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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최 선생님이 생명을 바칠 만큼 정말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인가요?”
“물론이죠. 내가 찾아낸 것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입니다.” 최길성은 결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확신에 차 있는 최 선생님을 뵈니 즐거워지는군요. 전에는 즐거운 사람도 괴롭게 만드는 분이었는데요.” 채련의 말을 들은 최길성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아주 오래간만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터져 나온 것처럼 흔쾌하게 들렸다. --- p.119 “자네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 만일 최상의 선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그것만 주장하지는 말게.” 노 교수는 흰 수염 위에 자신의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열심히 주의 주장을 피력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선(善)만 존재하는 결과를 보려는 극단적인 생각보다는 선 쪽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중요하게 여기게. 악을 없애버리고 선만 두겠다고 생각하면 투쟁이 생겨. 악은 선을 있게 하는 연동 작용이니까. 악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발전하지 못하도록 하게.” 노 교수의 말을 들은 정 교수는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채련은 노 교수의 말에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 특히 악은 선을 있게 하기 위한 연동 작용이라는 말은 그녀가 의심을 품어 오던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처럼 들렸다. --- p.127 담시는 두 손으로 채련의 얼굴을 떠받치며 그녀의 얼굴을 열렬하게 애무했다. 숨을 죽이고 서 있던 채련도 담시의 허리를 껴안고 그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가슴속이 뜨거워지며 울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감성은 아름답다. 그것은 생명이고 살아 숨 쉬는 감정이다. 채련 자신도 담시처럼 지성이니 이성이니 하는 단어들만 제단 위에 올려놓고 그것만을 경배하고 찬양하며 살아왔다. 비록 지성이나 이성이 고귀하다 해도 그건 죽은 나무의 등걸처럼 생명이 없다. 생명을 지니고 있지 못한 것은 죽음의 그림자다. 채련은 자신의 생명이 한 번도 빛나게 살아 숨 쉬지 못하고 죽음의 그림자 뒤에 가려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련은 담시의 뜨거운 애무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생명이 소생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담시의 생명 역시 자신에 의해서 완벽하게 소생되기를 빌었다. 그와의 만남은 육신이 아름다움일 뿐 아니라 위대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추하고 혐오스럽고 죄의 근원이라고까지 생각했던 육신이 아름답고 신성하게 느껴졌다는 건 채련으로서는 하나의 경이였다. --- p.3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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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담바라는 3,000년에 한 번 피어난다는 전설의 꽃으로 석가여래나 지혜의 왕으로 불리는 전륜성왕과 함께 나타난다고 전해진다. 남지심 작가의 소설 『우담바라』는 1990년 제1부 「도다가의 종」을 시작으로 제4부 「황금 전당」이 완간된 후 600만 부를 넘는 베스트셀러로 우리 출판계에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출간 35주년을 맞아 다시 출간한 소설 『우담바라』는 제4부의 구성을 새롭게 했다.
불교문학을 대표하는 남지심 작가는 『우담바라』 전4권을 통해 욕망의 불길이 뜨겁게 타오르는 중생계에서 구도의 길을 찾아 나선 수행자와 고달픈 세속의 인연을 이어가면서도 끝없는 자비행과 보살행을 실천해 가는 인물들을 생생하고 세밀하게 보여준다. 삶의 가장 밑바닥으로 향했던 구도자의 뜨겁고 자애로운 모습, 끝없는 욕망 앞에 길을 잃고 방황하는 보통 사람들, 더 나은 삶을 위해 자기 수행을 쉬지 않는, 깨어있는 인물들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무명을 떨치고 지혜롭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고단한 현대인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명상을 하거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체험 여행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찾고 기도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그렇다면 평상심을 잃지 않고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며 이웃과 친구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그에 대한 답은 자리이타행에 있지 않을까. 분주한 저녁 시간, 뉴스 한 부분을 통해 전해지는 작지만 의롭고 따스한 선행을 보며 우리가 함께 기뻐하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은 각자의 가슴속에 작지만 선행을 위한 자비와 선의의 씨앗이 심겨있기 때문이다. ‘인간 내면에는 오욕칠정의 늪과 함께 평화와 고요·청정함이 있다. 앞의 부분이 인간군상의 영역이라면 뒤의 부분은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인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남지심 작가는 진리를 추구해 가는 인물의 삶을 작품 속에 녹임으로써 인간의 의식영역을 확대하려고 노력해 왔다. 작가가 40여 년을 문단과는 일면식도 없이 전업 작가로 살며 꾸준히 글 쓰는 일을 계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해 주는 많은 독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우담바라』의 재출간은 그런 독자들을 향한 작가의 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담바라』 출간 35주년 기념판 재출간에 부쳐 우담바라가 세상에 나왔던 그때로부터 35년이 흘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무한한 발전과 영광스러운 미래, 발달한 과학 문명의 이기 아래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그때의 바람대로 우리 삶은 안락한가. 누군가 묻는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문화적 소외, 사회적 시스템의 오류로 빚어진 계층간의 대립,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등 우리 삶은 여전히 35년 전과 같이 혼돈과 갈등속에 놓여 있다. 거리에서, 병상에서, 건설 현장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귀한 생명을 잃었고 어느 때보다 상실의 슬픔이 큰 시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고 염증처럼 번져가는 아픔을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늦은 밤, 혼자 돌아오는 골목길을 환히 밝히는 가로등처럼 우리의 무명을 깨뜨리고 힘겹지만 다시 일어설 힘을 줄 우리 이웃의 이야기 『우담바라』를 다시 내놓으며 책 속 인물들이 기꺼이 여러분을 평화와 고요 속으로 안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 지혜로 통찰하는 힘 얻으소서. _‘도서출판 얘기꾼’ 책임 편집장_ 이종숙 『우담바라』 35년전 디자인의 재해석 X 〈만다라 아티스트〉 김성애 작가와의 콜라보 35년전 짙은 노란 바탕에 흑백 와당의 반복적 패턴의 강한 인상은 굳이 가까이 다가가 큼직막한 제목을 읽지 않아도 누구나 『우담바라』인줄 알았다고 한다. 35주년 기념판을 새롭게 펴내며 고수한 단 하나의 디자인적 원칙은 당시의 커버 디자인을 재해석하되 그 바탕은 유지하는데 있었다. 노란색 바탕은 결정이 되었으나 또 다시 와당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문든 생명, 자유, 근원, 치유 등의 다양한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만다라 아티스트〉 김성애 작가의 작품들이 떠올랐다. 섬세하지만 강인하고, 심플해 보이지만 그 속의 화려한 디테일들이 녹아 있는 그의 작품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기를 바랐던 『우담바라』 기념판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흔쾌히 자신의 작품을 남지심 작가의 작품에 투영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만다라 아티스트〉 김성애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애초에 35주년 기념판 『우담바라』는 소장용으로 기획했다. 가치 있다고 판단한 독자들이 『우담바라』 세트를 서가에 올려 놓고는 각자 소장하고 있는 35년 전의 그때를 떠올리며 의미모를 미소를 짓는 장면을 상상하며 제작했다. _디자인 ‘달사람스튜디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