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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땐 야박하지 않았어요찐 쌀 한 움큼에 눈물이 주르륵 나던 시절옆집 아주머니가 만들어준 무명 한복을 기억하며캄캄한 밤중에 혼자 태극기를 흔들던 아저씨그땐 야박하지 않았어요전쟁의 참혹함과 인정의 아름다움맨발로 나를 찾아 헤매던 어머니의 모습무덥던 한여름 개구리참외 하나우표 한 장양말에 전구를 넣고 깁던 어머니쌀 한 자루를 준 어느 여학생눈 오는 날의 새잡이폐허의 서울, 군고구마장수의 훈훈한 사랑마음에서 우러나온 고마움까마귀가 파먹은 사과만을 골라 샀던 어머니도둑과의 나눈 네 시간의 대화아버지와의 만남과 크리스마스의 행복설날 그 따뜻한 마음의 세계어느 봄날 이야기2. 낡은 반코트를 입고 다녀도봄꽃이 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모래사장에서 축구를 가르치던 청년 선생고향 선배 형이 만든 탁구부를 추억하며연탄가게 이야기동네 순방과 까만 운동화낡은 반코트를 입고 다녀도조그마한 고사리 손에서 마디 굵은 장년의 손으로성장의 매듭골목길 가게 아저씨사투리와 깡패종이와의 인연의 끈을 찾아서 조그마한 선물 하나할머니의 굵은 손마디무명 옷감 이야기낡고 헤진 옷을 입고도 다섯 형제를 껴안고 살았던 부모셋방 시절 주인집 아가씨의 애인에 관하여민박집 아주머니의 속 깊은 친절누가 눈의 순결한 향기를 아는가 조그마한 아가의 손을 잡았을 때처럼3. 작은 여분의 행복메뚜기를 찾아 들판을 헤매던 기억들부드러움과 따뜻함고향, 그 영원한 인정의 굴레를 찾아서청바지와 까만 군복 바지마음을 담은 한마디 말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사는 즐거움일하고 싶은 마음벚꽃처럼 그렇게 화려하게 살다 가고 싶다궁핍과 부유의 차이“아버지, 고생하셨지요”땀이 촉촉하게 밴 어린것의 손을 잡고어느 감자밭에 밀짚모자를 쓰고 앉아 있던 선생님작은 여분의 행복사람 냄새가 나는 겨울 여행의 맛자족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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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은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 박동규 교수의 에세이다. 「그땐 야박하지 않았어요」, 「낡은 반코트를 입고 다녀도」, 「작은 여분의 행복」의 3장으로 나누어진 52편의 작은 이야기는 읽는 이들을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로 데려간다. 저자의 추억을 건져 올려 얻어낸 옛 추억 속에는 요즘 세대들에겐 낯선 코드들도 더러 눈에 띈다. 시골 장터에서 엿 값을 걸고 어른들 틈에 끼여 신바람 나서 하던 엿치기, 먹을 것이 변변히 없었던 시절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간식거리로 준비해 놓던 찐쌀, 온 동네 아이들에게 자랑할 수 있었던 까만 운동화 한 켤레, 곽에 띠를 두르고 동네 꼬마들을 유혹하던 황금빛 캐러멜 한 갑, 양말에 전구를 넣고 깁던 어머니의 휘어진 등을 독자들은 세월의 나이테 속에서 만나게 된다. 기억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면 부유물처럼 기억의 편린들이 떠오른다.찐쌀, 구멍 난 벙어리장갑, 손풍금, 황금색 캐러멜…. 슬그머니 입가에 웃음이 맺히는 추억의 물건도 있지만 더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아버지의 자애로운 눈길, 이웃집 아저씨의 너털웃음. 그 안엔 사랑과 인정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저자는 대여섯 살 무렵 한강 가에서 놀던 어린 시절부터의 추억을 한 장 한 장 벗겨낸다. 폭탄 파편이 튀는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자신을 찾던 어머니. 캐러멜을 훔치던 아이들을 붙잡아선 오히려 캐러멜을 하나씩 주면서 '먹고 싶어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하는 구멍가게 아저씨. 우리도 그의 추억을 엿보며 잠깐이나마 나른한 행복에 젖는다. 머리말 중에서-열두어 살이 될 때까지 겪었던 조그마한 삶의 한 점처럼 그렇게 짧은 추억의 스냅이지만 나는 이 어린 날의 추억에서 내 생명이 지닌 고유한 개성적 삶의 색깔을 찾아내곤 한다. 이 색깔은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온 가족의 속을 태우는 어린아이 같은 바보스러움부터 유난히 마음이 약해 불쌍한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주체 못하는 심약한 인간의 표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연관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으로 커오는 동안 언제나 용서하고 무엇을 해주지 못해서 가슴 아파하고 내가 잘 되기만을 바라고 바라던 가족의 뜨거운 연대와 맺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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