 받은 사소한 꾸중이 평생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그중에서도 선입관으로 인한 ‘낙인찍기’와 ‘교사 기대효과’를 먼저 꺼내놓는다. 교사 기대효과란 교사가 학생에게 기대를 하면 좋은 효과를 이끌어내는 반면, 무능한 것으로 여기게 되면 낮은 학업 성취뿐 아니라 주위의 평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을 뜻한다. 담임 구루메에게 뭐든지 못하는 아이로 낙인이 찍힌 소년 구사카베는 모든 일에 위축되어 있고 의욕이 없다. 친구들의 망신주기를 보면서도 교사는 외면한다. 문제만 일으키지 말라는 주의이다. 이를 지켜볼 수 없던 전학생 안자이가 뜻이 맞는 아이들을 모은다. 그리고 더 큰 ‘권위’를 가진 어른들을 끌어들여 담임이 만들어낸 왕국에 반기를 들 계획을 세운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안자이의 입장에서 구사카베의 굴복은 아이들 모두의 패배와 같은 말이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를 통해 이사카 고타로는 여러 가지 선입관을 내세운 갈등을 그려낸다. 그리고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통쾌하게 부숴버린다. 왕따 당할 이유가 있어서 왕따를 당한다(〈슬로하지 않다〉), 언제나 낡은 옷을 입는 아이는 가난하다(〈비옵티머스〉), 범죄자와는 함께 살아갈 수 없다(〈언스포츠맨라이크〉), 의붓아버지는 아이를 학대한다(〈거꾸로 워싱턴〉) 등 단순하지만 무거운 문제들이 유쾌하게 해결되는 과정이 독자에게 짜릿함을 안긴다. 우리 역시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격언이나 속담을 뒤집는 용기를 가질 때가 아닐까 싶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에는 어쩌면 어른의 편견과 선입관, 아이에 대한 포기 선언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나 약자의 입장에서 통쾌한 뒤집기 한 방을 준비하는 이사카 고타로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말하는 듯하다. 인생은 단판 승부가 아닌 리그전이며,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언제나 더 나은 내가 치르는 ‘다음 판’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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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어째서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거야? 구사카베, 담임에게 말해. “난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라고! 「슬로하지 않다」 모두가 꼴등할 거라 여기는 이어달리기 반 대표 B팀 아이들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은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 「비옵티머스」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우울한 담임 나는 담임이 언제 폭발할지 몰라 항상 조마조마하다. 「언스포츠맨라이크」 친구가 저지른 파울에 가려졌지만, 그 경기에서 가장 못난 사람은 나였어. 그날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내게도 올까? 「거꾸로 워싱턴」 아버지가 아끼는 벚나무를 도끼로 잘라버린 소년 워싱턴 이야기 근데 그거 지어낸 거라던데, 우린 이제 어쩌지? ■ 작가의 말 “어떻게 하면 나이기에 쓸 수 있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내 내면에 있는 몽상가와 현실주의자, 둘 중 어느 쪽도 실망하지 않을 이야기를 쓰고자 여러모로 궁리한 결과 이 책이 완성되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데뷔한 후 20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해온 덕분에 이루어 낸 하나의 성과이다.” _이사카 고타로 ■ 옮긴이의 말 몽상만으로는 혹독한 현실을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너무 현실적이면 삶이 퍽퍽하다. 이사카 고타로는 인생의 초입에 서 있는 소년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아, 굳어버린 선입관과 정답을 찾기 힘든 삶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몽상가적인 전개와 결말을 잊지 않는다. 그러한 두 측면이 어울려 딱딱하면서도 부드럽고,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작품으로 완성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_옮긴이 김은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