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정가제 Free EPUB
eBook 불멸의 이순신 8
불멸의 길 EPUB
김탁환
황금가지 2014.02.12.
가격
6,300
6,300
YES포인트?
31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최대 2,000원 즉시할인

이 상품의 시리즈 8

이 상품의 시리즈 알림신청

소개

중고상품설명

목차

서른여덟_2009년
서른일곱_2008년
서른여섯_2007년
서른다섯_2006년
서른넷_2005년
서른셋_2004년

저자 소개 1

金琸桓

군항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와 전설, 민담, 고전소설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2009년 여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끝으로 대학을 떠난 이후, 전업 작가로 사회파 소설 『거짓말이다』 『살아야겠다』 등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사랑과 혁명 1, 2, 3』을 비롯해 31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 3편의 장편동화를 냈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등 여
군항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와 전설, 민담, 고전소설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2009년 여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끝으로 대학을 떠난 이후, 전업 작가로 사회파 소설 『거짓말이다』 『살아야겠다』 등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사랑과 혁명 1, 2, 3』을 비롯해 31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 3편의 장편동화를 냈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등 여러 에세이도 출간했다. 2016년 요산김정한문학상, 2024년 한국가톨릭문학상을 받았다. 2021년 1월, 곡성 섬진강 들녘으로 집필실을 옮겨 마을소설가이자 초보 농사꾼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김탁환의 다른 상품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12일
이용안내
  •  배송 없이 구매 후 바로 읽기
  •  이용기간 제한없음
  •   TTS 가능 ?
  •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인쇄 기능 제공 안함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1.1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3.7만자, 약 4.3만 단어, A4 약 86쪽 ?
ISBN13
9788937413186
KC인증

책 속으로

2009년 4월 9일 열 살 때는 스무 살이 어른인 줄 알았고, 스무 살 때는 서른 살이 어른인 줄 알았으며, 서른 살 때는 마흔 살이 어른이겠다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와 같은 생각은 너무 순진하고 안일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어른이 자기긍정과 타자에 대한 전폭적인 이해를 완성한 존재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 어른의 시절은 없는 듯하다. 불안의 정도, 불안의 깊이가 다를 뿐이고 사람들은 모두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죽음과 직면할 뿐이다.
또 한 잔의 술을 마신다. 책상 위 책꽂이에 꽂힌 책의 등을 보고 있다. 책등이라는 말은 누가 처음 썼을까. 책등에 인쇄된 책 제목들이 내 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만 같다. 과연 책등이라는 말은 신비하다. 그리고, 노변과 길어깨와 갓길이라는 말은 어떤 욕망으로 진화했을까. 순대와 딸기는 지도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2009년 3월 10일 지난 토요일, 소설가 김승옥 선생님을 집으로 모셔서 간소하게나마 저녁을 대접했다. 언젠가도 말한 적 있지만 선생님은 신춘문예의 심사위원으로 내 소설을 당선시켜주신 분이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식의 주례까지 서주신 분이다. 그런데 그런 은덕을 입고도 10년 만에 처음 선생님을 집으로 모셨으니 늦돼도 한참이나 늦된 것이다. …… 2003년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던 선생님은 그 후유증으로 여전히 말씀을 어눌하게 하신다. 사실, 선생님의 말씀은 정상적으로 알아듣기 힘든 수준이다. 그래서 늘 펜과 종이를 가지고 다니시며 필담을 하시는데, 전후 사정과 맥락을 짐작하면 어느 정도 소통은 가능하다. …… 나는 선생님의 어눌한 말소리와 필담의 현실을 눈앞에서 목도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에 잠겼다. '혹시 이건 모두 선생님의 장난 아닐까. 선생님은 모든 것이 멀쩡한데, 그만 이 세상이 싫어져서 장난이나 치고 계신 것 아닌가.' ……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희대의 천재였던 김승옥 선생님. 그는 젊은 시절, 악다귀처럼 달라붙는 사람들과 파천황처럼 어울려 다니면서도 늘 도피를 꿈꿨을 것이다. 그가 바란 것은 명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었다. 그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죽음을 알려주는 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추락시키는 것이었을 것이다.

2009년 1월 9일 나는 언젠가 소설가 김훈과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예술에서의 사라짐의 의미를 정리한 적이 있다. 망각은 지우는 것 혹은 사라지는 것이다. 당연한 사태를 당연하지 않은 방식으로 환원하는 것, 다시 말해 빤하게 보이는 시선을 나에게서 거두어들이는 것. 그것이 망각이다. 기억하고 인식하려는 것과 망각하고 무지하려는 두 힘이 맞설 때, 그 대극 사이에서 피어나는 섬광이 바로 예술로서의 언어이다. 나는 니체만큼 예술을 멋지게 정의한 사람을 알지 못한다. 그는 예술을 가리켜 ‘가장 성스러운 방탕의 양식’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멋진 말을 할 줄 알았던 니체 오빠는 20세기가 시작되는 1900년에 죽었다. ……

2008년 12월 26일 20세기 일본 문단과 지성계의 신으로 군림한 비평가 고바야시 히데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사상과 세계관, 정체성 등을 이해하고 그것을 작품 속에 표현하는 존재가 아니고, 작품을 창작하는 동안 비로소 자신의 사상이 무엇인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존재다.” …… 고바야시 히데오의 견해는 나의 생각과 전적으로 일치한다. 작가와 시인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갖는 관습적인 태도 중의 하나는, 그들(작가와 시인)이 세상과 삶의 이치 혹은 도리 따위를 훤히 꿰고 있는 사람일 거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와 소설 속에는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분란과 소요들에 대한 간단치 않은 통찰과 해법과 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과연 매우 영민하고 오묘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것은 작가의 자각의 결과라기보다는 작품의 자각의 결과이다. 그것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 거의 대부분의 작가는 작품보다 훌륭하지 않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작품보다 훌륭하지 않은 작가는, 작품보다 훌륭한 작가보다 훌륭한 작가일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세상과 자신을 오해하는 존재이며, 그럴 때 바로 '작품의 자각'이 이루어질 개연성이 생기는 것이다.

2007년 5월 26일 금아 피천득 선생님이 어젯밤 영면에 드셨다. 향년, 97세.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전해준 이는 샘터사에서 같이 일을 하던 동료였다. 아닌 게 아니라 TV에서도 선생님의 부음을 비중 있는 뉴스로 다루고 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회사에 출근했지만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하루 종일 입맛이 썼다. 녹차를 마셔도 그렇고, 오렌지주스를 마셔봐도 그게 그렇게 쓸 수가 없었다.
샘터사에서 일하던 시절, 나는 반포아파트 자택을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선생님의 원고를 정리한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이, 말귀를 제법 잘 알아듣는다며 칭찬도 해주셨는데…. 오늘 중에라도 빈소에 다녀와야겠다. “찬 물에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표현하셨던 계절 5월이 다 지나기 전에 영면에 드신 것은 어쩌면 선생님다운 일이다.

2006년 6월 28일 나는 비탄에 빠졌다.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처럼 막막한 비탄에 빠졌다. 눈이 있어야 할 곳이 비어서, 방향을 모르는 비탄에 잠긴 자 되어 자꾸 아래만 내려다보는 것이다. 먼 곳에 있는 어머니는 점점 착해지고 순해지고, 집으로 향하는 계단은 점점 가파르게 깎인다. 나는 비탄에 빠져 컥컥 헛기침을 해댄다. 나는 아름다운 비탄에 잠긴 자 되어, 비로소 아름다움에 등을 돌린다. 그러나, 아름다움이여, 한번만 내 몸에 와다오. 내 몸을 만져다오.

2005년 2월 13일 나는 수많은 책을 읽고, 가늘고 긴 혈관 속에 가득 찬 수많은 피들의 흐름을 상상하였지만, 아직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수많은 시간 동안 홀로 사색하고 수많은 길을 홀로 걸으며 많은 질문과 대답을 해보았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깨우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죽어서도 모르는 채 죽어갈 것만 같다. 이것은 결코 문학적인 자학이 아니고 다만 부끄러운 일일 뿐, 죽고 싶도록 부끄러운 일일 뿐. 우습고 질긴 것이 생이라는 관습이다. 삶은 거대한, 역동적인 오류임에 틀림없지 않은가.
나는, 웃을 때도 슬프고 슬플 때도 웃는 어릿광대가 분장을 지우고 옷을 벗을 때, 고깔처럼 생긴 모자를 벗을 때 그의 머리털을 잡고 늘어지는 쭈뼛대는 정전기만큼도, 그 무엇에도 애착하지 않았다는 걸, 내가 애착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간다. 정전기는 다들 우습게 생각하는 어릿광대의 저 헝클어진 머리털 위에서도 찬란하게 살아 있는데, 찬란한 순정을 보여주는데.
정전기, 함께 닿아 있는 동안 따스해져서 서로를 잡아당기는 알 수 없는 힘, 알 수 없는 원리, 알 수 없는 함정, 나는 당신의 정전기인가?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 『악취미들』『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등을 통해 욕망의 생태를 주도면밀하게 탐색해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김도언의 첫 번째 산문집
◎ 한 소설가의 서른셋에서 서른여덟 삶의 치열하고 순정한 기록 속에서 드러나는 카프카를
닮은 이 시대 젊은 예술가의 초상
◎ 박지원이 보여준 근대기 일기문학의 맥을 되살릴 본격 일기문학
◎ 우리 시대 대표 소설가와 시인들의 진솔하고 생생한 일상의 삶과 문학 이야기

한국문학도 이제 ‘일기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을 갖게 되었다!

일기로 씌어진 젊은 예술가의 초상, 그 순정한 기록

이 책은 『악취미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 등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침잠해 있는 욕망의 생태를 주도면밀하게 탐색해,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김도언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그런데 이 산문집은 우리가 익히 봐온 여타의 것들과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다른 산문집들이 온 오프라인 상의 여러 매체에 단편적으로 기고되거나 연재된 조각들을 어떤 자의적 의도에 의해 재구성한 것이라면, 이 책에 묶인 텍스트는 어떤 외부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한 작가의 내성적인 목소리로 씌어진 일기를 묶은 것으로, 그 자체의 내면적 질서를 존중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 김도언은 6년 전부터 꾸준하게 일기를 써오고 있는데, 그 분량이 3,600매에 달한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 중에서 작가가 직접 추려낸 1,000매 분량의 일기가 시간의 역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일기가 시작되는 날짜는 2004년 7월 19일이고 끝나는 날짜는 2009년 12월 27일인데, 첫 페이지에 2009년 12월 27일 일기가 놓이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과거의 시간으로 진행된다. 독자들은 작가의 서른셋에서 서른여덟 그 치열하고 순정한 삶을 하루하루 독자적인 조각그림들로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전체 그림을 맞추려는 의지가 작동되어 책 전체가 장편소설 같은 하나의 완성된 작품, 동시대 한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그려내기에 이를 것이다.
김도언은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일기가 하나의 문학적 텍스트로 읽히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다. 그의 바람처럼 이 책은 현대문학에서 매우 희유한 장르인 ‘일기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대에 이르러 희박해지기는 했지만 일기문학은 일찍이 독자적인 양식을 가진 문학 장르로 받아들여져 있다. 특히 서양에서 활발하게 씌어졌는데, 랄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앙드레 지드, 조르주 상드, 월트 휘트먼 같은 위대한 문장가들이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내성적 삶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아미엘이 쓴 『아미엘 인생일기』나 나치 치하의 폭압적 상황을 고발한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는 일기문학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도 박지원을 위시한 근대의 유학자와 실학자들이 수신을 기반으로 한 탁월한 일기문학 작품들을 남겼다. 일기문학이 가장 융성한 곳은 아무래도 일본이다. 일본 현대문학의 특색이랄 수 있는 ‘사소설’은 사실 ‘헤이안시대’라고 하는 중세문학기부터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일기문학의 전통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김도언의 일기 역시, 일상적 삶과 문학(예술) 사이의 긴장을 회의적 태도로 집요하게 성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것이 개인의 자폐적 차원을 뛰어넘어 보편 일반의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일기문학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지금은 소실된 한국 일기문학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면 그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학적 성과일 것이다.

그가 만난 사람들, 그가 읽은 책 이야기
이 텍스트가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은 작가가 문단 활동을 하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은 수많은 문인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인상이 매우 솔직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는 부분에서 찾아진다. 그에게 타자는 해독이 불가능한, 그래서 더욱 매혹적인 텍스트이다.
그의 일기에는 이어령, 김승옥, 천양희, 김정환, 김훈, 이인성, 고종석, 이순원, 황인숙 같은 그가 존경하는 문단의 어른들은 물론 김숨, 김요일, 한차현, 원종국, 신동옥, 박장호, 오은, 박진성, 함기석, 송승환, 안현미, 이준규, 김태용 등 같은 또래의 문인들까지, 그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인간극장의 프레임처럼 실감 있게 펼쳐진다. 이들로부터 배우고 교유하는 동안 일어난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분명 현실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되, 허구적 공간에서 만들어진 소설적 정황을 연상하게 할 만큼 극적이고 흥미롭다.
이는 독자들이 문학적 삶에 대하여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신성성이라는 로망을 여지없이 반역하면서 획득하게 되는 관음의 쾌감을 수반하기도 한다. 이 도저한 리얼리티는 인위와 가공의 느낌을 물리치면서 자연스레 감동을 품게 하는데, 이를테면 천원 권 신권이 막 발행되었을 때 “그것이 마치 예쁜 그림엽서나 카드인양” 몇 장을 막무가내로 쥐어준 시인 황인숙을 이야기하면서 그 무구한 시인의 영혼을 아름답게 추억하고 찬미하는 대목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또한 기자로서 소설가로서 김훈이 보여준 자유자재와 파격의 행보에 대해 “우리 사회 이념적 경계의 허구성에 대해 뜨거운 암시를 준 하나의 퍼포먼스”였다고 말하면서 그의 포즈가 전략적인 것이 아니고 생래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작가의 진중하고 깊은 사람읽기의 눈썰미가 느껴진다.
이 밖에도 작가의 결혼식 주례를 서준 김승옥 선생과의 인연, 단정하고 꼿꼿한 천양희 선생에 대한 가없는 흠모, 작가의 집 1층에 세 들어 사는 신동옥 시인을 중심으로 한 젊은 시인들과의 숱한 술추렴 등이 일상의 진부함을 가리는 커튼 자락처럼 곳곳에서 펄럭인다.
이 책에는 또한 작가 김도언이 매혹 당하고 설득 당한 동서고금의 수많은 책들에 대한 감상이 들어 있다. 그가 읽은 책에 대한 노골적인 옹호와 편애 혹은 비판과 조롱의 내레이션을 따라가다 보면, 영민하면서도 섬려한 작가의 문학적 영혼이 과연 어디에서 기원해, 어디를 경유하고, 어디를 향해 흘러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노동과 소설, 그 사이에서 피어난 불안의 황홀
‘불안’은 이 책의 키워드다. 김도언의 일기 행간 곳곳에는 일상의 틈에서 시시각각 감지되는 불안이 곰팡이꽃처럼 눅눅하게 피어 있다. 이 불안은, 이를테면 생계의 노동을 감내하는 동안 문학적 자의식을 어쩔 수 없이 학대하고 방치해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작가의 무력감 혹은 체념 같은 것으로 드러나지만, 마침내 그것을 끌어안고 긍정하고야 마는 삶에 대한 애착으로 승화된다. 이 점에서 그의 불안은 지극히 카프카적이다. 김도언은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11년째 출판사와 잡지사 등에서 밥벌이를 해오고 있는데, 그런 중에도 세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을 펴내는 등 성실하게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는 작가와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자신의 이중적 생활에 대해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등단하고 11년째 소설 창작과 직업으로서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 엄살을 부리자면, 그 과정에서 나는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전폭적인 이해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 문단으로부터는 딜레탕트의 혐의를 받았고, 나를 직원으로 고용한 쪽으로부터는 위장취업의 혐의를 받았다. 나는 기우뚱한 날개를 달고 위험한 비상을 하는 불구의 새와 같았다. 나는 이 위험한 비상의 기우뚱한 순간들을 ‘불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작가는 이 불안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다. 불안이야말로 삶을 구성하는 본질이며 죽음과 맞서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까닭이거니와 그에게 불안은 예술적 감흥에 붙들린 작가로서 느끼는 만질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절대적인 대상(타자)에 대한 가없는 갈망과 회의 그리고 고독의 복합체이다. 마침내 작가는 이 불안을 황홀한 것이라고 표현하기에 이른다. 거기에는 삶에 대한 지극한 경외와 애정이 핍진성을 획득하면서 오롯하게 반영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추천평

책의 공허함을 알면서 다시 책을 붙잡는 그의 쓸쓸한 날들의 글
세상을 함부로 규정하지 않으려고, 말의 야만성에 물들지 않으려고 김도언이 말을 더듬는 듯 머뭇거릴 때 그의 글은 넓고 깊어진다. 나는 2005년 2월 13일이나 2004년 10월 11일, 그리고 책의 공허함을 알면서 다시 책을 붙잡는, 그의 쓸쓸한 날들의 글을 좋아한다. 그 날들은 소설이나 컴퓨터 속의 날들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으로 하루하루 다가오는 살아있는 날들이다. 이 사태는, 아마도, 축복이라고 해야 할 터이다.
김도언의 일기는 시간의 역순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오늘이 지나간 자리에 지나간 날들이 들어선다. 그래서 살아있는 날들은 어제와 오늘의 구획이 없이 한순간에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서 출렁인다. 이 흐름 위에서 책읽기와 글쓰기, 술과 타인들, 노동과 시달림의 날들이 저무는데, 선율을 이루는 삶은 부대끼고 쓸쓸해도 견딜만해 보인다.
김도언은 순수한 열정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의 글을 보니까, 그는 혼자서도 술을 마시는 모양인데, 그 술 마시기의 내용과 외양은 책 읽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술이 깨듯이, 책도 취하고 깨는 것이리라. 그는 책에서 깨어나는 고통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김훈 (소설가, 자전거 레이서)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선택한 소장 상품