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 머리에
아름다운 여름 옮긴이의 말 |
Cesare Pavese
체사레 파베세의 다른 상품
이열의 다른 상품
|
그 시절의 삶은, 마치 끝도 없는 축제 같았다. 집을 나서 길을 건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곧잘 제정신을 잃었다. 모든 것이 경이로웠다. 특히 밤은 더욱 그러했다. 죽도록 피곤에 절어 돌아가는 길에도 마음은 여전히 무언가를 갈망했다. 불이라도 나 주기를, 집 안 어딘가에서 아기가 태어나 주기를, 아니면 느닷없이 새벽이 찾아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주기를. 그리고 우리가 들판을 지나 언덕 저편까지 걷고 또 걷는 날이 오기를.
--- p.16 그는 화가처럼 보이지 않아서 더 멋졌다. 처음 만났을 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내민 손, 어두운 방 안에서 들려오던 그의 목소리, 불이 켜진 순간 로드리게스와 아멜리아와는 별개로 마치 둘만 있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 --- p.70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만이라도 그를 다시 만나야만 했다. 아멜리아가 왜 귀도가 아닌 로드리게스와 관계를 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멜리아와 귀도가 함께 유리잔을 깨뜨리던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때 자명종이 울렸다. 그녀는 이미 깨어 있었고, 따스한 이불 속에서 수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첫 새벽빛이 스며들자 지니아는 이제 겨울이 된 것을 안타까워했으며, 그 아름다운 햇빛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것을 슬퍼했다. 귀도는, 색이 전부라고 말했었지. ‘정말 아름다워.’ 지니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 p.93 ‘귀도 앞이라면 포즈를 취해도 괜찮을 텐데.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아멜리아가 자신보다 훨씬 더 성숙한 몸매를 가졌다는 것을. 화가라면 당연히 아멜리아를 선호할 것이다. 아멜리아는 이미 다 자란 여자였다. --- p.95 부티크를 나설 때마다 늘 어떤 새로운 일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고, 무엇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 듯한 허탈감을 맛보았다. 그녀는 내일이 오기를, 모레가 오기를, 아니 결코 오지 않을 어떤 것을 기다렸다. ‘난 아직 열일곱도 안 됐잖아.’ 그녀는 생각했다. ‘앞으로도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아멜리아는 왜? 그날 모자도 안 쓰고 쫓아왔던 아멜리아는 왜 더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 혹시 내가 무슨 말을 할까 봐 겁을 먹은 걸까? --- p.100 유리창을 통해 약간의 빛이 들어왔다. 지니아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셔츠를 통해 느껴지는 체온이 따뜻했다. 그들은 소파에 앉았고, 지니아는 말없이 울었다. ‘만약 귀도도 같이 울어준다면….’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 한가운데가 뜨겁게 조여오는 듯했고, 온몸이 녹아버릴 것 같아 기절할 것만 같았다. 갑자기 그 온기가 사라졌다. 지니아는 눈을 떴다. 귀도가 일어서서 그녀를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우는 기분이 들어서 그녀는 울음을 그쳤지만, 그 시선 아래서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진정해.” 귀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린 세상에 이렇게 잠시 머물 뿐인데, 이런 일로 울 필요는 없는 거잖아.” “너무 행복해서 우는 거야.” 지니아가 조용히 답했다. “그럼 다행이네.” 귀도가 말했다. “다음엔 미리 말해줘야 해!” --- p.109 귀도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행복해?” 그가 물었다. 그들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지니아는 그의 눈을 보지 않으려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난 두려워. 네가 날 사랑하지 않을까 봐.” 그녀가 말했다. --- p.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