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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서브플롯] : 이야기가 사라진 곳 009
제2부 [메인플롯] : 특별한 여행 054 제3부 [메인플롯] : 내 이야기가 없는 세상 097 제4부 [서브플롯]에서 [메인플롯]으로 : 전설의 완성 142 제5부 [메인플롯] : 당신을 위한, 당신만의 이야기 199 작가의 말 236 |
황모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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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자신’이라는
가장 유니크한 이야기의 작가다.” 주인공 나현은 ‘여행’을 좋아하는 여성으로 언니 미현의 집에 얹혀살며 조카 시환과 맨날 싸우는 철없는 이모이다. 그런데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주변 풍경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잊고 공감을 잃어버렸다. 내 담당 김듀라 선생님이 화면을 바라보며 장황한 설명을 하더니 증세를 진단했다. ‘감각 과잉 감정 과발산증’이라는 낯선 병명을 들었다. 내가 터트리는 웃음이 문제라고 했다. 과하게 발산되는 호흡이라나? 심지어 전염성이 높은 기묘한 바이러스를 분출한다며 나를 전염병 전파자 취급을 했다. “네? 푸하핫!”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 순간 선생님이 고개를 움직이지 않은 채 눈동자만 굴려 시계를 보더니 자기만 보고 있는 모니터 속에 무언가를 입력했다. 4시 37분, 다시 발작적으로 웃음, 같은 메모겠지? 선생님, 여기 앉아서도 다 보여요. “에이, 그게 무슨 병이에요? 원래 옆 사람이 웃으면 나도 웃을 준비를 하는 게 사람 심리잖아요?” 내가 감각 과잉이면 다른 사람들은 무감각증이라고요! 항변하고 싶었지만 선생님 얼굴엔 ‘원래’ ‘보통’ ‘대체로’ ‘일반적으로’ 같은 단어가 전혀 통하지 않을 고지식한 분위기가 어려 있었다. ―34쪽 여섯 살 조카 시환과 함께 열광했던 ‘냥나라 행성의 냥고’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도 이제는 나현뿐이다. 나현은 시환에게 냥나라 행성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기억나는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기 시작하지만 잘되지 않고, 설상가상 월세 때문에 당장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나현이 체념하는 순간, 눈앞에 이상한 글씨가 보인다. 그 순간, 눈앞 공중에 이상한 글씨가 떴다. 제87차 서브플롯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라!’ 퀘스트 클리어에 실패했습니다. 메인플롯으로 돌아갑니다. ―53쪽 그리고 나현은 새로운 풍경에서 눈을 뜨게 된다. 어린 시절 자신이 살았던 반지하방 앞이다. 나현은 자신이 이 장면들 속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브플롯’을 통해 바꿔야 할 메인플롯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나현은 88번째 자신의 삶에서 ‘실패’하지 않고 올바른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다시 써내려간 서브플롯은 삶의 메인플롯을 뒤흔들 수 있을까? 당신을 구원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치유가 필요한 내게 다가온 진짜 이야기의 힘 『서브플롯』은 여행과 대비되는 ‘현실’로 돌아온 나현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때 ‘현실’은 웃음과 상상력이 사라지고 자본주의적 손익만 남은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여섯 살 조카 시환은 Pass와 Fail만을 반복해서 읊고 어린이집에서 주식 투자와 돈의 논리를 배우며 성장한다. 가장 무서운 점은 나현 외에는 이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냉소와 무감각의 현실을 격파하기 위해 나현은 이야기를 찾는다. 흥미로운 점은 시환에게 들려줄 동화로 등장했던 ‘냥고 이야기’는 서브플롯을 통해 나현이 여행하는 행성이 되고, 나현의 진짜 현실에서는 하나의 결과물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야기는 나현의 삶을 구할 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작에서부터 작가는 줄곧 기억과 데이터를 중요한 소설의 골조로 삼아왔다. 이 골조는 존재했던 현실 자체를 바꿀 순 없어도 그것을 기억하고 감각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리고 그곳에 이야기의 자리가 들어선다. 우리는 사건을 해석하고 재배치함으로써 공감하고 애도하고 더 나은 삶의 기준을 만듦으로써 용서하거나 단죄하며 기억을 조정한다. ‘서브플롯’을 통해 ‘메인플롯’을 바꿔나간다. 문학을 통해 비가역적 시간마저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황모과의 소설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독자들은 이 강력한 힘에 기대어 현실에서도 상상할 수 있는 용기를 건네받는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서브플롯을 써내려간다. 작가는 무수한 이야기가 창발할 우리의 멀티버스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덧붙인다. “모든 사람을 작가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자신이라는 가장 유니크한 이야기의 작가요. 이 생은 온전히 당신만의 이야기니까요.” 작가의 말 적어도 내가 목격한 폭력은 크건 작건 죄다 진부했다. 단언컨대 매력적인 배경을 두르고 근사한 이야기가 될 가치 따위는 없다고 믿는다. 반면, 파탄나고 산산조각이 난 파국이야말로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가 될 가치가 충분한 건 폭력에 맞선 쪽이다. 맥락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파편이 되어버린 무력한 일상을 끌어안고 우리는 이야기를 찾는다, 때때로 이야기를 만든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유를 알고 싶고, 행여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원인을 찾고 싶다. 나를 도우려고 했던 혹은 망치려고 했던 이들의 의도는 무엇이었나 머리를 싸맨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기에 조금이라도 납득하려고 숨은 맥락을 찾아본다. 자신의 해석이 가미된 이야기로 이해할 때 조금이나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파탄은 이야기를 낳는다. 나도 줄곧 이야기를 찾아왔다. 내게도 이야기가 필요했다. 다소 과욕일지 모르나 폭압과 횡포 속에 살면서도 자신만의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는 누군가의 길에, 자신의 기원과 유래와 파국에서의 탈주를 꿈꾸는 당신의 길 어딘가에 이 소설이 우연히 가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