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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0세기 청춘
세기말 TTL 1세대 아이돌 단상 음악도시에서 볼륨을 높여요 카세트테이프 모양 USB를 주문한 이유 한때는 오빠 굴렁쇠 소년의 성장 싸이월드와 인스타그램 사이 세계를 다시 만날 수 없는 자의 슬픔 혹시 IMF 알아요? 2부 지금 우리 나도 MZ야! 쪽수는 중요하다 80년대생 임원이 왔다 웬만해선 그들을 이길 수 없다 요즘 연애 원하는 게 정말 워라밸입니까 PC 네이티브 세대 할아버지의 세계 인턴을 받는 마음 3부 요즘 어른 공정하다는 착각 삼십 사십 오십 고잉 그레이 님아, 그 멜론을 잘 자르지 마오 아이라는 여행 21세기 엄마 그게 바로 늙은 거야 어떤 나무늘보는 생각보다 빠르다 멋진 언니 아닌 생존자의 고백 지영이의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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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망쳐 우울했던 세기말, 내 손에 쥐여진 휴대전화는 적적한 마음에 위로가 돼줬다. 통화량 제한 때문에 음성통화는 가능한 한 아끼느라 문자서비스를 적극 이용했다. 온갖 문장부호를 동원해 조악한 이모티콘((?^O^? (@ㅠ@) (*.~))을 만들어내며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말 그대로 ‘처음 만나는 자유’였다. 그렇게 새천년이 왔다.
--- p.11 즐길 거리가 많아진 세상이라지만 낭만은 좀 적어진 게 아닌가, 그리하여 이제 낭만이 사라진 시대가 됐다고 한탄하려다… 이건 너무 꼰대 같아 보여 고쳐 쓰기로 했다. ‘라떼’의 심야라디오가 알고 보면 그 매체의 최전성기가 아니었던 것처럼 누군가는 지금도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낭만을 짓고 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 무엇인지 내가 알지 못할 뿐. --- p.25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라고 시크하게 뉴스 인터뷰를 하는 배꼽티 언니나 〈난 알아요〉를 부르는 서태지에게선 남과 다른 선택을 자부하는,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들만이 뿜는 아우라 같은 게 있다. 그들의 움직임에 종종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10대를 보낸 나는 그래서 TV 속 오빠부터 동네 오빠까지, 그 시절 오빠들에 대한 로망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p.36 나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IMF 알아요?”라고 묻는다. 회사 인턴이나 신입 등 요즘 내가 만나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친구들 대부분은 “이후에 태어났지만 이야기는 들었어요” 혹은 “금 모으기 같은 거?”라고 답한다. 아마 내가 “1987년엔 일곱 살이었지만 길에서 최루탄 냄새는 맡아봤어요”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마음이겠지, 가늠해본다. --- p.62 가끔 내가 세상이라는 트레드밀에 올라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겨우 40대인 나조차 자꾸만 빨라지는 세상의 속도가 버거울 때가 있다. 오랜 기간 익숙했던 박자로 걷다간 조만간 발이 엉켜 넘어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오기도 한다. 남은 선택은 단 두 개다. 새로운 속도에 맞춰 더 열심히 뛰거나 속도가 버겁다면 트레드밀을 벗어나야 한다. 이런 선택지가 가혹하게 느껴지는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 p.121 물론 세상은 타이니팜의 세계보다 훨씬 복잡하다. 무엇보다 게임처럼 리셋을 할 수도 없다. 자식을 낳은 건 내가 한 가장 생산적인 일이었으나 이 거대한 성취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누가 내게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게 어떤 건지 묻는다면 나는 이미 화려한 비유를 준비해뒀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아주 비싼 여행 같다. 단, 휴양지가 아닌 오지여행. --- pp.153~154 한 술자리에서 이런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동석했던 50대 인생 선배는 이런 얘길했다. “후배가 인사를 안 하면 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건가, 혹시 무시하나, 그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지죠? 그런 생각이 들 때, 그게 바로 늙은 거야.” --- p.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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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의 아이들, 잘 지내고 있니. 나도 여전해.”
20세기에 청춘을 남겨두고 숨가쁘게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 어른 이야기 이제는 지나온 시대: 20세기 청춘의 이야기 1981년생인 저자는 1980~1990년대 지방 소도시에서 유년을 보냈다. 한낮에 온 가족과 모여 앉아 88올림픽 중계를 보며 굴렁쇠 소년과 같은 나이인 걸 남몰래 자랑스러워했고 철자도 뜻도 모르는 프랑스 꼬마 조르디의 노래를 발음 나는 대로 흥얼거렸다.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같은 1세대 아이돌의 시작을 함께했고 마이마이에 이어폰을 꽂고 공부를 하는 대신 심야 라디오를 들었다. 저자를 비롯한 1970~1980년대생들은 응답하라 시리즈와 〈스물다섯 스물하나〉 같은 드라마가 그리는 청춘 그 자체였다. 모든 청춘은 찰나의 젊음을 겪으며 불안과 우울을 품지만 20세기 대한민국 청춘들에겐 시대 자체가 그랬다. 사회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고 대한민국의 이곳저곳은 붕괴됐다. 건물과 다리와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청춘들은 또 다른 불안을 신분증처럼 지닐 수밖에 없었다. 게스와 캘빈클라인을 입고 머리를 물들였던 일부 X세대들은 사회에 편입되며 일그러졌고 진짜 행복은 은행이나 안전한 직장에 있지 않다는 노래를 들었던 세기말 청춘들은 공무원을 꿈꿨다. 20년 가까이 기자를 한 저자는 십수년간 갈고닦은 글솜씨로 낙관과 좌절이 넘실대던 청춘의 시대를 감칠맛 나게 썼지만 “추억은 그대로 소환되지 않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방 어디로 발을 내디뎌도 괜찮았던 청춘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퍽퍽했던 마음은 너그러워진다. 저자가 펼쳐 보이는 추억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기대로 가득했던 모든 청춘의 것이다. 또다시 지나갈 시절: 21세기 어른의 이야기 『20세기 청춘』에는 “삶의 멱살을 다잡은 채로 신나게 왈츠를 추고 있는” 저자의 현재 또한 담겼다. “광주사태 때 몇 살이었니?”라는 질문을 받다 “IMF 알아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학부모를 동원하는 학교를 스스럼없이 비판했었지만 자식을 위해 한복을 빌려 입고 행사에 간다. 동년배의 빠른 성공에 기가 죽어 후배를 상사로 모시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나 때는 상상도 못했던 것들을 하는 후배들이 부럽지만 숨어서 욕을 하기도 한다. 20세기 청춘은 일하는 여성이자 아이들의 엄마까지 해야 하는 21세기 어른이 됐다. 여러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야 하는 요즘 어른들은 저자와 마찬가지로 가끔은 발을 동동거리게 된다. 너무 늙은 건 아닌가 두렵고 이미 늦어버린 건 아닐까 싶어 불안하다. 좋은 부모라는 게 뭔지, 왜 내가 꼰대가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저자는 답 없는 고민들과 대단한 요즘 애들과 빠른 세상 사이에 낀 21세기 어른들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청춘이 시간에게 여지없이 당했듯 오늘 또한 눈 깜짝할 새 지나갈 거라고. 그러니 지금 이 시절 속에서 신명 나게 왈츠를 춰보자고. 분명 세상은 좀 더 나아질 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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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끝자락에 태어나 지난 세기에 청춘을 두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여성! 그냥 딱 우리 얘기다. 우리의 청춘은 세기를 지나온 관계로 어쩐지 더 멀고 애틋하다. 옛 친구의 안부를 묻듯 글은 술술 읽히는데, ‘그래그래, 나도 그랬지’ 못지않은 추억들이 깨알같이 따라와 책장을 붙든 채 아련한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지난 세기의 청춘을 등에 업고 제각각 삶의 멱살을 다잡은 채로 신나게 왈츠를 추고 있는 21세기 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덮을 때쯤에는 당신도 당신의 청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잔뜩 떠오를 것이다. - 정명원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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