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교구신부의 죽음2. 새로운 신부3. 충돌4. 어둠 속의 갈가마귀5. 저수지의 익사체6. 밀사의 정체7. 도망자8. 잊혀진 그 무엇9. 증거10. 장례식 전야11. 덫12. 진실13. 은화 한 닢의 축복역자 후기
|
엘리스 피터스의 다른 상품
|
전 거기있다가 그것을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면 지금 말하시오. 휴가 조용히 말했다. 누가 그분을 죽였지요?아무도 그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신릭이 말했다.
--- p.271 |
|
밤의 고요 속에 유일한 동요를 일으키던 에일노스 신부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중에 캐드페은 생각했다. 그가 복수심에 불타는 분노의 신 같다고. 포어게이트로 내리꽂히면 사소한 작은 죄를 찾아내 그 죄인들을 파멸로 몰아가는, 썩은 고기를 찾아 다니는 갈가마귀 같다고.
--- p.85-86 |
|
그때, 교회의 문에서 스무 걸음 쯤 못 미친 지점에서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큰 키의 검은 모습이었다. 비스듬히 비치는 횃불빛에 그 아래를 지나는 그의 모습이 잠깐 드어났다. 그 그림자는 잠시 멈추거나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캐드펠의 곁을 스쳐지났다. 그리고 다시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추위에 언 땅에 부딪쳐 울리는 기다란 지팡이, 넓게 펼쳐져 휘날리는 긴 옷, 굶주린 듯 앞으로 내민 머리와 어깨, 무섭게 굳어 있는 창백하고 긴 얼굴. 저수지 옆의 집들 중 가장 가까이 있는 집의 문이 잠깐 열렸다. 새어나온 불빛에, 어둠에 잠긴 그의 두 눈에서 두 개의 새빨간 불꽃이 일어났다.
--- P.85 |
|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The Brother Cadfael Mysteries)'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22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전 세계 수천만 독자들을 매혹시킨 밀리언 셀러이다. 저자는 소설 미학을 위해 역사를 손상시키지 않는 치밀함과 성실성을 겸비하였따. 다만 그녀는 미스터리 구조를 동원해, 역사 속에 존재하였으나 기록 없이 살다 간 존재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무형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고자 했을 따름이다.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 당대의 잊혀진 정신과 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움베르트 에코가 그녀를 가리켜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 작가'라고 감탄한 것은 역동적인 상상력으로 중세와 그 시대 인물들을 생생하게 복원시킨 작가의 탁월함에 연유하고 있다 하겠다. 캐드펠 시리즈는 매혹적인 캐릭터, 추리소설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우아한 문체와 치밀한 주제의식, 감탄을 자아내는 정교한 추리기법으로 추리소설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사람의 죄를 밝혀내기 위해 부릅뜬 눈동자, 지옥불로 죄인을 인도하려는 듯 펄럭이는 검은 수사복.... 인간의 실수에 대해 한치의 용서도 허락하지 않는 에일노스 신부의 모습은 포어게이트에 불어닥칠 불길하고 처참한 사건의 전조이다. 새로운 교구신부로서 혼신을 다해 강론을 펼치는 에일노스 신부, 그러나 그의 강론 속에 튀어나오는 '어둠' '지옥' '심판'이란 섬뜩한 말들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숨어 있던 죄의식을 일깨우고 포어게이트의 사람들을 무질서와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간다. 아이는 세례도 받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이 되어 땅에 묻히고 고백성사를 하지 못한 여인은 강물로 뛰어들고 장인들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진다.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종교관이 빚어낸 이러한 결말을 엘리스 피터스는 '갈가마귀'라는 음습하고 음울한 이미지로 형상화하였다. 그리고 그 이미지의 실체는 평화롭고 성스러워야 할 성탄절 아침, 싸늘한 시체가 되어 물방앗간 저수지 위로 떠오른다. 죄의식으로 고통받으며 소란스럽던 포어게이트에 흐르는 싸늘한 정적. 사람들은 이제 극단과 극단 사이에서 흔들린다. 억눌려 있던 죄의식의 무게에서 해방되어 영혼의 기쁨에 도취되는 것은 잠깐, 또다시 밀려오는 죽음의 공포와 '또다른 죄의식'의 책무가 그들을 사로잡는 것이다.『어둠 속의 갈가마귀』의 매력은 역시 캐드펠 수사의 모험심과 추리력과 통찰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인간의 모순된 내면을 직시하면서 '어둠속의 갈가마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서서히 파헤쳐나간다. 그러나 죄는 더럽고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는 종교적 도그마에 사로잡힌 에일노스 신부와는 달리 캐드펠은 죄의식을 느끼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감싸안고 그들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축복을 내려주는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캐드펠 시리즈 12번째 이야기『어둠 속의 갈가마귀』는 사람들의 어두운 내면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어 꽃을 피우는 엘리스 피터스 추리소설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어둠 속의 갈가마귀』의 또다른 특징은 추리소설에서 흔히 결여되기 쉬운 주제의식이 이야기의 끝까지 치밀하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야기 전체에 농후한 작가의 주제의식은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대비를 통해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는 새해 첫날 새 길을 가는 등장인물들, 어렵고 수상한 시절에도 충절과 신의와 사랑을 버리지 않았던 베넷과 베르니에르를 통해 정의로운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강직하고도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삶, 직관, 유머, 역사가 살아 숨쉬는 역사추리소설, 이것이 바로 엘리스 피터스 소설의 강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