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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구가 아프다
이음 2023.06.14.
원서
Mal de T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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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골칫덩이들
존재들
세대 갈등
감염
대양

각자의 자유
풍경

갑론을박
투쟁
땅멀미
수평선

해설 /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옮긴이의 말
감사의 말
각주

저자 소개2

니콜라이 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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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지리사회적 계급(geo-social class)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다. 브뤼노 라투르와 함께 쓴 『녹색 계급의 출현』은 10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나는 지구가 아프다』는 현재 6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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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뮤지션, 사운드 아티스트.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쇼핑 갔다 오십니까?』, 『ㄹ』, 『빛과 이름』 등의 시집과 『홍대 앞 새벽 세 시』, 『모듈』 등의 산문을 썼다. 또한 『엘비스, 끝나지 않은 전설』, 『나는 지구가 아프다』 등의 책을 번역했다. 2015년 제1회 김현문학패 시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뮤지션으로서 그는 1999년부터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멤버로 활동해오고 있다. 현재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에서 소리와 시, 예술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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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28*188*20mm
ISBN13
9791190944700

책 속으로

더위가 내 몸과 마음을 무력하게 만든다. 모든 게 느려지고 일 분 일 초가 늘어지는 것 같고 조금만 움직이려 해도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 와중에 폭염이 또다시 파리를 덮쳤다. 이 정도 더위면 예전에는 매우 드문 일이었으나 이제는 보통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친근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 p.8

어린 활동가들이 ‘세대 간의 전투’라는 틀로 자기들 싸움을 풀어내는 것은 여러모로 일리가 있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무엇으로 사는지, 우리에게 남겨진 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등을 따짐으로써 삶의 터전으로서의 지구라는 ‘기원’이 그들 기획의 핵심임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 p.29

섬?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하나. 맞아, 바로 거기야. 한 주 전쯤인가, 내 친구 빅터가 나더러 하던 걸 좀 내려놓고 자기 가족과 함께 배나 타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 (중략) 넓게 펼쳐진 쪽빛 지중해 한가운데 있는 외딴섬, 여기라면 탈출해서 머물 이상향이 아니고 무엇이랴. 섬이 되고자 했으니, 과연 나는 그곳으로 둥둥 떠내려가리라.
--- pp.36~37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 나는 내가 이동하면서 함께 전파시키는 것들이 꽤 많다는 걸 깨닫는다. 약국에서 받은 바이러스 진단만 해도 그렇다. 사람이 지구에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목숨을 좌우하는 수많은 개체가 사람과 더불어 산다는 것을 팬데믹이 보여주었다. 바이러스도 있고 박테리아도 있으며 백신도 있지 않은가.
--- p.39

바야흐로 세상이 뒤바뀌어 해수면이 상승하고 통제불능한 파도가 치며 미래는 그저 불확실할 뿐인 시대에, 망망대해를 모험한 끝에 저기 수평선 너머 미지의 대륙이 아니라 오염된 땅덩어리를 발견하는 전혀 다른 유형의 탐험가인 나를 말이다.
--- pp.47~48

CO₂, 곤충, 동물, 숲, 해초, 공기, 흙, 땅 등 무수한 존재들이 윤리적 개입과 양심에 따른 반성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촉구하고 있다. 더욱이 이 존재들은 각자의 존재방식 속에서 자율적이다. ‘그들 또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으며 자연의 보편적 법칙 따위는 아랑곳없이 자신만의 경로를 떠다니며 흔적을 남기고 또한 남겨진 흔적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 p.69

출입금지 표지판과 울타리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있다. 사람 발길 안 닿은 땅은 없다는 것, 황무지라도 가만 놔두는 법은 없다는 것, 결국 순수한 자연 상태라는 건 없다는 사실. 토지는 언제나 변경되고 모양이 바뀌고 상처 입고 찢어진다.
--- p.76

로랑에 따르면 이에 대한 주민과 관광객의 반응에는 공포와 한탄과 짙은 냉소가 묘하게 뒤섞여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두려움과 백기투항, 그리고 자책 사이를 깜박이며 오가는 배와도 같았다. 지중해의 낙원에서 식수가 부족하다니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린가.
--- p.84

어떤 집단의 생계 수단이 다른 누군가의 생활 터전의 지속가능성을 희생한 대가로 얻어진다는 면에서, 계급 착취가 생산 체계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그 ‘너머’로 확장되어 재생산의 영역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이상 착취를 노동의 지위나 ‘잉여가치’의 갈취로 정의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 pp.104~105

나는 잠자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다 쪽을 바라본다. 도로와 바다가 겹쳐 보이는 곳에서 이글이글 아지랑이가 오른다. 아스팔트와 바다 사이로 피어오르는 열기. 빅터의 수다가 바람 소리와 관광객들의 소음, 갈매기의 울음소리에 섞여 먹먹하게 사라진다. 눈앞이 흐려오는데 정신은 말짱하다. 빅터 말이 맞다. ‘땅이 아프니’ 나도 아프구나.
--- pp.115~116

이 책은 복합장르적 기법으로 기술된 우화로서 불면과 불안을 벗어나 사색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곳에서 화자는 인류가 초래한 심각한 위기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와 지구의 관계를 재설정하고자 한다.

--- p.141

출판사 리뷰

파리를 뒤덮은 폭염으로 인한 열대야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만들어지는 여러 문제를 점점 더 많이 겪게 되는 것이 괴롭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은 결국 지구 어딘가 누군가가 감당할 짐으로 연결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나는 친구가 방문을 권했던 섬으로 가서 쉬기로 한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무언가로부터 연결되지 않았으니 그런 괴로움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겠다고 기대했건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섬에서 발견한 풍경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내가 가지고 있던 괴로움과 불안의 정체는 점차 선명해져 간다.

『나는 지구가 아프다』는 『녹색 계급의 출현』의 공저자인 사회학자 니콜라이 슐츠가 남프랑스의 휴양지인 포르크롤 섬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회학적 통찰과 약간의 허구를 결합한 책이다. 저자가 ‘문화인류학적 소설(ethnografictive)’이라고 이름 붙인 이 새로운 형식은 문화기술지와 가상의 이야기가 결합된 것으로, 개인과 사회를 아우르는 사회학적 상상력에 기초한 저자의 통찰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형식은 왜 필요했을까? 브뤼노 라투르가 이 책에 건넨 추천사에서 잘 드러난다. 라투르는 이 책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채 헤매는 사람의 성장’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류세는 더 이상 성장을 보장하지 않는다. 성장보다 생존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나 성장을 단호하게 포기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장해야 하는가 생존해야 하는가? 사회도 갈피를 못 잡고 개인도 갈피를 못 잡는다. 여기에 생존이라는 새로운 목표는 새로운 기준을 필요로 한다. 성장을 기준으로 짜였던 가치, 문화, 정서 같은 것들을 잘 배우는 것이 더 이상 사회 구성원으로 잘 성장하는 방식이 아니게 된 것이다. 성장 대신 생존이 필요한데도 성장을 멈출 수 없고, 생존을 향하는 새로운 성장의 기준도 마련해야 하는 인간과 사회가 처한 난처함을 이 책은 슬프도록 아름답게 보여준다.

시인이자 뮤지션인 성기완의 번역은 이 책에 담긴 공감각적이고 복합적인 정서를 우리말로 정교하게 전한다. 인류세는 인간에게 엄청난 과제이자 부담이지만 인류가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는 점에서 슬프고 부끄럽고 화난다. 현재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분석은 단호한 결단과 행동을 요구하지만 그대로 실천하기는 여러 이유로 어렵다. 사정도 복잡하고 입장도 팽팽하다. 애매하고 난처하다. 책에 담긴 이러한 풍경과 정취가 날카롭고 감각적으로 옮겨진 덕분에 섬에서 펼쳐지는 성찰적 경험의 순간들에 동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섬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와의 대화 그리고 섬을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경험한 바들이 쌓이는 동안 ‘나’는 열대야로 인해 잠을 설친 채 맞이한 아침에 내 마음을 괴롭게 했던 골칫덩이의 정체가 점차 뚜렷해져 간다. 내가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결과적으로 짐이 되는 연결 과정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CO₂, 곤충, 동물, 숲, 해초, 공기, 흙, 땅 등 무수한 비인간들이 함께 있음을 확인한다. 더불어 아무리 생존이 답일지언정 그 선택을 선명하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해한다.

저자는 자신을 불안과 죄책감으로 괴롭혔던 골칫덩이들이 결국 피하거나 극복해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있어야’ 할 것임을 거센 바람 속에서 돛을 펴고 균형을 잡은 배 위에서 깨닫는다. 나아가 필요한 것은 대화임을 지금 우리가 마주한 흔들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찾을 방법을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참여해 협상해 나가야 함을 발견한다. 결국 인류세는 인류가 초래한 결과이지만 그것을 종착점이 아니라 인류가 통과하는 과정임을 받아들일 때, 이것이 파국이라고 외치는 대신 이 파국을 바라보고 느끼고 직접 부딪칠 때, 저 앞에서 우리를 뻔히 기다리는 폭풍우를 견뎌내고 다시 한번 우리를 꿈꾸게 할 ‘거주 가능한 땅’에 도달할 수 있음을 기약한다.

추천평

사회 세계에 적응하는 자아가 아니라 기진맥진해진 자연 세계에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자아에 대한 것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이 책은 긴 성장소설 시리즈의 첫 번째라 할 수 있다. 정동과 이론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장르가 탄생했다. - 브뤼노 라투르
니콜라이 슐츠는 인류세의 혼란스러운 세계를 헤쳐 나가려 할 때 마주하는 도덕적 막다른 길에 대한 감동적인 명상을 선사해 주었다. 개인적 고민과 생태학적 논평이 독특하면서도 종종 고통스럽게 융합된 이 책은 독자를 아름다운 두려움에 빠뜨린다. - 클라이브 해밀턴
한시가 급한 환경 문제에 맞서 사람들이 당장 행동하도록 만드는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아주 독특하게도 가벼운 독서의 미적 즐거움과 실존주의적 실천의 깊이를 모두 겸비하고 있다. - 슬라보예 지젝
바야흐로 인류세의 와중에 어떻게 자아를 회복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영감을 주는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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