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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흐름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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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마침내 동그라미 되지 못한 너에게
─이곳을 열고 들어오기 전
바닥은 깊은 노란색
지금 여기 외투를 벗어두고
떼내어지지 않는, 떼어내지 않는
눕는 나무를 보듯
내게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할 때
세상은 안전해진다
선창가
웃음이 많은 S
온화한 날씨를 훔쳐보는 사람들
K에게
건너편에서 울었다
파도는 높아 잎새들 자라나길 멈추고
결론들은 녹아내린다
칼과 바호르, 식은 우유를 마시는 K
그곳을 걸으며 등 뒤에 피고 지길 반복하였네
잠 속엔 작은 새우 모양 벌레들이
전입
눈꺼풀의 압력을 조절하며 닫았다 열면
시간 밖으로 물러나네
원이 된 사람들
동그라미 되지 않는 너에게
중간층에 너는 서 있고
신과 항해
나는 새라고 말하고
너를 재우려고 이야기는 오네
토마토를 훔치는 것 말고 다른 일이 없어요
슬픔의 몸이 있다면 너의 입에서 나온 둥근 말
이중 연습
영원한 다섯
그가 잃은 왼쪽 뺨이 깊은 곳으로 흐르네

저자 소개1

1977년 광주에서 태어나 2019년 [쓺-문학의 이름으로]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공동 시집 『가장 가까이 있는 말로·흙에 도달하는 것들』을, 그리고 첫 시집 『굉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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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86g | 105*175*20mm
ISBN13
9791190999137

책 속으로

내게 말을 건넨 순간 내가 너를 다시 만났다는
것을, 나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사실을, 모르고
지켜온 시간을, 손톱 아래 감감하게 눈을 감고 있는
어떤 것을.
---「떼내어지지 않고, 떼어내지 않는」중에서

여기 이렇게 움직이는 것들이 눈물의 근원이 아닐까요. 내 심장에 움직이는 이것은 왜 둥근가요. 심장 안에 무엇이 뭉개지고 날카로워지려다 둥글어지길 반복합니까. 왜 둥근 것으로 모두 가버리나요. 나는 멈추고 싶습니다. 나는 모서리를 가진 채 멈추고 싶습니다. 무엇이 내게 그것을 가르쳐주었나요
---「칼과 바호르, 식은 우유를 마시는 K」중에서

흐느껴 우는 사람의 엎드린 부분에는 기나긴 어둠이 자라나고 있다. 공간과 시간을 사로잡는 명암으로 그의 발치에 어린 짐승들이 모여든다. 그의 목둘레에 자라는 희고 가는 섬유질처럼 누구에게나 있었던 여린 살과 언덕의 풀들처럼 그것들은 남모르게 유지되고 자라고 있다. 어떤 그늘을 배경으로 삼지 못한 채 온통 내어둔 채 자라고 있다
---「파도는 높아 잎새들 자라나길 멈추고」중에서

사라진 이름으로
이곳을 채워가는 동안
만나지 않은 우리의 만남이 지루해졌다
---「그곳을 걸으며 등 뒤에 피고 지길 반복하였네」중에서

잘못 맺힌 말에도 물이 스미고 아픈 자리 생기고
삼킨 말이 자라 형상을 이루고 형상이
잎이 서넛 돋아나는 가지가 되어
네 앞에 서고
---「신과 항해」중에서

나는 어제의 너
너는 그 어제의 어제의 나
다시 돌아와
번번이 살아났다
성긴 단위로

---「원이 된 사람들」중에서

출판사 리뷰

과거와 현재, 도래할 시간들에 대한 메시지

『이중 연습』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사의 중심인 공간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도시에서 혹은 공원에서, 전철역이나 타국의 사막에서 조우하듯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어려움을 안고 있고 세상을 잘 살아낼 능력을 상실한 이들에 가깝다. 잘 살아가기엔 위태로워 보이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시를 통해 기록할 수 있는 이름을 부르지만 그것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마저도 조심스럽다. “둥근 것은 빠져나가기 쉬운 것이므로 / 너무 쉬이 나가버리지 못하도록”(「등대」) 둥글고, 둥근 그것이 한 세계에서 빠져나가버리기 쉬운 것이 될까 봐 알아차리지 못한 걸음으로 그곳을 지나친다. 그러나 작가가 시와 시 사이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사라지지 않은 것들의 안부가, 어둠 속에서 풀려나온 존재들이 숨 쉬듯 곳곳에 빛나는 것을 독자들은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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