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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겨울의 첫 시집]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왔던 김겨울 작가가 시인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본래 시인일지도 모르겠다. 김겨울 시인은 우화라는 이야기의 형태를 빌려, 담대하게 불가해한 인생의 의미와 슬픔이 가져다주는 힘을 노래한다. 다 읽고 나면, 이 시인의 노래를 가만히 서서 듣고 싶어질 것이다.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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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열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형벌 말하는 사람의 신화 생의 기원 변론 순례 작은 손가락으로 만져진 비석 비석에 대한 증언 무한한 문 바벨탑의 상인 우물 출근 자학의 원리 무한히 열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Ⅱ 거짓말이라 믿은 늙은이 옷을 벗은 사람의 일화 인간 죽음의 모습을 한 돌멩이 방문 사월 존재 증명 표류 상어가 빛날 때 이향 끊임없이 자라나는 숲 아주 높이까지 오르는 창문 위의 옆말잇기 가장 넓은 세계의 주인 무한히 열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Ⅲ 해설·선우은실(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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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그의 위로 새가 긴 날개를 펼치고 빙글빙글 돌며 날았다 저 사람 좀 봐, 새는 웃었다”
---「무한히 열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중에서 “신의 순례는 무지한 자의 끝을 향한 길을 체험하는 것 따가 걷기는 언제나 짐작이기 때문에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그는 묻고 싶지만 참는다 그들이 아무 데도 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말하고 싶지만 참는다 그는 참는 연습을 하고 있다 또한 모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그는 모를 수도 있어야 하므로” ---「순례」중에서 “이상하게도 순서를 따라 걸었음에도 복도는 겹치고 벌어지며 드러낸다 다들 이 길을 따라갔을 텐데 걔도 이 길을 따라갔을 텐데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는 사이 길을 잃었음을 깨닫는다 그의 마음은 공포와 설렘으로 가득 찬다” ---「무한한 문」중에서 “그는 제법 걷는다 이 길이 길인지는 걸어야 아는 모양이지 그러나 무엇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도달이 뭐 별건가, 내가 자리 잡으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시비를 걸지 못할 거라고 그는 생각한다” ---「무한히 열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II」중에서 “바람으로부터 그는 듣는다 진리를 찾는 자에게 경계 없는 곳은 허공에 불과하고 경계가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으며 경계 없는 곳에서는 응축도 지각도 일어나지 않소” ---「무한히 열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III」중에서 |
『우화들』은 성경, 신화, 우화 등 다양한 종교적, 역사적 모티프를 폭넓게 차용하고 있다. 특히「출근」이라는 시에서는 “deus&co.”라는 회사에 근무하는 ‘신’을 등장시켜, 전지전능한 존재로서의 신이 아닌 인간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또한, 작가는 각각의 시를 통해 삶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은 단순히 “굴레 속에 갇힌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슬픔을 견인하는 에너지를 추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생의 기원」이라는 시에서는 “슬픔에, 그 슬픔에, 무엇이 없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삶의 고통이 오히려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김겨울의『우화들』은 전통적인 문학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을 깊이 있게 다루는 시집이다. 이는 근대 문학의 특징인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떠돎의 형식’을 계승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개인의 고립감과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을 본다. 그건 일시적이지 않고 영원함의 이야기다.『우화들』은 현대인의 삶과 역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하나의 사기(史記)로서, 문학적, 철학적으로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