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tta Teckentr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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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일러스트로 만나는 자연, 그 속에 담긴 경탄과 감동『잠깐만 기다려 줘!』는 해 질 무렵, 집으로 향하는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의 짧은 여정을 그린다. 이 여정을 뒤따르는 독자는 두 고슴도치를 둘러싼 자연 곳곳을 함께 감상하게 된다. 테켄트럽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는 콜라주와 판화 기법으로 표현된 자연 풍경은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다. 두 고슴도치의 털 한 올 한 올부터 나무덩굴의 무성함, 꽃잎 하나하나의 결, 솔방울의 질감, 잠자리와 나방의 날개 무늬, 해와 달과 별이 이루는 빛무리까지 표현한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없어 이제는 조금 낯설기까지 한 자연 깊숙한 곳을 우리 곁으로 성큼 끌고 온다. 또 각 그림의 장면은 멈춰 있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어스름한 저녁에서 밤까지의 시간을 천천히 함께 지나온 듯한 여운을 한껏 즐기게 된다. 『잠깐만 기다려 줘!』 속 섬세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에 감탄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모든 것이 새로운 어린이, 재촉하지 않는 보호자 -반복과 멈춤 사이에 담긴 애정집으로 돌아가는 길, 걸음을 떼려고 하는 순간마다 작은 고슴도치는 큰 고슴도치에게 외친다. “잠깐만 기다려 줘, 큰 고슴도치야!” 작은 고슴도치는 노을과 달무리를 보고 싶어서, 들판에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가 어디서 나는 건지 궁금해서, 부엉이와 물고기, 개구리 친구 들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싶어서, 난생처음 보는 반딧불이에 마음을 빼앗겨서 자꾸만 큰 고슴도치를 불러 세운다. 큰 고슴도치는 밤이 깊어 갈수록, 날이 쌀쌀해질수록 집에 서둘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지만, 그렇다고 작은 고슴도치의 요청을 무시하거나 막지 않는다. 왜 자신이 기다려 줘야 하는지 묻고 걸음을 멈춘 뒤 작은 고슴도치가 보고 싶어 하는 풍경을 함께 보고,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함께한다. 작은 고슴도치가 모르는 것은 자신이 아는 선에서 성심성의껏 알려 준다. 심지어 작은 고슴도치의 요청 덕분에 들판에 가득한 꽃내음을 맞고, 반딧불이가 장관을 이루는 밤의 초원도 경험한다. 이 두 고슴도치의 관계를 어떤 독자들은 부모와 자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독자들은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로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관계의 정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둘의 사이를 오가는 순수한 애정이다. 세상 모든 것이 새롭고 놀랍고 궁금한 작은 고슴도치는 잠시 멈추어 궁금한 것을 해결하고 자신이 경험한 것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큰 고슴도치는 작은 고슴도치를 채근하지 않고 적절히 조언하며 곁에 있어 준다. 큰 고슴도치가 작은 고슴도치를 돌보는 듯하지만, 작은 고슴도치 덕분에 큰 고슴도치도 새로운 경험을 얻는다. 이처럼 『잠깐만 기다려 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과 멈춤은 어린이와 보호자(또는 양육자) 사이 이상적인 태도와 감정 교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들여다보게 한다.누구에게나 따뜻함을 선사하는 베드타임(Bedtime) 스토리『잠깐만 기다려 줘!』에는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작은 고슴도치의 요청 이후 가던 길을 멈추고 자연과 풍경을 감상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구성은 차분하고 부드러운 서사적 리듬을 만든다. 또한 편안한 색채의 일러스트 또한 읽는 사람에게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전한다. 이는 아이에게 하루 동안 쌓여 있던 긴장감과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이야기 결말 속 잠든 작은 고슴도치의 곁을 계속해서 지키는 큰 고슴도치의 모습은 캄캄한 밤 보호자와의 단절된 시간을 두려워하며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큰 위안이 되어 줄 것이다. 눈을 감고 잠들어도 보호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자연스레 연결 지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처럼 반복적인 구성과 편안하고 따뜻한 일러스트, 이에 더해 이야기를 통해 보호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자연스럽게 심어 주는 『잠깐만 기다려 줘!』는 잠잘 준비를 마친 우리 아이들에게 휼륭한 베드타임 스토리, 잠자리 그림책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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