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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개정판 시인의 말1부비 오는 주막 / 저무는 강물 위에 / 얼음 위에 내리는 눈 / 빈집 / 가을 수종사 / 봄밤의 수문을 열다 / 물결들 / 냇물 / 물소리를 따라간다 / 백천사 길 / 흐르는 집 / 유수지, 봄 / 진눈깨비 / 먼길 / 밤바다, 그 울음의 지척 / 적념2부배밭 속의 집 / 배밭 속의 길 / 눈길 / 푸르른 밤 / 대작 / 또 봄이 왔으니 / 붉오동 심은 뜻은 / 해미(海美)라는 이름 / 가을나무의 말 / 내설악 가을나무의 말 / 리기다소나무 / 어흘리는 안개를 붙든다 / 겨울 제부도 / 동해 일몰 / 오지리 벌말의 밤 / 들판에 서서3부느릅나무 그늘 / 적멸의 즐거움 / 꽃그늘 사이로 / 배롱나무 / 소리에 귀를 베이다 / 운주사 와불의 눈 / 풀잎 속의 방 / 어라연 여울목에는 / 소나기떼 / 능소화 꽃핀 그 마을을 돌아나올 때 / 고달사 빈 절터에 누가 사나 / 등대 / 다시 부르는 노래 / 사랑의 길 / 낙수4부새 / 새란 새들은 온갖 구름들은 / 아주 가벼운 웃음 / 배음 / 여량에 저물다 / 내 안의 짐승 / 일몰을 몰아오는 새 / 발걸음 뒤 / 누가 내 등을 떠밀었나 / 9월 바다는 / 무거운 새 / 얼음꽃 / 전등사, 눈 / 서호에서 / 우포 가는 길에 /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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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시인의 말초판 시인의 말나는 나의 시들이 더 낮은 포복으로 대지의 숨통에 깃들여져서 자잘한 한 포기의 풀이나 한 떨기의 꽃으로 환(幻)하기를 소망한다. 그리하여 나의 시들은 흙에, 나무에, 그것들이 소망하는 한줄기의 소나기에 닮아가려는 몸짓에 다름 아닐 것이다. 삶의 온갖 결여와 시시한 고집들과 더불어 앞으로도 나의 시들은 대지의 흡반에 골몰해갈 것이고, 끊임없이 순환을 거듭하는 저 신생과 훼멸의 신비에 이마를 맞댈 것이다. 뭇 새의 음계에서 뭇 나무의 음역까지 내 시의 목청은 오래도록 피흘릴 것이다.1999년 10월김명리개정판 시인의 말세번째 시집 『적멸의 즐거움』을 다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햇수로 23년 만이다.삶의 거개가 시로 수렴되던 시절에 쓰인 시편들이었으니 시집 속 몇 편의 시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세월의 시공간이 시퍼렇게 되살아나며 심장을 찔러오는 듯하다.『적멸의 즐거움』 해설을 썼던 문학평론가 김양헌 선생이 시집 속 63편의 시를 모두 외우다시피하며 각각의 시편들 속에 음각돼 있던 뭇 공간들을 한곳 한곳 찾아다녔노라고 하던 눈빛이며 목소리가 눈에 선하다.그는 2008년 여름, 51세를 일기로 경상북도 영천 임고의 한 아름다운 도원에 육신을 눕혀 적멸의 세계로 들었다. 해마다의 봄이면 한잎 두잎 도화로 피어나 반공(半空)에 반짝임을 더하고 있을 그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 그에게 ‘적멸의 즐거움’이 진정 어떠한가를 묻고 싶다.2022년 10월김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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