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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글

제1부 언니의 물허벅

돌챙이
원담
태왁
놋그릇
말테우리
빈 우물
언니의 물허벅
감귤 가지에 스치는 바람
목섬

제2부 도시의 별, 그리움이 묻어나다

창(窓)
선(線), 그라운드 제로
도시의 별, 그리움이 묻어나다
도시의 흙
백 투 더 조선(Back to the Chosun) - 익선동 골목길
할머니 손수레에 업힌 오후
나름 이유 있는 똥 이야기
열(熱)아, 추위를 녹여다오
떡볶이 골목길
마을 길을 걸으며 보이는 얼굴들 -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고서
철 수세미로 철옹벽을 닦는다 - 중국 황산시 라오제, 리양인샹을 다녀와서

제3부 봄이면 나는 바람이 난다

물올림
공중부양 화단의 울림
빈 화분
동백
봄이면 나는 바람이 난다(고사리 바람)
리마인드 프러포즈 in 황산
사려니숲의 나무 한 그루
말 타고 보덴제호수 건너기
감물 들이기

제4부 원담이 있는 바다

무게
소분점도(小盆店島)
바람 든 연근(상흔)
오후의 바지랑대
쑥버무리
신시모도 - 시간의 궤적을 찾아서

잘 말아줘, 빙떡처럼
다시 연극무대에 오르다
화면 속 선생님 - 신종플루와 코로나19 사이에서
우회((迂?)

해설

디스토피아 시대 너머의 숨비소리 - 오미향 수필의 미학적 지점_이수정(문학박사, 소설가)

저자 소개 1

제주 출생. 이화여대 불어불문과를 졸업한 뒤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다. 처음 썼던 글이 서울 중구 여성문예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수필을 쓰게 됐다. 전북일보 신춘문예(2022), 해양문학상(2021), 동서문학상(2020), 근로자문학상(2020, 2018), 남명문학상(2020), 사계 김장생 문학상(2019) 등을 수상했다. 2022년 한국문화 예술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작가로 선정되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474g | 148*225*20mm
ISBN13
9791156227618

책 속으로

섶섬이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마을로 들어서자, 암벽 위에 작은 돌집이 보였다. 벼랑 위 깔깔한 소금기를 벗 삼아 삶의 모퉁이를 돌아선 그곳에는 삭정이 같은 무릎을 보듬고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바람 한 점만 불어도 거친 말 한마디만 내던져도 금세 기울 것 같은 수평을 아버지는 꼭 붙들고 있었다.
---「돌챙이」중에서

나를 둘러싼 이 바다밖에는 더 큰물이 숨어 있을 것 같았다. 담담히 오래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넘기면 바다는 느린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지금은 제주도가 환상의 섬이지만, 그때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섬에 불과했다. 여고생이었던 나는 이상을 품고 뭍으로 빠져나오는 꿈을 날마다 꾸었다. 고립무원한 섬 바깥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원담」중에서

카페의 통창 가득 바다가 담겨 있다. 목젖으로 넘어간 해가 붉은빛을 머금어 햇살을 들이키는 시간, 한낮의 절정에 머무른 해의 파장이 스펙트럼을 이루듯 눈이 부시다. 물살은 잔잔하게 오르내리며 파고를 만들었다. 줄지어 선 부표들 이 출렁대는 사이로 함지박처럼 보이는 것들이 둥둥 떠다닌다. 자세히 보니 오렌지색 박새기였다. 잘 달인 해를 들이키고 살이 오른 햇살을 부둥켜안은 듯 태왁은 서너 개씩 혹은 외따로 떠 있다. 해녀들의 작은 몸은 바다에 빚진 듯 거꾸로 매달려있을 것이다.
---「태왁」중에서

도시가 주는 환상과 기회의 끈을 놓쳐버린 걸까. 한 줄, 한 줄 곱게 땋아가던 매듭이 엉켜버린 것이었을까. 도시의 삶이 고단했던지 언니는 언제부턴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다시 한번 물허벅을 매 보고 싶다고 했다. 살면서 갑갑하고 일이 안 풀릴 때면 어깨가 빠져라 짊어졌던 물 항아리의 무게가 느껴졌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을 만만치 않았던 무게가 꿈이 있었기에 하나도 버겁지 않았다고, 견딜 만했었다. 단발머리 소녀였을 때는 자신만의 나비를 쫓아 음률에 맞춰 팔랑거렸으므로 견딜 수 있었다. 돌로 만든 물팡에 기대어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미래를 그려보았던 언니 옆에서, 아기구덕에 누워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던 내 유년의 기억이 빗장을 열고 하나, 둘씩 걸어 나왔다.

---「언니의 물허벅」중에서

출판사 리뷰

섬이 그리워 섬을 불러내고
섬에서 살았던 시간을 불러내고


저자는 구에서 주최하는 여성 문예 백일장에 입상한 것을 계기로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을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 사실에 자신의 사고가 깊이 자리하는 게 오미향 수필의 특징이다. 신변잡기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진정성을 드러내기 위해 치열하게 글을 쓴다.

디스토피아적 시대에 ‘家’와 ‘母’, 그리고 ‘妻’의 변주를 해나가고 있는 저자의 글에 작가 자신은 없었다. 관혼상제의 미덕을 지켜나가고 노쇠한 어머니의 수발을 들며 가족이라는 무게를 한결같은 미소로 짊어져 왔다. 정작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쓸쓸히 묻힐 때, 그녀는 자신을 유폐시켰던 시공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운 섬의 말과 향, 섬사람들로 비움을 가득함으로 채웠다. 잃어버린 시간들과의 대면을 통해 섬의 숨비소리를 내쉬며 작가만의 섬 소리를 울려 퍼지게 했다. 그녀가 마음의 평안을 얻은 곳은 스스로 떠나온 물이다. 바닷바람이 싫어 섬을 떠난 그녀에게 바다는 방패막이가 되기도 하고 사고의 샘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바람이 분다. 바다는 늘 내게 비릿한 짠 내만을 준 게 아니었다. 살면서 힘들면 찾아오라고, 바람을 쐬라고, 부서지는 포말을 보며 마음을 다잡으라고, 손짓하며 나를 불러세웠다. _작가의 글 중

스스로 박차고 나온 고향의 원담, 태왁, 물허벅, 말테우리, 갈중이와 같이 뭍사람에게는 생소한 단어의 등장은 그녀가 여전히 바다를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에서 짙은 향수가 느껴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대상에 대한 감정을 털어낸 것처럼 보인다. 꾸밈없지만 무미건조하지 않으며,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격정적이지 않은 그녀의 글은 언제 읽어도 편안하다. 바닷물이 발밑에 찰랑거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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