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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선(yunseon@yes24.com)
영화 <제3의 사나이>, <정사>, <애수>의 원작자인 그레이엄 그린의 작품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손꼽히는 『권력과 영광』 이 국내에 새롭게 소개되었다. <런던 타임즈>의 편집인을 지낸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대표작 『권력과 영광』은 1940년 미국에서 『미로와 같은 길들』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는데, 반응은 별로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몇 년 후 그의 몇몇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인기를 얻자 다른 작품들도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로와 같은 길들』은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니다”로 끝나는 주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권력과 영광』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멕시코의 군사혁명 정권은 교회를 탄압하고 신부들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신부들은 사형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거부한 신부 중에 한 신부만이 살아남는다. 멕시코의 마지막 남은 신부가 된 이 신부는 영웅적인 존재가 되지만, 알고 보면 나약하고 비굴한 인간에 불과하다. 알코올 중독일 정도로 술을 좋아해서 위스키 신부라고 불리며 여신도와 관계를 맺어 딸까지 있는 부도덕한 신부다. 그런 그가 멕시코의 마지막 신부로 남은 것은 다른 신부들처럼 용감히 목숨을 내던지지도 못하고, 결혼을 해서 스스로 신부직을 버리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국민적인 영웅이 되어 공산 혁명 정권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면서 도망의 길을 떠난다. 도피 중에 만나게 되는 왕방울 눈의 리베라 아이들, 미신에 쩌들린 여인들, 극단적인 청년들, 군인들, 경건한 인디언들, 저속한 백인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한 시대의 절망과 슬픔 속에 깃들인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주인공인 위스키 신부는 스스로 경찰의 함정으로 걸어 들어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후텁지근한 멕시코의 열대 기후, 교회를 탄압하는 정권, 부패할 대로 부패한 사회를 배경으로 정부와 위스키 신부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속도감 있게 그려져 있다. 세속에서의 `권력과 영광'과는 거리가 먼 나약한 한 인간의 일생이지만 비극적인 최후가 결국은 그에게 권력과 영광의 길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권력과 영광'에 대해 독자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나 모험소설의 유형을 따르면서도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공산주의자였다가 가톨릭에 귀의했다는 작가의 전력을 생각해보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 특징이다. 그레이엄 그린의 작품은 대체로 전쟁, 혁명 등의 막다른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선악 갈등, 나약함을 통해 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권력과 영광』에서도 이런 특징은 고스란히 나타난다. 비굴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목숨을 유지해오던 타락한 신부는 죽음 앞에서 신의 존재를 체험하고 `권력과 영광'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물론 그 `권력과 영광'은 `죽음'이라는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